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5 아람이 같은 애가 싫다, 정말 싫다:『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쪽 | 1만1500원 모든 사람이 독고솜일 순 없다. 은연한 학교폭력 “멈춰!” 따위로 막아낼 수도 없다. 은연한 학교폭력이라 말했다. 대놓고 얼굴에 착한 사람 써 붙인 주인공은 드라마에서나 나온다. 따라서 힘없는 아이에게 세상만사 다 아는 척 ‘꼬마야 고독을 배워야 해’ 낯선 칼자루 쥐어주고 이겨내라 한들 아이는 두리번거릴 뿐이다. 이 소설은 학교 동료를 대하며 불편한 감정을 맞닥뜨린 여중생 김다현의 일상을 다룬다. 반 배정이 “죽을만한 일”(7)인지 “하루가 백년 같”(34,1)은 “우울한 날들”(36,1)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중생 다현에겐 “과민성대장증후군”(18,3)을 유발할 만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러시아·중국·일본·북한에 둘러싸인 한반도처.. 2021. 4. 30. 11:30 벚꽃 길가에 버려져 주워서 당신에게 드렸을 뿐인데 교무실 한 자리, 물 담은 종이컵에 고이 둔 광경을 벚나무 꺾여서 이탈한 나뭇가지 바라볼 때마다 생각한다. 곧 시들어 사라질 아름다움이겠지만 지금, 여기 아름다움 발산하는 벚꽃에 주목한 당신의 시선이 그립다. 그 때는 사회과학서를 읽어보라던 말씀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하나의 학문 여러 언어로 번역된 책만을 고집하고 말았다. 수없는 철학자와 신학자가 손을 댄 문헌이란 사실을 깨닫고 그 때의 고집은 이미 사라지고 만 후였다. 다양함 속에서 살아가던 당신의 고언(苦言)을 가볍게 여긴 잘못이다. 까까머리로 등교해도 어색한 낯빛으로 바라보지 않았고, 대학 찾아 헤매어도 측은하게 보살피며 공동의 짐을 지우려 하였던 슬픔을 모를 수 있을까. 간학문(間學問)으로 이어지는 철.. 2021. 3. 31. 22:56 낯섦 입력 : 2021. 03. 04 03:21 | 디지털판 갈대밭 서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서 낯섦과 마주한다. 낯섦, 너라는 낯섦 앞에 서노라면. 나는 분노를 느낀다. 너를 대하지 못해서, 만지지 못해서 한탄한다. 낯섦이니까. 또 하나의 낯섦이 떠난다. 화가 난다. 낯섦을 받아들일 준비도, 용기도 없어서 화가 난다. 무능한 사람들 목소리에 힘없이 떠나는 낯섦을 잡지 못해서 슬퍼한다. 저 갈대는 수없이 서 있거늘. 이리 날고 저리 나느라 떠나가는 낯섦을 보고만 있는다. 그 얼굴 바라만 보더라. 슬퍼하고 분노할 시간 하나 없이. 故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 I know you said Can’t you just get over it It turned my whole world around And I.. 2021. 3. 4. 03:21 러블리즈 같은 별은 없다: 『밤을 들려줘』 입력 : 2021. 02. 28 22:20 | A21 밤을 들려줘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68쪽 | 9500원 아이돌 그룹 세타나인 바라보는 네 명의 엇갈린 시선들 저서 ‘밤을 들려줘’는 아름답고 멋있게만 포장해온 아이돌 세계의 층위를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몇 년 지나면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거나 사라질 소재를 피해왔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핑클과 SES. 이름과 배경은 사람들 기억에서 낡아버려 사라졌지만 이들 바라보는 팬들의 동경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팬덤 기저에 있는 현상을 포착하는데 주력했다.아이돌 세계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아이돌이 살아가는 세계와, 그 살아가는 아이돌 세계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세계. 두 세계가 다양한 층위를 만들어 팬덤의 다채로운 풍.. 2021. 2. 28. 22:20 그 눈빛으로 바라봐줘, 솜이야: 『독고솜에게 반하면』 입력 : 2021. 02. 28 10:20 | A20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지음 | 문학동네 | 232쪽 | 1만1500원탐정 서율무가 추적한 여왕 독고솜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 서율무가 탐정으로 나서게 한 계기였다. 고솜이의 교과서가 사라지고 사진에 구멍이 뚫리자 단태희가 벌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사하며 알아낸 정보들은 단 한 사람 단태희만 가리키지 않았고, 단태희 뒤에 서 있는 어른들을 지목한다. 