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지 않은 소녀의 시간, 초침은 지금도 움직인다: 「세계의 주인」

세계의 주인윤가은 감독 | 119분 | 12세+ | 2025 십여 분이었을까. 조금은 과장돼 보이는, 그래서 어색하고도 낯익은 주변 사람들의 웃음과 주인공의 미소. 아버지는 없지만 단란해 보이는 가족과 학교를 날아다니는 여고생 주인. 영화 초반, 오랜 시간 평범한 모습에 할애하던 감독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스포일러 주의 성범죄 폭력성 주의 담임 교사가 건넨 농익은 사과에 호흡이 곤란한 척 너스레를 떠는 장난까지는 우연인 줄 알았다. 성범죄자 퇴거를 주장하며 사실상 서명을 강요하던 동급생 장수호(배우 김정식) 앞에서 버럭 소리 지르는, 그러니까 “나도 성폭력 피해자야”라는 섬뜩한 장면에서 나는 ‘도무지 농담일 리 없다’고 판단했다.

침묵하는 FNC

2020년 07월 16일
마가복음서 6,41에 등장하는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에서 차용한 이름의 FNC(fish and cake) 엔터테인먼트는 배우 권민아(26)에게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일관하고 있어

사과 없는 FNC

2020년 07월 06일
AOA 전 리더 신지민 씨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보다 권민아 씨 소속사 우리액터스의 대응이 신속했다. 지난 4일, 오후 3시 무렵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식 입장문을 밝힌 우리액터스는 권 씨와 관련한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2020. 7. 4). 많은 기자와 팬들의 연락을 받았다고 밝힌 소속사는 “회사로 오는 모든 전화를 소속사 대표의 핸드폰으로 착신전환해 직접 응대했다”며 “일일이 응대하면서도 공식 입장을 전하지 않은 이유는 권 배우가 회사에 소속되기 이전 상황에 다른 의견을 붙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착신전화로써 일일이 전화 응대한 점에 대해 “추측성 기사의 방지와 안심을 시켜드리기 위한 방안”이라고 해명하며 회사의 방침이 “첫째도 둘째도 배우의 심적인 안정과 안전이 최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씨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사후 처리에 대해 약속하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악성 루머와 비방을 자제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한 소속사는 권 씨가 향후 “꿈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한다”며 심려 끼쳐드린 점에 사과하며 권 씨에 대한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마가복음서 6,41에 등장하는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에서 차용한 이름의 FNC(fish and cake)엔터테인먼트는 권 씨에 대한 구조적 책임과 방임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신 씨의 탈퇴를 발표했다. 이 날까지 홈페이지에도 입장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권 씨가 AOA 멤버로 활약하던 10년의 시간 동안 소속사가 개입하거나 책임을 진 흔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문제가 거론된 상황에서도 잘못에 사과하지 않는 무책임하고 미성숙한 대처를 보여 대중들로 하여금 분노하게 만들었다.

10년 동안 민아의 비명이 지민의 귀에서 들리지 않았다

2020년 07월 06일
배우 권민아(27)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AOA 리더 신지민(29·메인래퍼)의 가해 사실을 공개했고 가해자로 지목된 지민은 그룹 탈퇴와 동시에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2020. 7. 4). 민아가 AOA 멤버였던 당시 지민으로부터 10년 간 정신적 가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소속사의 방관과 지민의 강압적 행동이 비판을 받았다. ◇두려움의 대상이 신지민이었다는 기억의 조각들 문제는 이 같은 신 씨의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소속사는 개입하지 않았으며 방관만 했다는 지적이다. 권 씨는 분노 속에서 소셜미디어에 열 차례의 게시물을 올리며 ▶아버지 임종에 대한 슬픔을 묵살하려는 신 씨의 강압적 행위 ▶매니저를 통해 따돌리려 했던 상황 ▶살 좀 찌라며 모욕을 일삼은 행동 ▶손찌검 ▶연습실에서 취침해야 했던 괴롭힘 ▶멤버들을 험담하며 욕설을 가한 행위 ▶유서를 작성 할 때까지의 심리 상태를 게시글로 보이며 “나의 두려움 대상은 언니”라고 폭로했다. 고통을 호소하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게시물을 올리기까지 신 씨는 어떠한 해명도 않은 채 “소설”이라고 밝히면서 권 씨의 분노를 자아냈다. 권 씨의 기억에는 신 씨의 강압적 행동과 가스라이팅 그 자체였다. 연이어 열 차례로 이어진 폭로 게시물은 급기야 신 씨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알려지면서 현 멤버와 매니저, 신 씨가 직접 권 씨에게 찾아가면서 일단락되었다. ◇사과가 없는 신지민의 사과문 사과문 396자로 이뤄진 신지민의 사과에는 피해자 권민아에게 보내는 사과 메시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제가 민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었고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울다가도 빌다가 다시 울다가 그럼에도 그동안 민아가 쌓아온 저에 대한 감정을 쉽게 해소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죄송합니다. 어렸을 때 당시의 나름대로 생각에는 우리 팀이 스태프나 외부에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20대 초반이었지만……. (중략)” 저녁 6시 30분 경, 리더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외부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불가피했다는 사실상 자신의 잘못을 직접적으로 책임지지 않은 사과문을 게시해 대중에 뭇매를 맞았다. 권 씨에게 직접적인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대중에게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메시지만 남겼을 뿐만 아니라 수정 전 원본 게시물에는 “우리 멤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사과만 담겨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마지막 문장마저 “우리 멤버들과 민아애개…”가 “우리 멤버들과 민아에게”로 바뀌면서 진정성 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아이돌의 가스라이팅 매니저 통해 따돌리려 한 증언 이어지는 수차례 정황과 증거 피해보상 대신 사과를 요구해 사과 없는 사과문 396자 사과문에 당사자 없어 리더로서 해야 할 일로 회피 소속사도 사과를 회피했다 ◇마지막 폭로에 비로소 입을 연 소속사 정작 피해 당사자인 권 씨가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권 씨를 강압적으로 대했다는 사과문과 달리, 권 씨는 신 씨의 공동생활을 영위하던 숙소 내에서의 사생활을 거론하며 “본인부터 바른 길로 가라”고 비판했다. 적절하지 못한 사생활 증언에 공동생활을 해야 할 숙소에서 처신이 바르지 못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신 씨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어떠한 입장문도 발표하지 않았고 한밤 중 기습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2020. 7. 5). 208자로 구성한 소속사 입장문은 신 씨와 마찬가지로 권 씨에 대한 어떠한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었다. 신 씨가 그룹 AOA를 탈퇴하고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할 것이며 소속사가 아티스트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사과가 전부였다. 권 씨 집을 방문한 신

