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인윤가은 감독 | 119분 | 12세+ | 2025 십여 분이었을까. 조금은 과장돼 보이는, 그래서 어색하고도 낯익은 주변 사람들의 웃음과 주인공의 미소. 아버지는 없지만 단란해 보이는 가족과 학교를 날아다니는 여고생 주인. 영화 초반, 오랜 시간 평범한 모습에 할애하던 감독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극단적이고 거침없는 여고생 심미적 즐거움의 코마츠 나나 거침없는 캐릭터, 낯설지 않은 같은 얼굴. 허나 한쪽 이야기는 달달했고, 남은 이야기는 쓰디쓰다. 같은 얼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코마츠 나나(小松 菜奈)의 연기력에 흡인력을 느끼고 말았다. 갈증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청소년
이런 제목 어때요?최은경 지음 | 루아크 | 232쪽 | 1만7000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만천하에 알려지고 다음 날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단 네 글자였다. ‘부끄럽다’ 조선일보와 박근혜를 분리하고 국민과 조선일보를 이입시키는 유체이탈 화법도 놀라웠지만, 내가 정말 놀란 건 단문이었다. 조선일보는 단 네 글자로 부끄러움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2012년 3월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현장 조사 차 방문한 일이 있었다. 공정위 조사관들이 신분을 밝히고 건물에 들어가려 했으나 출입을 50분 동안 가로막았다. 그새 삼성은 관련 자료를 통째로 폐기했고 책상과 서랍장을 바꿔 조사 대상 직원의 컴퓨터를 새것으로 바꿔치기한 게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음 날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이랬다. ‘삼성 눈에는 이 나라 법은 법같이 보이지 않는가’ 가끔 조선일보 기사와 사설 제목을 보면 ‘심판자 조선일보’의 우스운 태도가 느껴진다. 조선일보의 제목은 언제나 강렬하지만 그 의도를 들여다보면 권력에 대한 적나라한 태도를 가늠할 수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음 날 신문은 제각각 1면 제목을 다채롭게 달았다. ‘”어찌 됐든 사과” 140분 맹탕 회견’ ‘고개만 숙였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맹탕, 고개만 숙였다고 비판했다. ‘’김건희 의혹’ 부인한 윤, 특검 거부’ 동아일보는 고집부리는 윤석열을 강조했다. ‘아내 처신 머리 숙이고 의혹 앞엔 고개 숙였다’ ‘윤 고개 숙였지만, 의혹엔 고개 저었다’ 국민일보와 한국일보는 대통령의 사과와 의혹에는 고개를 저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만 달랐다. ‘“저와 아내 처신 올바르지 못해 사과드린다”’ 마치 윤석열이 정중하게 국민 앞에 사과하는 내용으로 제목을 단 것이다. 도대체 의도가 무엇인가.
일러스트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2024 서울 일러스트코리아 윈터’가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아티스트만의 독창적이고 담백한 스토리가 담긴 작품에는 각각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사흘간 열린 전시회에서 인기·신진 작가 350여명이 참가했으며 수많은 관람객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체험하는 등 후끈한 열기가 이어졌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둘러보는 데에만 3시간가량이 걸렸다. 전시회에서 주로 출품된 작품은 ▲엽서 ▲스티커 ▲명함 ▲키링 ▲책 등 굿즈였다. 부스를 지나갈 때마다 명함을 주는 작가들이 많았다. 친절한 웃음과 함께 건네 받는 작품에 흐뭇하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느타&부보: 그림과 양모펠트의 완성도 높은 조합 치타와 나무늘보를 캐릭터로 귀엽게 재탄생한 느타&부보(E-137)에도 눈길이 갔다. 그 어떤 작품보다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I 절망하는 존재여 이름 없는 사람의 고고한 너의 일상 E 마지막 계절의 끝에서 말없이 뒤돌아서 보니 N 너에 대한 이야기 종이에 담긴 마음 지우지 않을 기록 S 말은 떠나갔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궂은 네 이름 서사 F 빗장 훤히 열어라 열어 두는 만큼만 달게 받을 꿀단지 T 이것저것 복잡한 설명 한가득보다 담백한 게 더 해답 J 진실보다는 감정 감정보다는 마음 마음보다는 해석 P 말없이 내리는 비 말없이 달리는 말 주의하라는 경고 ★ 오답이라 말하고 아니라고 말해도 믿지를 않으시네 ♥ 손짓으로 말해도 발짓으로 전해도 마음으로 통한다 1 작은 네 소망으로 굳센 의지와 함께 희망을 노래하라 2 진리를 걷는 이의 애초로운 빚 숙명 애달파도 걸으리
