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970 운전면허와 선생님 수능을 마치면 하나둘 자동차 면허를 딴다고 하죠. 게을렀던 저는 반값으로 면허를 따게 해준다는 유혹에도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4년 전 여름, 삼촌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면허를 땄습니다. 10년 전 면허를 땄다면 오래도록 장롱면허였을 테고 운전 감각을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을 겁니다. 그해 여름, 학원에 첫발 디딘 때가 떠오르네요. 필기시험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원장님의 탁월한 강의 덕분이었습니다. 12년 공교육보다 뛰어난 원장님의 강의는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나중에는요 적중 문제를 예언하셨는데요. 그 문제들이 시험에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밤새 예상 문제를 푼 것보다 강의 한 번 들었던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장내기능 시험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처음 트럭을 몰았던 날, 투박하게 생긴 선생님이 .. 2024. 11. 25. 11:47 [부음] 유한태 수석논설위원 별세 ▲유한태 수도권일보 수석논설위원 별세, 23일 일산명지병원장례식장, 발인 25일, (031)-810-5444 2024. 11. 24. 10:30 조선닷컴 할아버지를 고소하기로 작정한 날 고소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소장을 적어야 하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참으로 번거로운 일입니다. 경찰을 만난다는 게 뭐 쉬운 일이겠습니까. 웬만하면 “허허” 웃고 넘어갔습니다. 그냥 기분 나쁜 정도면 참고 넘어가겠는데요. 이 날 만큼은 아니 꼬운 거였어요. 곧장 아래아 한글을 열어 고소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고소장을 우편으로 접수했고, 며칠 후 형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피고소인은 조선닷컴에 한 할아버지였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정말 무례한 사람입니다. 무례한 도를 넘어서 한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그런 사람입니다. 하는 말이 얼마나 예의가 없는지, 무지함이 철철 흐르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동성애는 감염병도, 정신병도 아니”라는 저의 댓글에 굳이 “너희 어머니가 동성애.. 2024. 11. 24. 09:02 너와의 300일 저는 한번 붙들리면 강렬하게 사랑하는 스타일입니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말이죠. 신문이 그렇습니다. 이 신문 자유의새노래 말입니다. 신문을 만들 때면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밤이 되든 낮이 되든, 새벽에도 깨어 신문을 만들고 싶은 열의에 불타 오를 때 살아있다는 걸 느낍니다. 오후에는 신문사를 다니면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신문을 만드는 제 모습을 보며 혼자 낄낄 거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신문을 사랑합니다. 지금도 다음 호를 어떻게 만들지, 1면 배치와 레이아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그랬습니다. 신을 향한 경외심은 저를 밤낮 신앙인으로 만들었고, 교회 생활에 충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몸을 갈아 바치며 교회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하지 않은 일이 없을 지경입니다. 청소부터 예배 인도, 학생회장, .. 2024. 11. 23. 08:45 아득한 난고의 저 끝 밤 지금도 심장은 뛰기에… 9월 어느 날. 직장 생활에 치여 몹시 피곤한 저녁이었습니다. 마음은 재가 되어버려 도무지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습니다. 고맙게도 친구는 회사까지 와주겠다고 해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선배와 동료, 대표까지도 퇴근한 오후 6시. 적막감만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친구와 회사 건물에서 나오자 그날 저는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노을, 보기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겠네.” 정동길은 퇴근 시간을 좀 넘겨야 숨통이 트입니다. 맛집으로 유명한 허수아비돈까스는 한산했습니다. 덕분에 친구에게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사실 제일 힘든 사람은 제 친구 놈이었는데 말이죠. 선교단체에서 열심히 일하던 놈인데요. 하루 수면 4시간. 저라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2024. 11. 22. 08:50 찔리고 베이고 아파도 멀어지지 않음은 지난 겨울 점심이면 회사 근처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습니다. 예쁜 길과 달리 속설은 지독합니다. 