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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866

[주마등] ‘새로운 천사님이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박살난 시계의 죽음 멈춰버린 나의 시간 지친 마음 엎드려서 말없이 눈물 흘리다 찾아온 새로운 천사 예정된 반항이 아니었듯 박살난 시계의 죽음도 예정에 없었다. 초침은 멈추었고 나의 시간도 밤 10시 22분을 넘어서지 못했다. 갈아입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아침을 맞이해도 불편한 마음은 여전했다. 서너 번 깨어서도 기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쯤이면 풀릴 듯한 감정에서 격한 분노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파도를 겪어야 했다. 이를 악 물었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책임은 오로지 나에게 돌아올 뿐이다. 게으름을 피웠으니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으니까. 못난 인성을 가졌으므로. 노력하지 않은 죄로. 절망의 숲 사이로 간간히 비치는 햇살에 짜증이 났다. 청명한 하늘은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을 내 마음을 조금도 알.. 2024. 5. 8. 19:35
이거 연기야 찐이야?… 그들의 맨얼굴 ‘하이퍼리얼리즘’: 「뷰티풀너드」 인간의 솔직함 여과 없이… 코미디 유튜버 뷰티풀너드 전세사기 당한 이시온이 옷가게 사장인 방수아에게 얹혀 살다가 사귀게 된다는 설정. 막장이 치닫는 유튜브 세계에선 흔한 시놉시스 같지만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 버린다. 하이퍼리얼리즘(초사실주의) 연기 때문이다. 구독자 72만명, 누적 조회 5억회가 넘은 유튜브 채널 뷰티풀너드는 멤버 최제우, 전경민으로 구성한 2인조 유튜버다. 눈 여겨 본 재생목록은 ‘힙합 다큐: 언더그라운드’ ‘미식한 고독가’ ‘M생을 찾아서’ ‘MZ를 찾아서’ 정도다. 힙부심 래퍼들을 풍자하는 ‘언더그라운드’는 하루 만에 조회 88만회를 넘길 만큼 인기가 뜨겁다. 패륜 드립에 익숙한 래퍼 케이셉(최제우 분)과 포이즌(전경민 분)의 티키타카가 찌질한 연기의 극치를 보여주기 때문이.. 2024. 5. 8. 19:35
하나뿐인 절친 애증하는 가족 좋아하는 썸남… 그 모든 게 어그러지고: 「지랄발광 17세」 지랄발광 17세켈리 프레몬 |  크레이그 감독 | 102분 | 15세이상관람가 | 2017 아빠를 심장마비로 떠나보낸 건 시작일 뿐이었다. 인생의 쓴맛은 연이어 터지는 법일까. 곰팡이처럼 싹트는 여드름, 수준 떨어지는 동급생들마저 나를 피하는 것 같은 분위기, 믿음직한 이미지 하나로 깝치는 오빠에게마저 빼앗겨버린 엄마, 설상가상 하나뿐인 절친을 오빠 침대 위에서 보게 될 줄이야!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다. 결과적으로 절친과 가족, 그 미운 오빠까지도 떠나버렸다. 여고생 네이든 이야기.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고 깨달았을 때 이제 막 어른이 된 어린 내가 떠올랐다. 무언가 가슴 속 꿈틀거리는 불쾌감. 어른이 되거나 말거나 무료한 시간들. 그러면서도 ‘갑자기 어른이 되면 어쩌.. 2024. 5. 8. 19:35
[차트에는 없는 노래] Bubbles&Mushrooms 터지고 터져도 사라지지 않을 거품. 거대한 모양이지만 동시에 쉽게 사라져 버리는 허상. 천국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지옥의 문을 여는 거품. 언제나 그 거품의 모양에 속아 버리고 말지만 또 다시 맛보고 마는 버섯. 2024. 5. 8. 19:35
[음악 차트] 부서져버릴 동백꽃 되어(2024.04.05)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4. 5. 8. 19:34
25시, 26시... 시간마저도 사들여 망가지는 사람들:『숲의 시간』 숲의 시간 김진나 지음 | 문학동네 | 192쪽 | 1만1000원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흠모할 수는 있으나 그 아름다움을 훔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아름다움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다. 욕망은 할 수 있으나 훔칠 수 없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을 가질 만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생태계는 돈이면 모든 아름다움을 살 수 있다고 속삭인다. 자유와 사랑, 우정과 시간까지 모조리…. 그래, 모든 걸 돈으로 사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또 얼마나 편리하게 썩어 버릴까. 모든 존재에는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인간의 삶에도 정해진 시간이 있다. 정해진 시간을 무제한으로 만들려는 무모함이 돈의 존재와 인간의 욕구에서 출발한다. 이 책 ‘숲의 시간’에서 묘사된 도시 크룽을 보면.. 2024. 5. 8. 19:34