끽해봐야 슬리퍼나 신는 게 전부였던 내가 크록스(CROX)에 빠지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여자친구 집에는 낡은 핑크색 크록스가 현관 한편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우연히 신어볼 일이 있었다. 그날, 크록스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못생긴 신발’ 크록스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7월 KBS 뮤직뱅크에서 낯익은 신발이 뜨거운 화제를 모았는데 여자 아이돌 뉴진스가 크록스를 신고 나타난 것이다. (2023.07.15) 해린이 신은 크록스는 연두색 크러쉬 클로그. 댓글에는 “뮤비 착장 그대로 나왔다”며 “리즈 강고양이”라는 칭찬이 줄이었다. 크록스의 인기는 전 세계적이다. 저스틴 비버가 2021년 4월 그래미 어워즈에서 크록스를 신은 것이다. 정장에 크록스라니. 포스트 말론, 레인보우 사마리아 등 다양한 협업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며 소비자들에게 크록스를 어필하기도 했다. 크록스의 인기는 가벼운 재질과 튼튼한 내구성, 그리고 커스텀 문화가 한몫했다. 크록스는 13개의 구멍에 지비츠를 끼울 수 있는데 이 지비츠가 브랜드 매출 8% 이상을 차지한다. ‘신꾸’(신발 꾸미기) 열풍을 일으킨 공신인 것이다. 이번 늦여름, 캐리비안베이에 갈 일이 있어 아쿠아슈즈 대신 크록스를 사기로 했다. 웬걸, 사은품으로 지비츠를 묶음으로 받았다. 여자친구와 지비츠를 샀다. 여자친구를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듀나 지음 | 창비 | 80쪽 | 1만원 한 번 읽고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웹사이트 이곳저곳을 뒤져야 했다. 간단한 도식을 보고 나서야 또 하나의 편견이 깨지고 말았다. 인간과 비(非)인간의 구분 말이다. 메카 공룡인 당근이를 괴롭히는 십 대 중반의 남자아이들과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의 진짜 공룡과 가짜 공룡의 구분은 차별적인 지구별의 행태를 폭로한다. 차별의 문제는 지구에서 사는 인간의 오랜 문제다. 언제나 차별은 존재했고 어디에서나 차별은 작동했다. 작가가 SF 장르를 통해 차별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 더 상상력을 가동해 보았다. 바로 메가 공룡과 생물학적 공룡의 차이를 구분하는 게 어리석은 일인 만큼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 또한 다르지 않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손바닥만 한 지구에서 우열을 가리는 일이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인간의 공격성은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 차별이란 근거도 생존 본능의 한 증거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는 차별이란 칼날의 끝은 언제나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작가는 공존을 택한 게 아닐까. 나는 이 지점에서 작은 별 퍼피레드가 생각났다. 끝내 공멸하고 만 또 하나의 세계, 그 세계를 돌이켜보면 멸망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향한 핀잔과 조롱, 절망이 뒤섞인 공간, ‘우리끼리’라는 차별과 남의 인생이나 어림잡는 편견이 난무하는. 끝끝내 돈이 없어 파괴되어 버린 마지막 자본주의적 결말까지도. 그런 사람들만 지구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현준 건축가의 말처럼 만일 인공지능이라면 이런 좁은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의 지구를 떠나 살지 않을까. 굳이 인간을 죽여가면서 지구를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그런 인간들과 마주하며 퍼피레드 할 이유는 무엇일까.
I 끊임없는 용기 타오르는 불꽃 그럼에도 너는 E 아픔도 슬픔도 이젠 모두 안녕 잘 가라 과거여 N 네 숨결로 따뜻한 낙엽으로 익어갈 군고구마 굽는 밤 S 터벌터벌 걸으며 문뜩 뒤돌아보니 벌써 겨울이구나 F 뒷담에 험담하고 트집이나 잡으니 고약한 미운 심보 T 의지하지 않아도 가능성 있다고요 믿으세요 자신을 J 넘어지고 깨지고 되돌아가더라도 희망이라는 이름 P 사방이 가로막혀 절망적인 때라도 건져냄 받으리라 ★ 애매한 대답보다 선명하고 분명한 색채가 정답이다 ♥ 값비싼 약보다도 대자연의 풍광에 흠뻑 빠져 봄직도 1 너의 이름에 담긴 깊이와 능력, 의미 가능성을 믿는다 2 숨겨진 진실 주의 바람에 담긴 의미 한뜻만은 아닌데
정겨운 영화의 한 장면 [괴물] 앞에서 가수 조용필의 뛰어난 위력을 느꼈다. 영화의 변주를 그저 패러디쯤으로 여겼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배우 이솜의 장면과 갑자기 등장한 영화 속 낯선 이솜에게서 한 가지 의아한 감정을 느낀다. ‘당신이 저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데.’ 머지않아 이솜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알츠하이머라는 불편한 진실을 떠올리고 말았다. 장면의 변주는 [부산행]과 [응답하라 1997]을 떠올리게 했고 마냥 패러디처럼 보이던 파편화된 장면들은 곧 한 여인의 인생임을 깨닫는다. 전 인생을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다시 보는 병실 속 이솜은 알츠하이머 환자인 것이다. 이름조차 없는 6·25전쟁과 어쩔 수 없는 아들의 군 입대, 여인은 말없이 미소를 가득 안은 채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기억은 더 멀리 1991년 학예회로 돌아간다. 텔레비전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낯익은 얼굴을 본 여인의 미소는 곧 무표정으로 바뀌고 곧 간호사였음이 드러난다. 여인을 애초롭게 바라보는 배우 박근형의 낯빛은 더욱 장면을 슬프게 만든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에서는 여인의 기억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과 한국의 경제 성장 그리고 발전사, 딸의 수능, 아들의 군 입대, 학예회, 점차 기억은 어렸을 소녀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마주한 어머니. 