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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843

활자에 담긴 모든 이야기:『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원유홍, 서승연, 송명민 지음 | 안그라픽스 | 368쪽 | 2만9000원 활자는 들여다볼수록 모르는 정보를 가르친다. ‘도진희’라는 세 음절(音節)에서 ❶이름 ❷성별 ❸국적 ❹종(種) ❺소설 속 주인공 등 많은 정보를 유추하게 만드는 것처럼. 이미지와 다른 속성을 보인다. 그런 도진희라는 세 음절 사이에 여백이 얼만큼 벌어져 있는지를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커닝(kerning)의 개념은 활자를 정보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영역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쳤다. 한글 창제 기원부터 오늘날 사용하는 글꼴에 이르기까지 알파벳의 영역도 포함해 디자인을 위한 정초(定礎)에 충실한다. 기원을 모르면 현대에 이르는 흐름도 종잡을 수 없는 것처럼 학문적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단지 알파.. 2022. 6. 2. 19:00
삼풍이 무너지고 아파트가 지어져도 세상은 여전하다:『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56쪽 | 1만6000원 삼풍백화점 붕괴만 다루지 않았다. 사고 이후 기억에 초점을 맞춘다. 어째서 붕괴했는지, 보상 받기까지 과정, 새 아파트 지어지고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일목요연하지 않다. 흩어진 기억을 한데 모았다. 따라서 사회의 시선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이라는 삶의 정황을 비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이미 여럿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삼풍 참사의 진실’(2007)처럼 생존자를 중심으로 건축학적 원인을 다루거나 사체와 함께 잔해물을 매립지로 버린 사실을 드러낸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2015)도 있다. ‘KBS다큐 인사이트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시대유감, 삼풍’(2020)은 지대(地代)가 상승할 무렵의 강남 .. 2022. 5. 26. 19:00
회사는 잃어도 사람은 놓지 않는다는 원칙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5. 25. 16:07
[에셀라 시론] 다시 정의를 생각한다 10년 전 화두는 정의였다. 경건한 삶 중심으로 신앙적 삶의 태도를 정의로 본 것이다. 그 시대는 현실세계보다 내면세계를 강조하던 그런 시기였다.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는 신앙의 삶은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높은 도덕심을 요구했다. 높은 도덕심은 ‘구별된 삶’이란 근거로 “아닌 것을 아니”라 말할 용기를 안겼지만 돌아온 것은 사회와의 완벽한 분리였다. 교회와 사회의 분리는 단어로도 명확히 드러났다. ‘세상’과 ‘교회’가 아이히만의 ‘언어규칙’처럼 정의가 아닐 수 있음을 은폐하는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머리는 정의를 추구해야 하지만, 몸은 정의롭지 않으니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세속 정권은 자아를 포함한 신앙 세계를 파괴하는 악마적 존재로 보았고 허상의 적을 낳았다. 보이지 않는 적이 .. 2022. 5. 19. 20:33
어쨌거나 “‘학교폭력/디지털 성폭력/무관심’은 나쁘다”:『학교 안에서』 학교 안에서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0쪽 | 1만1000원 소설을 좋아하면서 바뀐 시선이 있다. 글줄이 길면 이걸 어떻게 상상하며 읽어야 할까 부담감이 앞선 나머지. 인물 묘사, 심리, 상황과 배경을 녹여낸 글줄이 싫었다. 잘 썼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예의 갖춘 독백을 접하며 부담감은 기대로 바뀌었다. 구매할 책을 고를 때, 대화보다 글줄을 들여다보는 이유다. 얼마나 글줄이 아름다운지를 먼저 살핀다. 도입은 좋았다. 학교를 폭파하려는 테러범에 맞선 힘없는 경찰과 영문도 모른 채 학교에 갇히고 만 학생들과 교사라는 설정 속에 앞으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여기까지 좋다. 부실한 대화, 어설픈 설정. 메시지는 명확하다. ‘학교 폭력은 나쁘다.’ 학교폭력 피해자 진술을 적절히 가공.. 2022. 5. 19. 19:00
병신 같은 노동 착취… “한국 사회 문해력을 묻는다”:『임계장 이야기』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60쪽 | 1만5000원 어쩌면 이 손님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생각 없이 바코드를 찍어댔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완전한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는 말해둔 상태다. 다음 근무자를 구하기 전까지만 일하기로 돼 있었다. 정확히 일주일. 일주일 만에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이어진 사장의 말은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있다. “그건 네 사정이고!” 반년에 가까운 시간, 편의점에서 보내온 야간 근무는 즐거울 때도 많았지만 힘겨울 때도 많았다. 밤을 새야 하기에 피로가 누적되어 자도자도 피곤함 연속이다.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다가왔다. 처음 일 시작할 무렵 입었던 옷을 꺼내 입었다. 맞은편 초등학교엔 가을 운동회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출근 후 정겹게 .. 2022. 5. 12. 19:00
[ㄹㅇ루다가] “속고 속이는 관계”… 그러나 신문에는 진심으로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5. 5. 20:43
[ㄹㅇ루다가] 오늘 퇴사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5. 5. 20:43
흔전동 재개발 구역에서 들려오는 네 울음 소리:『구달』 구달 최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64쪽 | 1만1500원 달빛이 비치는 재개발 구역으로 묘사하기 위해 이름을 구달로 정한 게 아니었을까.(246,1) 노란색 구달의 달빛으로 물드는 표지를 쓸어내렸다. 듣고 싶지만 들을 수 없는, 그러면서도 듣고 싶어 귀 기울이는 달이를 상상하며 한 페이지 넘겼다. 언제부턴가 달이는 알 수 없는 소릴 듣게 됐다. 365마트 할머니 손자 강문이의 흔들리는 치아 소리(39,2)에서 걸어가던 여자 구두 굽 또각 소리(42,2)까지. 재개발 앞둔 골목이라 들릴 만한 소리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방에서 훌쩍이는 재현이의 울음소리를 달이의 방안, 눕다 보면 견디지 못할 순간이 다가온다. “그러나 자고 일어난 아침은 모든 감정이 민낯 그대로다. 무방비 상태로 솟아오른 욕망과 생각.. 2022. 5. 5. 19:00
[자유시] ‘한 손엔 아이서퍼 한 발은 교보문고.’ 外 ○‘한 손엔 아이서퍼 한 발은 교보문고.’ 뛰어다니는 회사 위에 날아다니는 MZ 세대 있다. ○시간의 테두리 바깥에서 여름이에게 달려가는 지금.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이 서글픕니다. ○이름도 되찾고 나 자신도 되찾고, 그래서 역겨운 과거의 아이돌. 우리도 그때가 부끄럽다. 2022. 5. 3.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