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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190

봄의 햇살이 그리워 미치겠다 입력 : 2020. 03. 14 | 디지털판  토요일 아침 9시, 머잖아 개방한 도서관 끄트머리 자리에 앉아 대판으로 만들어진 신문을 펴고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 가다보면 한 시간 반. Books엔 어떤 기사가 실려 있을지, 사진 한 번 훑고 거대한 제목에 끌리는 기사부터 정독했다. 드립 커피도 있다지만 꼭 300원 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셔왔다. 그게 룰이고, 10년 간 이어온 습관이다. 유일하게 10년의 시간이 단절된 한 차례의 2년을 제외하곤 그 습관이 단 한 번도 끊어진 적 없었다. 전염병이 평범하고 행복한 나의 일상을 빼앗아 갈 줄은 꿈에도 몰랐고 정리를 위해 열어둔 파일 속 햇살에 비친 어제의 신문을 보노라니 그 일상이 몹시도 그리웠다. 언제면 일상으로 돌아갈까, 언제쯤 그곳으로 돌아갈까. .. 2020. 3. 14. 05:47
성경에도 대안은 쓰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약을 본다: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 입력 : 2020. 02. 09 | 수정 : 2020. 02. 09 |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 기민석 지음 | 홍성사 | 192쪽 | 1만2000원 막연히 구약성서 시대를 생각하면 ‘고대’라는 단어를 사용해 온갖 언어적 술수로 당시 시대를 깍아내리는 습관을 가진다. 칼빈주의 5대 교리 중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인간 전적 타락’을 되뇌지만 총체적으로 인간의 인식은 진화하지 않으며 선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취하던 날부터 지금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죄인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인간 내면의 우월감은 타인을 존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정복 대상으로 착각하게 한다. 그게 여성을 향해, 사회적 약자로 향한다. 구약성서 본문을 이용해 야곱과 아브라함은 부자였다는 논리로 성서를 해석하고 모든 이들은 부자가.. 2020. 2. 9. 20:02
“나는 괜찮지 않다” 입력 : 2020. 02. 07 | 디지털판  집단으로 모여야 한다는 강박은 두려움을 잊게 한다. 마음속 무자비하게 만들어지는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잊고자 집단으로 모여든다.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묻고, 공감할 감정을 가졌는지 묻고, 다시금 재확인한다. ‘나는 괜찮다’를 느끼는 순간이다. 그런 같은 성(性) 테두리 안에서 이질감을 느낀 이유도,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불쾌감을 느낀 이유도, 좌파와 우파라는 테두리 안에서 지루함을 느낀 이유도 한 번도 집단은 나의 괜찮음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언제든지 사람들의 비웃음이 될 것임을 상기하며 살아왔다. 지금도 종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난 것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다. 사나이로 살지 않아도 불편한 것 하나 없이 지낸.. 2020. 2. 7. 22:47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면 현대에 무엇을 건넸을까:『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 입력 : 2018. 10. 18 | 수정 : 2018. 10. 18 | B11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 임지현·기획회의 편집위원회 지음 | 북바이북 | 256쪽 | 1만6000원 ‘유동하는 근대’라는 독특한 용어를 남기고 떠난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그가 떠나고 만들어진 책. 불안에 떠는 현대인에게 바우만이라면 어떤 말을 건넸을까.평전으로 시작해 시인과 기자, 출판평론가, 역사학자, 사회학자, 소설가 그리고 신학이란 영역에서 바라본 바우만의 현대인을 주목했다.마지막 단원에선 바우만과의 가상 인터뷰도 있으니 흥미롭게 볼 수 있다. 2020. 2. 6. 21:40
청춘 아이돌에게 물어본 삶:『아이돌의 작업실』 입력 : 2018. 10. 18 | 수정 : 2018. 10. 18 | B11 아이돌의 작업실 박희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20쪽 | 1만3800원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느낌도 다를 테지만 공통적인 특징이 없진 않을 것이다.아이돌 웹진 ‘아이즈’ 박희아 기자 인터뷰다. 10대와 20대가 우러러 보는 이들의 삶은 어떨까, 묻고 답한다.소속사로부터 하라는 대로만 움직인다 생각하면 곤란하다. 작업 툴을 직접 다루고 A&R팀과 상의해 앨범 콘셉트부터 안무와 파트 분배까지 아이돌이 다루기도 한다.단지 예쁘고 멋지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고 생각하면 또 곤란하다. 이들은 성장하는 존재로 세상에 나왔다. 팬덤은 이들의 성장을 응원한다.단 한 가지. 기자는 묻는다. 여성 아티스트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데엔 실.. 2020. 2. 6. 21:39