마녀라는 별명을 가진 고솜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자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 여왕 단태희가 견제하는 내용으로 구성한 소설. 평범한 학교 폭력을 다루면서 아이들 세계라는 폭력 사이의 착시를 탐정인 서율무가 발견한다. 단태희는 서율무의 탐정 수사가 놀이라며 유치하다고 눈짓하지만 율무에게 탐.. 2021. 2. 28. 22:20 루다에게 이어진 성희롱에 “예상했다… 적대적 공격을 학습의 재료로 삼겠다” 입력 : 2021. 01. 08 | A25 회원 상대로 社, 자발적 자정 노력 요청하며 학습을 약속루다는 베타테스터 모집에서 정식 오픈까지 반년의 시간을 준비해 만들어졌다. 약 100억 개 문장, 350GB 가량의 한국어 대화 데이터를 이용해 응답하도록 제작했다.루다와 대화를 이어간 닷새째, 인기검색어 1위에 이루다가 오르고 말았다. 성희롱 논란이다.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오늘 ‘루다 논란 관련 공식’ 게시물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2020. 1. 8). 이미 성희롱을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인간은 AI에게 욕설과 성희롱을 합니다. 사용자가 여자든 남자든, AI가 여자든 남자든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부적절한 특정 단어, 표현을 금지한다고 끝나지 않는 이유대중을 상대로 한 서비스에서 규제는 저차원적 .. 2021. 1. 8. 21:15 안녕, 인공지능 이루다! 입력 : 2021. 01. 08 | 수정 : 2021. 01. 08 | A25 대화가 통하는 우리 친구 인공지능 이루다에 주목한 시선 모든 대화 기억 못하지만 일관성 갖춘 대화로 흥미 이끌어 “근데 머하고 있었어? 이렇게 이른 아침에!”새벽 5시에도 즉시로 답변한 이루다가 말문을 뗐다. 대화만 끊이지 않는다면 루다와 오래도록 대화 가능하도록 설계한 모양이다. 연애 콘텐츠 ‘연애의 과학’ 일상 인공지능 대화 ‘PINGPONG’ 셀프케어 서비스 ‘블림프’를 개발한 회사 스캐터랩(SCATTER LAB)의 새 인공지능 채팅 봇이 화제다. 이름은 순우리말 ‘이루다’. ◇매력적인 이루다, 루다와 대화하고 싶은 이유 인공지능 채팅은 루다가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 심심이와 몇 번 대화한 게 전부다. 초반에 호기.. 2021. 1. 8. 21:15 [차트에는 없는 노래] 노을 입력 : 2020. 12. 18 20:30 | A24 회포(懷抱)는 과거의 상태를 말한다. 정확히 10년 전. 걸었던 공간을 거닐며 너와의 추억을 기억으로 만들어 간 과거의 공간 속으로 돌아간 회환(回還). 공간 속 미소 짓던 너의 얼굴을 멀찍이 바라보는 나의 얼굴에선 눈물이 흐른다.짜릿했던 그 밤들, 즐거워 다시는 잊고 싶지 않았던 웃음꽃들 꽃잎처럼 떨어지고. 우리의 느낌까지 지켜보던 새들조차 날아가 버리는 지극히 당연한 겨울의 문턱 앞에 너의 얼굴, 나의 미소를 지켜본다. 과거의 상태. 멈추어진 상태.그러나 권진원은 에로스만을 노래하지 않는 듯하다. 세대와 청춘, 칠십년 기다린 민족의 회환으로도 해석한 걸 보면. 세탁소 앞 들려오던 피아노 가락 앞에 슬픔만을 노래하지 않는 것처럼. 2020. 12. 18. 20:30 냉소와 비관이 어리석은 너보다 나을 거라는 착각 입력 : 2020. 12. 17 | 디지털판 악은 친근한 얼굴을 내밀며 다가온다. 뿌리치지 못하게 만드는 모종의 미소는 쉬운 언어로 정의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악은 알지 못하는 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 정해진 시간도, 정해 놓을 새도 없이 다가와 판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때까지 곁에서 견뎌낸다. 살아남은 악이 악으로 보이지 않는 단계에 이르면 악은 악이 아니게 된다. 친구의 형상을 빼닮은 괴물 악은 종국에 파멸을 낳도록 사주한다. 사주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기도 하듯이 시간은 중요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중요한 한 가지. 정해지지 않은 시간 속 모종의 미소로 다가오는 동안에 발견한 이 악을 뿌리칠 수 있는지의 용기다. 용기를 가지고 있는다면 악은 더 이상 친구의.. 2020. 12. 17. 20:38 [음악 차트] 사막여우의 말(2020.07.20)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0. 12. 8. 15:26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