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865 흔전동 재개발 구역에서 들려오는 네 울음 소리:『구달』 구달 최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64쪽 | 1만1500원 달빛이 비치는 재개발 구역으로 묘사하기 위해 이름을 구달로 정한 게 아니었을까.(246,1) 노란색 구달의 달빛으로 물드는 표지를 쓸어내렸다. 듣고 싶지만 들을 수 없는, 그러면서도 듣고 싶어 귀 기울이는 달이를 상상하며 한 페이지 넘겼다. 언제부턴가 달이는 알 수 없는 소릴 듣게 됐다. 365마트 할머니 손자 강문이의 흔들리는 치아 소리(39,2)에서 걸어가던 여자 구두 굽 또각 소리(42,2)까지. 재개발 앞둔 골목이라 들릴 만한 소리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방에서 훌쩍이는 재현이의 울음소리를 달이의 방안, 눕다 보면 견디지 못할 순간이 다가온다. “그러나 자고 일어난 아침은 모든 감정이 민낯 그대로다. 무방비 상태로 솟아오른 욕망과 생각.. 2022. 5. 5. 19:00 [자유시] ‘한 손엔 아이서퍼 한 발은 교보문고.’ 外 ○‘한 손엔 아이서퍼 한 발은 교보문고.’ 뛰어다니는 회사 위에 날아다니는 MZ 세대 있다. ○시간의 테두리 바깥에서 여름이에게 달려가는 지금.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이 서글픕니다. ○이름도 되찾고 나 자신도 되찾고, 그래서 역겨운 과거의 아이돌. 우리도 그때가 부끄럽다. 2022. 5. 3. 11:03 겨울의서원 지키려 숨 죽여 기다려 온 산바:『멧돼지가 살던 별』 멧돼지가 살던 별 김선정 지음 | 문학동네 | 184쪽 | 1만1500원 한순간 져버린 열여덟 生 국가적 폭력이 빚어 만든 비참히 남은 마음의 상흔 그리고 말없이 떠난 악인 폭력성 주의 잔인한 아버지의 폭력에 눈을 감고 싶었다. 도무지 읽기 어려웠다. 이빨이 딱딱 거리는(33,5) 소녀 유림에게 가감 없이 주먹질 해대는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멍자국을 내주고 싶었다. 힘을 가진 아버지는 힘없는 딸을 내치고 이용해 먹으며 내쳐버린다. 용서하기 힘들었다. 죽이고 싶었다. 불편한 감정은 충동에서 그쳐야 했다. 폭력은 폭력을 부르기에 몸은 상흔 자체를 외면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같은 방식으로 오래도록 외면했던 10년 전 열여덟 살 소년이 떠올랐다. 스포일러 주의 이 소설은 아버지에게 정신 신체적 폭력을 당하는 .. 2022. 4. 28. 19:00 몸만 어른인 사춘기 소년들 입에다가 토마토 된장찌게나 물리자고:『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범유진 지음 | 탐 | 192쪽 | 1만1000원 존댓말하는 어른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로 어린 사람 대한다는 건 한 가지 전제를 담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를 인간으로서 바라본다는 점. 그런 어른에게는 상하 관계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우월하고 열등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모자란 부분을 알기에 가르치지 않는다. 어른들은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한다. 꼭 주먹을 사용하지 않아도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폭력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권위에 호소하면 사람들은 알아서 움직인다. 나약한 이들은 겁 먹고 주먹쥔 호통에 쉽게 따른다. 일일이 고민하지 않아서 편하다. 문제에는 해답이 있고 해답을 찾아가는 지루하고 어색한 갈림길의 연속이지만 쉬운 길을 .. 2022. 4. 21. 19:00 [시대성의 창] 예수가 다시는 부활하지 않았어도 향린교회가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예배당 침탈을 당했을 때의 일이다. 교인들은 향린교회 바깥 어두운 골목길에서 초라해 보이는 고난주간을 보내야 했다. 찬송가 147장 ‘거기 너 있었는가’ 힘없이 부르는 침참속 교인들 풍경이 낯설었다. 낯선 것은 예배뿐만이 아니었다. 기도하는 신자 분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 “십자가도 없이 싸늘하게 식은 저 예배당 안에서 홀로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있을 “그 예수를 우리가 구원해야 할 때”라고 규명한 그분은 예수의 힘없는 무력한 광경을 목도했다.