가장 원초적인 고향이 속삭인다. “그래도 돼.” 무릎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강한 힘. 다시 그 힘이 다음의 시간을 살아가는 배우 전미도와 변요한에게 미소가 되어준다. 영화 [괴물]과 [부산행]까지는 그래도 괜찮은 서사였다고 생각한다. 살만한 시대의 살만한 메시지 말이다. 이후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더 글로리]에 이르러 현대 한국인은 더욱더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는 듯하다. 극단이 만든 자본주의의 숨겨진 웃음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경쟁, 개인으로 파편화되어 철저히 ‘서울’만 남은 한강의 최후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철저히 노인의 죽음을 묵인하고 있다. 압도적인 노인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은 다음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욱 외면을 권고한다. 살아남기 위해 버려야 할 존재라는 것을. 여인 곁에 남은 박근형과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그나마 나은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그마저도 기억할 텔레비전조차 없는 이들은 끊임없는 기억의 변주 속에서 스스로의 세계가 사라져가는 공포를 매일 경험한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사를 끝없이 찬사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트라우마를 단 한 번이라도 직면해 본 일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여러분의 머리를 스쳐가는 수많은 잔혹한 사건들. 이름조차 없는 6·25전쟁까지도.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일단 1950년도 6·25전쟁을 겪으며 온 국민이 트라우마 환자예요. 그거 한 번도 제대로 치료한 적 없어요. 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식을 낳고 굉장히 집에서도 폭력적으로 자식들한테 했고, 사회구조도 그렇게 돌아갔고…. 제주 4·3 그렇게 민간인이 3만명이 학살당했는데, 그 트라우마 한 번도 치료한 적 없어요. 광주항쟁? 한 번도 치료한 적 없어요. 이런 것들이….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이 온 사회에 굉장히 넓게 퍼져있는데…. 그런 것들이 이렇게 누적이 되다 보면 타인에게 적절한 정도의 공감을 한다든지, 타인의 고통에 감정이입을 한다는 것이 사회구조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져요.”(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정혜신) 발전의 정점에 이르러 사람들이 미치고 좀비가 되어도 여인은 웃는다. 피부가 쭈글쭈글해지고 나무 도형을 맞추지 못해도 여인은 웃는다. 여인에게 남자는 슈트 입은 멋진 아들이고 여자는 마법 소녀로 변신한 딸로 보일뿐이다. 그럼에도 여인은 환하게 웃는다. 여인은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가왕 조용필 신보 11년 만전 국민 눈시울 붉힌 뮤비 외면하고 싶은 진실애틋한 눈빛의 노쇠한 남자한국 발전사와 소녀의 시간 그렇게 보이는 이유천만 영화의 서글픈 변주에마냥 패러디인 줄 알았는데 그리고 던지는 질문완벽한 알츠하이머 연기와‘자신을 믿어 믿어 보라’는조용필의 간절한 멜로디에한국의 트라우마를 묻는다 조용필은 이번 앨범을 두고 “이게 마지막일 것”임을 밝혔다. 그에게 마지막 멜로디는 패자에게 향해 있었다. “올봄 TV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카메라가 패자는 전혀 비추지 않고 우승자만 비추더라. 그래서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속상하고 섭섭하겠지만 나 같으면 다음엔 이길 거야, 힘을 가질 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 한 번 더’하는 생각을 했다.” 달에서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여인은 무엇을 의미할까.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은 이주형 감독은 “희망이란 단어가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을 응원하는 음성과 시선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인은 기억을 안은 채 다음 시간을
가면생활자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40쪽 | 1만5000원 열여덟 소녀 진진은 우연히 아이마스크의 신제품 베타테스터에 선정되었다. 아이마스크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특수 물질 ‘판게아’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용자의 얼굴에 맞게 변하는 물질이다. 가면은 외모를 바꿔주고 신분을 상승시켜주는 도구다. 잘 사는 사람들은 사교 공간인 정원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진진이 오랜 시간 가면을 흠모한 이유다. 작중에서는 가면을 반대하는 ‘안티마스키드’라는 단체가 등장한다. 이들은 묻는다. “왜 그들은 가면을 쓰는가? 누가 그들에게 가면을 쓰게 하는가? 가면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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