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865

행운, 조금씩 틈으로 벌려내어 박살내는 것:『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0쪽 | 1만1500원 처음 세 가지에 놀랐다. ①형수라고 부르기에 형의 아내를 일컫는 단어인 줄 알았다. 웬걸 남자애 이름이었다니. ②은재라는 이름으로 PC방을 오가며 ‘다크나이트’로 불리는 모습에 남학생인 줄 알았는데 여학생이었다니. ③이 모든 광경을 CCTV로 지켜보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행운이란 실체 없는 존재가 관찰 중이라니. 그렇다. 행운이란 주인공이 불행과 죽음 사이에 선 아이들을 지켜본다. 스포일러 주의 ◇상처가 만들어 낸 냉소적인 은재 여중생 은재는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해왔다. 다크나이트라 불린 이유도 얼룩진 상처를 가리려던 검은색 카디건 때문이다. 은재가 아버지로부터 머리채 잡힌 모습을 지켜본 건 같은 반 우영과 형수였다... 2022. 12. 4. 21:53
고딩의 탈을 쓴 소설, 차라리 수필이었다면:『서울 사는 외계인』『대한 독립 만세』 서울 사는 외계인들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56쪽 | 1만3000원 고등학생 나이의 남자 아이가 무화과나무 한 그루 서 있는 집 2층으로 이사 왔다. 덥수룩한 머리, 신문지로 창문마저 덮어버린 음침함, 자퇴한 듯 짱 박혀 지내는 어두운 분위기가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아, 미친! 개쓰레기! 양아치 새끼! 이거 정신병자 아냐?”(10,4) 딸의 험한 욕설에도 주인집 아주머니는 친히 끓인 팥칼국수를 문 옆에다 두었다. “너 말 조심해.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또라이, 또라이 하니? 내가 보니까 아주 선하게 생겼더구먼.”(28,7) 2층에 세 들어 사는 자퇴 소년 사우에게 집주인 아주머니가 한글을 배우면서 서로 위로를 건네는 내용의 소설이다. ◇2010년대 후반에 나온 소설이라기엔 믿기 힘든.. 2022. 12. 4. 21:53
무섭지 않은 괴물이라 다정한 화괴:『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308쪽 | 1만4000원 참신한 소재라 하기엔 당장에 떠오른 두 영화가 겹쳐보였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그리고 ‘늑대소년’. 머지않아 여학생이 괴물 남학생을 쥐고서 흔들고 있겠구나 예상마저 들었다. 정해진 각본처럼 눈앞에 펼쳐진 내용이 낯설지 않은 이유였다. 우연한 밤 도서관을 방문한 여자 주인공 세월이 괴물의 형상으로 나타난 남학생 혜성과 마주친다. 정체를 들키고 만 혜성이 세월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굽실댄다. 혜성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의 기억을 먹어야만 했다고 해명한다. 사람의 기억을 먹으면 단박에 정체가 탄로 날 것을 우려해 기억이 담긴 책을 몰래 먹으면 괜찮을 거라 말했다. 세월은 비밀로 해줄 테니 상담 동아리를 만들면 어떨지 제안한다.. 2022. 12. 4. 21:52
[사설] 마음의 빚을 생각하기까지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11. 21. 23:45
[상황설명] 선배가 깨트린 ‘6개월’ 징크스 나쁜 어른들은 잘못만 들출 뿐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11. 7. 20:36
[문쏘, 할 말 있어②] 그 회사의 자가당착… 사람 잃지 않으며 행운을 기다려보자고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11. 7. 20:36
[열여덟, 이런 고3이라 됴아②] 반년도 안 되어 떨어지는 그 애, 잠시 쉬어보면 어떨까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11. 7. 20:36
‘광진’ 이름의 후회… “음료수 건네며 잘해보자 말 한마디 건넸을 텐데”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11. 7. 20:29
[사설] 이태원 참사 백오십여 생명 앞, 슬픔이 우리를 잠식하지 않기를 29일 밤과 너머 세월호 참사 이후 셀 수조차 없는 많은 이의 생명을 잃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을 앞둔 수만 명 사람이 몰리면서 오늘 오전 6시 기준 154명이 깔려 숨지고 14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2022.10.29.) 2014년 세월호 참사 다음 국내 압사 사고 중 인명피해 규모로 최다였다. ‘한국 속 작은 외국’이란 별명을 가진 도심 이태원에서 일어났다기에 믿을 수 없는 참사다. 경찰과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면 해밀톤호텔 옆 폭 3.2m 길이 40m 가파른 골목에서 29일 밤 10시 15분 쯤 몰려든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서 소방서까지 100m 거리로 멀지 않았다고 하지만 접근이 어려워 구조에 난항을 겪었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사상자.. 2022. 10. 31. 10:57
쾌락으로는 알 수 없는 것:『안녕히 계세요, 아빠』 안녕히 계세요, 아빠 이경화 지음 | 뜨인돌 | 168쪽 | 1만원 꼭 섹스를 해야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유독 몸의 쾌락에 집착하는 이들 일수록, 그 횟수에 소유욕을 투사한 만큼 퇴행적 자의식을 드러낸다. 걸레 딱지 붙이는 것도 우습다. 횟수도, 쾌락도 중요하지 않다. 어른이 되어가는 고통 속에서 꿈처럼 달달한 솜사탕 같을 뿐이다. 많이 넣어도 순식간에 녹아 사라져 버리는 맛. 또 입에 넣고 녹여도 다시 먹고 싶게 만드는 맛. 처음 연주에게 느낀 불편한 감정도 오해에서 비롯한다. 그 마음 깊숙한 곳에 숨은 소유욕을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몸은 어른이 되어가지만 생각은 퇴행하고 만다. 연주가 마마보이는 싫다며 호세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내가 먼저 어른이 되었다는 오만함이 아니다. 어.. 2022. 10. 27. 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