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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편의점은 요지경①] 어색한 낯, 언짢은 투, 살가운 척… 완전 꼰대 같은 교대 근무자

자유의새노래 2024. 11. 2. 07:00

“‘또 오세요’는 무슨!” 께름칙한 할아버지와의 첫 만남
겉모습은 겉모습일 뿐, 지레 짐작했던 내가 바보였다

 

“’또 오세요’는 또 오란 소리 같잖아. ‘좋은 하루 되세요.’ 정돈돼야지.”

기분이 팍 상했다. 또 오란 말이나 좋은 하루 되란 말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첫 만남부터 어긋난 것 같았다. 다른 시간대 근무자 말이다. 나의 근무 시간은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다. 사장님이자 점장님은 연습 겸 오후에 나오라고 하셨다. 첫 만남은 순조로웠다. 가벼운 캡 모자를 쓴 중년 아저씨였다. 인상이 좋았다. 아르바이트생이 될 나에게 음료수 한 잔을 건넨 후덕한 인품이 마냥 좋았다. 그 할아버지(진) 근무자가 마음에 걸렸지만 말이다.

사장님은 너그러웠다. 포스기를 다루는 방법부터 냉장 진열대에서 매대 각 분야에 이르기까지 세세히 가르쳤다. 어려울 건 없었다. 갑자기 손님이 밀려왔다. 계산과 거스름돈 돌려드리기를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실수 남발이었다.

“천천히. 천처~니. 거봐. 서두르니까 실수하잖아. 잘못 알아듣고.”

아직 멀티태스킹은 어려웠나 보다. 머쓱했다.

3박 4일 훈련은 끝이 났다. 할아버지 근무자를 만난 것도 훈련 기간 중에서였다. 본격 투입에 나섰다. 밤 10시 45분. 첫날은 사장님과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아들에게 집을 맡기고 떠나는 사람들 같았다. 둘째 날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아까 말한 그 할아버지 근무자 말이다. 되게 꼰대 느낌이 낭낭했다.

좀 긴장이 됐다. 괜히 첫 단추 잘못 끼우면 서로 곤란해지니까.

 



“안~녕.”

앞으로 매일 볼 얼굴일 줄은 몰랐다. 15분. 인수인계가 이뤄졌다. 결과를 말하자면 군기를 잡는 것도 아니었고, 꼰대도 아니었다. 뭐랄까. 같이 있다 보니 불편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일하는 동안 참 많이 웃었다. 장난도 곧잘 치는 할아버지였다.

어느 날은 “매일 쓸고 닦기 전 먼지부터 털고 청소한다”고 자랑했다. 그랬더니 그가 퇴근 직전에 먼지 하나 있나 검지로 슥 닦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뱉은 한 마디.

“흠. 인정.”

말없이 따봉만을 날리는 뒷모습에 넙죽 절했다.

편의점 야간 업무는 힘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자도 자도 피곤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근무자를 생각해서 한 번도 지각한 일이 없었다. 그만큼 넉살 좋은 사람이었다. 편의점에서 일할 때마다 느낀 게 있다. 사람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존재였다. 할아버지 근무자도 그랬다.

그는 심심하면 내 이름을 불렀다. 하나하나 하고 싶은 말들을 챙겨주었다. 회사 나가는 아들 옷깃 여미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런 아버지 같은 분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별다른 호칭도 없었다. 그냥 이름도 별명도 직함도 없이 주어를 생략하고 그분을 부른 것 같다.

아, 그분의 이름. 한 번이라도 여쭈어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