단편 소설 일곱 그릇 드립니다:『7맛 7작』 입력 : 2018. 10. 18 | 수정 : 2018. 10. 18 | B11 7맛 7작 박지혜 외 6명 지음 | 황금가지 | 304쪽 | 1만2000원 “허기질 때 읽지 마시오.”농담 아니다. 진짜다. 첫 장부터 감동이 즙처럼 흘러내린다.음식에는 맛있는 냄새가 난다. 이 소설도 그렇다. 한입 베어 먹으면 흐르는 즙에 혹시나 흘릴까 걱정될 정도다.미래에 발전할 3D프린터로 미역국을 만드는 건 어떤가. 어머니가 만들어준 미역국보다 프린터가 만들어준 미역국이 익숙한 시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기계도 따라하는 시대이건만.주인공의 한 마디를 따라가 보면 인간만이 가능한 저편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기억 저편에 숨어버린 미역국 스토리에 첫 작품부터 빠져들지도. 2020. 2. 6. 21:39
만들어진 것에 우리는 주목한다 입력 : 2020. 01. 20 | 수정 : 2020. 01. 20 | 디지털판  미아쟈키 하야오(宮崎駿)는 『미래소년 코난』에서 만들어진 것에 주목한다. 몬스키란 여성이 악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다시금 인간의 순연함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19화에서 만들어진 것의 실체를 깨달은 몬스키의 충격을 그려낸다. 하야오가 담아놓은 인간의 조건엔 아무래도 순연함이 존재하지 않을까. 순연함은 진정성과 궤를 달리 한다. 진정성도 만들어진 것에서 비롯할 수 있기에 만들어지지 않은, 존재 그 자체의 것을 순연함이라 말할 수 있다. ‘만들어진 이념’ ‘만들어진 기억’ ‘만들어진 계급’ 하야오가 지적한 2008년을 훌쩍 넘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우리는 기억 전쟁으로 만들어진 것을 위해 살.. 2020. 1. 20. 22:27
“정여진 先生님,,, 音樂을 들으며 기운내고 있읍니다” 입력 : 2020. 01. 06 | 수정 : 2020. 01. 06 | A31 유튜브 개설한 가수 정여진 감격 댓글들로 인사하기도 기억 소환해 노래하는 현상 미소의 세상, 슈퍼갤즈, 카드캡터 체리, 파워디지몬, GTO, 탐정학원Q, 7인의 나나, 이누야샤, 다!다!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기억에 잊힌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가수 정여진을 발견하자 익숙한 노랫말과 만화들이 스쳐갔다. 오랜 시간 슈퍼갤즈 ‘끌어안고 싶어’를 찾아 헤맸지만 원곡을 찾을 수 없었다. 미소의 세상 ‘그래 그래’도 그랬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어 붙인 한국어 원곡은 어색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기억을 노래하는 현상  대부분의 90년대 생은 가수 정여진의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쟁쟁한 만화 주제가를 정 씨.. 2020. 1. 6. 23:28
10년 전의 편지 입력 : 2020. 01. 01 | 수정 : 2020. 01. 02 | 디지털판 그 때도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다. 아래아 한글에서 지원하는 기본 클립아트를 이용해 하나하나 붙였을 모습을 생각하니, 그 노고를 상상하며 그 때도 웃었던 것 같다. 벌리지 않은 자간이 노랫말을 줄글로 만들었고 반복되는 어구에 큰 글꼴로 넣어 촌스러움이 더욱 묻어났다. 머잖아 이과로 옮겨 간다고 일반사회란 과목을 지나가는. 그런 것쯤으로 생각했겠지만. 담임을 무서워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들어본 적 없는 이 노래를 앞으로도 들어볼 의향이 없다며 시험 범위를 받아 적거나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돼지와 하마를 적당이 섞어 부른 아이들은 저 클립아트가 아래아 한글에서 제공하는 기본 아트라는 사실도 모른 채 살피지도 않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2020. 1. 2. 00:30
너의 시대는 저물어 가는구나 입력 : 2019. 11. 27 | 디지털판  본사에 올라와 저물어가는, 저녁놀을 바라봤다. 청명한 가을은 온데간데없고. 보이는 건 나의 한 숨 너머 퍼져가는 공기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곧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팍팍해진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지만. 그렇지만, 인지부조화로 가득한 우리네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부조리함을 느낀 첫 순간, 어두워져가는 오늘의 하늘처럼. 마치 바라보길 바라던 마음 안고 네거리로 모여든, ‘당신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 그때처럼. 지금의 시대도 오래지 않을 거라 예단하고 말았다. 유감이란 표현과 감정적 술어를 곁들어 아무 문제없을 거라 자신했던.. 2019. 11. 27. 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