연인이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2018년 영국대사관으로 연결된 100m와 70m 거리가 모두 개방되면서 그저 옛말에 불과하게 됐습니다. 또 지독한 점이 있습니다. 평일 낮, 하도 사람이 많아 걷기 거북할 지경이라는 점입니다. 정말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향신문사 앞부터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서울시청에 이르기까지 왕복 3㎞를 걷습니다.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돌담길과 시청 앞 광장은 언제나 다채로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룹니다. 버스 운행과 관련해 시위를 벌이는 민주노총과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고 외치는 태극기든 시민까지…. 그러다 연령과 지역별로 다 모인 듯 길목에서 애국심 가득한 노인을.. 2024. 11. 21. 12:36 [인류의 마음 박물관①] 라디오에서 들려온 ‘세상:소음’, 어른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인걸 “밥은 챙겨 먹을 수 있겠어?”“나 열여덟이야. 어른 면허증 취득해야지.”정부는 ‘어른 면허증’을 도입했다. 사람마다 어른이 되는 속도는 다른데 모두 20살에 어른의 책임감을 갖는 건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기점으로 사춘기 소녀가 어른이 되는 경우도 생겼고, 반대로 50살이 넘어서도 아이에 머물러 있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권력자들의 상당수는 아이가 되었다. 이제 이들은 권력은커녕 어른 면허증을 따기 급급한 처지가 되었다. 면허증의 요건이 수록된 어른 사전이 나오기에 이르렀으니 말 다 한 셈이다.나는 여름비를 배경 삼아 어른 사전의 책장을 넘겼다. “어른에게 필수적인 자질은…. 하암.” 하루 종일 사전만 괴고 있자니 눈이 절로 감겨왔다. 수면제가 아주 따로 .. 2024. 11. 20. 19:00 천 년 화괴 앞 세월에게 이별을 맞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언제나 이별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아무도 없는 머나먼 별나라로 떠나는 기분 같습니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가장 먼 곳으로, 아니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서글픕니다. 죽음도 그렇습니다. 다시는 이 지구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절망감이 마음을 공허하게 만듭니다. 이별은 성숙한 사람이라도 견디기 어려운 마지막 인사일 겁니다. 그 인사마저 하지 못하고 떠나는 인연이 얼마나 많습니까. 청소년 문학소설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에서는 독특한 괴물이 나옵니다. 남자 고등학생으로 변신해 사람인 척 인간들의 기억을 훔쳐 먹는 이 화괴는 제가 본 괴물 중에서 가장 다정합니다. 괴물은 무서워야 정상이죠. 정체를 알 수 없는, 종잡을 수 없어 두려운.. 2024. 11. 20. 08:25 네가 카톡을 차단하든 말든 카톡 읽씹만큼이나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태도란 아마 퉁명스러운 대답일 겁니다. 말붙이려 선톡을 날려도 돌아오는 건 차가운 대답뿐이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말 한 마디 못 붙이게 냉대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건 분명 읽씹만큼이나 불쾌한 태도입니다. 저는 웬만해선 퉁명스레 대답하진 않습니다. 그런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퉁명스레 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걔를 속으로 ‘녀석’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겉으론 “~씨”라고 불렀지만요. 새벽까지도 카톡을 주고받고, 회사 가서도 일하기 싫다며 찡찡대기도 했으며,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심심할 때마다 점심도 같이 먹을 만큼의 가까운 관계였습니다. 처음 아이폰을 구매하러 애플 명동점에 갔을 때도 함께 했을 정도니, 뭐 .. 2024. 11. 19. 14:05 좁은 사고방식의 그런 지구, 정복할 이유라도?:『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차별과 편견 가득한 지구별공존이 해결책이라 하지만작은 별의 멸망 필연일지도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듀나 지음 | 창비 | 80쪽 | 1만원 한 번 읽고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웹사이트 이곳저곳을 뒤져야 했다. 간단한 도식을 보고 나서야 또 하나의 편견이 깨지고 말았다. 인간과 비(非)인간의 구분 말이다.메카 공룡인 당근이를 괴롭히는 십 대 중반의 남자아이들과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의 진짜 공룡과 가짜 공룡의 구분은 차별적인 지구별의 행태를 폭로한다.차별의 문제는 지구에서 사는 인간의 오랜 문제다. 언제나 차별은 존재했고 어디에서나 차별은 작동했다. 작가가 SF 장르를 통해 차별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 더 상상력을 가동해 보았다.바로 메가 공룡과 생물학적 공룡의 차이를 구분하는 게 어리석은 일인.. 2024. 11. 18. 15:34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