‘꼭 복싱이어야만 했나’ 복수라는 지루한 여정:『싸우는 소년』 싸우는 소년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55쪽 | 1만1500원 솔직한 마음으론 읽는 내내 지루했다. 소재는 복싱인데 복싱과 상관없는 내용이 소설 전체를 감싼다. 군더더기가 많은 문장력은 이해한다. 그럼 소재를 잘 활용해야 했다. 복싱 말고 검도가 됐든 태권도가 됐든 운동 종목 아무거나 바꿔놔도 전개에는 아무 상관없을 지경이다. 주인공이 왜 복싱을 배우려 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질질 끌다보니 훈련 과정이 빈약했다. 그냥 싸움 잘하는 동네 형한테 찾아가서 한 달 수련하는 게 나을 정도다. 아니면 “난 복수하는 녀석한텐 복싱 안 가르친다”는 도도한 주찬영 관장 보란 듯이 스스로 단련하며 마음을 돌이키는 설정도 괜찮았을 텐데. 그런 거 없다.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욕설도 촌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 맥.. 2024. 5. 8. 19:34
첫 생리, 소녀는 시술을 결심했다:『창밖의 아이들』 창밖의 아이들 이선주 지음 | 문학동네 | 196쪽 | 1만2000원 주인공 유란을 보면서 이제 곧 여고생이 될 열여섯 소녀가 아니라 서른 살도 훌쩍 넘은 작가 이선주가 보였다. 나쁘게 말해서 서른 넘은 여성이 교복을 입고 ‘인생은 이렇다’더라 미소 짓고 있었다. “내가 본 그것들을 정직하게 쓰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래서 소개글에 나온 것처럼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경험을 청소년 주인공 소설보다 지금 자신의 에세이나 소설로 써봤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땐 ‘와! 훌륭한 문장력, 대단한데?’하고 놀랐지만 두 번째 읽었을 땐 ‘처음 읽었을 때보단 별로네’ 생각했고 세 번째 땐 문장력은 훌륭한데 왜 감동이 식어 버렸는지를 깨달았다. 문장력.. 2024. 5. 8. 19:34
고고한 자태 군생활의 전부를 이곳 동해에서 보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침식이 진행 중인 파도는 여전했다. 늘 보던 거라며 뭐 하러 여까지 바다 한 번 보느라 오느냐고 말하지만, 올 때마다 마음은 뭉클하다. 유려한 옥구슬 같은 파도를 보노라면 잔잔함이 밀려온다. 새벽에만 볼 수 있는 대공초소 앞바다가 어제처럼 가깝게 느껴졌다.해가 지는 파란 물결 속에 고고한 자태로 서 있는 갈매기를 보았다. 사진으로 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는 갈매기를 보자 굳건한 감정을 느꼈다. 늘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지켜내는 것 마냥 단단함을 본 것이다. 세상이 요동치고 미쳐 돌아가도 당신처럼 서 있고 싶었다. 2024. 5. 8. 19:34
[고마운 이름들⑤] 말없이 도둑놈 놔주며 “됐다, 그만 가 봐라” 버찌씨도 2센트도 아닌 ‘빈손’에 지난 번 초코칩쿠키는 대성공이었다. 허겁지겁 삼키느라 제대로 음미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리라 다짐했다. 점원이 보지 못한 것 같다. 슬쩍 왼쪽 다리에다 겹쳐다가 홧김에 나와 버렸다. TV에 정신 팔리느라 못 보는 것 같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때는 초등학교 2학년. 오늘도 챙겨오라던 준비물을 빼놓고 갔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존나 아픈 기억만 남은 걸 보면 손바닥 아작 날 만했다. 불과 20년 전 엄한 회초리와 귀싸대기가 일상이던 시절의 얘기다. 그땐 거짓말이 일상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도둑질도 많이 했다. 친구네 집에서 훔쳐온 장난감만 몇 주먹이나 쥐어야 할 정도였다. 실컷 놀다가 배가 고파졌다. 상가 건물에는 1층에 마트와 맞은편 교회가 .. 2024. 5. 8.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