기독교인에게 신의 전능성은 ‘무소부재’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엇이든 구해낼 수 있는, 무엇이든 가능한, 미래의 일들까지도 감찰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러나 현대인에게 기독교적 신은 허상으로 보일 .. 2022. 4. 19. 07:39 [문정동 서재]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外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한국교회 30년을 대형교회라는 소재를 이용해 되짚는다. 선발 대형교회가 카리스마로 성장했다면 후발 대형교회는 주권신자를 통해 유례없는 성장 가도를 걷는데 한국교회에 만연한 대형교회화(化)는 크기에 상관없이 작은 교회에 이르기까지 성장에 눈 멀게 만들고 교인들을 신자유주의 흐름에 동참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저자 김진호 신학자가 주목한다. ▲임계장 이야기 읽으면 읽을수록 욕이 나오게 만들 만큼 노동자 실태를 구체적으로 명확한 직업군으로 설명한다. 명확한 직업과는 달리 모호한 위치에 선 은퇴자들이 먹고 살아가는 지극히 한국스러운 현상을 묘사한다. ▲학교 안에서 적나라하게 학교폭력을 다루는 청소년 문학소설. 동아리는 존재 의미를 모르겠으며 굳이 학교를 폭파시키려는 목적으로 잠입한 용의자의.. 2022. 4. 16. 20:22 [사설] “먼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行間 속에서 한국 사회의 문법을 읽기 위해 되짚은 천안함 피격 사건과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맞닥뜨리기 어려운 미숙함의 연속이었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아픔 속에서 천안함 12주기와 세월호 8주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은 전 세계 얼마 남지 않은 분단국가 대한민국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마흔여섯 용사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생존장병 쉰여덟 명 용사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를 집필한 고려대 김승섭 교수는 천안함 피격 사건 생존장병의 아픔을 되짚는 과정에서 군 내부가 낸 상처에 주목했다. 적이 조롱하는 일보다 내부의 사람들이 생존장병을 돌봐주지 않는 배제하고 차별하는 과정에.. 2022. 4. 16. 03:00 빈 공간 되어버린 동네에서 사라진 수지를 찾는 소년:『편의점 가는 기분』 편의점 가는 기분 박영란 지음 | 창비 | 236쪽 | 1만2000원 사람이 몇 없는 동네란 낯설다. 귀신이 살 것 같거나 나쁜 사람들이 숨었다는 낯섦보다 사람의 온기로 가득했던 이곳이 한 순간 싸늘한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감정이 두렵게 만든다. 항동 철길 거닐기 위해 천왕역에서 나오자 머잖아 낯선 풍경과 마주했다. 접근금지 팻말 좌우로 빨갛고 하얀 무늬 띠들로 가득했다. 흰 종이에 쓰인 문장에는 재개발로 시작하는 내용이 보였다. 철제문이 사라진 빈 출입구엔 거미줄까지 가로 막았다. 며칠 전만해도 어린이가 등교할 것만 같은 풍경에서 낯선 감정을 느꼈다. 한 두 건물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집근처 슈퍼마켓, 상가 건물, 원룸도 같았다.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주인공 소년의 시야에 담긴 구지구(舊地區)는 어땠을까.. 2022. 4. 14. 19:00 [사설] 무책임한 勞動 환경 누구 손으로 끝낼 것인가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4. 14. 03:00 직관적으로 슬픔을 말하는, 그래서 벗어나고픈:『다정한 마음으로』 다정한 마음으로 박영란 지음 | 서유재 | 220쪽 | 1만1000원 슬픔을 말하지 않고도 슬픔을 묘사할 수 있을까. 읽는 동안 두 번이나 그만 읽고 싶었다. 재미가 없는 건 그렇다 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능 볼 나이의 여고생이 산에 올라간다는 소재만으로도 신박했지만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산에 힘겹게 오르기까지의 과정도 아니다. 금세 산에 오르고 내려가는 내용이 전부다. 하나도 궁금하지 않고 재미도 없는 대화와 독백이 이어지다 끝자락에선 졸음마저 몰려왔다. 그 무렵 주인공 다정이가 왜 산에 오르는지 드러난다. 드러나는 방식이 명백해서 어색함마저 느껴진다.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말하려는 건 알겠다. 그러나 소설로 말할 수 있는 문법인지 의문이 들었다. 가공한 결과가 지루함과 무의미한 반복으로 보.. 2022. 4. 7. 19:00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