“정여진 先生님,,, 音樂을 들으며 기운내고 있읍니다”

2020년 01월 06일
미소의 세상, 슈퍼갤즈, 카드캡터 체리, 파워디지몬, GTO, 탐정학원Q, 7인의 나나, 이누야샤, 다!다!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기억에 잊힌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가수 정여진을 발견하자 익숙한 노랫말과 만화들이 스쳐갔다. 오랜 시간 슈퍼갤즈 ‘끌어안고 싶어’를 찾아 헤맸지만 원곡을 찾을 수 없었다. 미소의 세상 ‘그래 그래’도 그랬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어 붙인 한국어 원곡은 어색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기억을 노래하는 현상 대부분의 90년대 생은 가수 정여진의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쟁쟁한 만화 주제가를 정 씨가 불렀기 때문이다. 가수 정여진은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아버지였던 정민섭의 영향을 받아 1976년에 데뷔 해 만화주제가와 동요를 불렀다. 그 때 나이 4살. 이름만 불러도 알만한 만화영화 ‘요술공주 밍키’(1983), ‘빨강머리 앤’(1985), ‘개구리 왕눈이’(1982), ‘달려라 하니’(1988)부터 2000년대에 들어서 ‘카드캡터 체리’(2000), ‘파워 디지몬’(2001), ‘다!다!다!’(2001), ‘이누야샤’(2002), ‘슈퍼갤즈’(2004), ‘탐정학원Q’(2004) ‘미소의 세상’(2006) 등 숱하다. 카드캡터 체리 ‘Catch you, catch me’는 정평이 난지 오래다. 아이유도 전국투어 단독 콘서트(2015. 12. 13)에서, 트와이스는 첫 콘서트(2017. 2. 17)에서 부를 만큼 유명하다. 음반으로 기억을 노래한 새벽공방도 2017년 발매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기세에 힘입어 유튜브 채널 ‘노래하는 정여진TV’를 개설(2019. 12. 24)하자 하루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돌파했다. 파워디지몬 엔딩 ‘To my wish’ 영상만 6일 기준 조회 수 27만을 넘어서며 “개갓띵곡” “옛날에 녹음 해놓은걸 그대로 부르는 것 같다” “Why am I crying” “내일 일어나서 초등학교 등교해야 할 것 같다” 등 감격을 고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기억을 노래하는 현상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시대를 읽다 대중의 기억은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정 씨를 초대했다. 지난 3일, JTBC 슈가맨3에 배우 최불암과 함께 ‘아빠의 말씀’ 무대를 선보이자(2020. 1. 3) 인기검색어에 오른 것이다. 같은 날 방송에선 ‘마징가Z’와 ‘은하철도 999’ 등 만화주제가를 부른 김국환 씨도 나왔다. 두 가수는 미래소년 코난 만화주제가를 함께 부르며 기억을 소환했다. 기억을 소환하는 현상은 온라인에서 두드러졌다. 지난 해 8월,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SBS가 자사 프로그램 ‘인기가요’의 24시간 방영을 공표하자 현재 구독자 수 18만 명을 넘어섰다. 레트로 현상에 대중은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온라인 탑골공원은 SBS ‘깔깔티비’ ‘가요톱10’ ‘복고채널’ ‘SBS Catch’로, MBC는 ‘드라맛집’ ‘오분순삭’으로 확대됐다. 레트로(retro) 형식의 프로그램이 등장하자 90년대 생을 주축으로 과거와 추억을 회상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불과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 지 8년이 지났지만 디지털 형식으로 유튜브나 SNS 등에서 소환되자 급격한 IT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준 긍정적 측면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가수 정여진이 PC게임 ‘악튜러스’와 만화영화 ‘포켓몬스터 DP’ 주제가를 끝으로 활동을 이어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자 감회가 새롭다는 이들은 다른 곡과 콘서트를 요청했다. 준비하던 곡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그래 그래’를 요청해 공개했다며 지난 2일 새 영상을 발표했다. 노래 듣던 이들도 기억을 노래했다. “그래 그래 세상은/나에게 열려 있어/좌절보다 도전함을/반겨주는 세상이…….” 슈퍼갤즈 ‘끌어안고 싶어’도 불러주셨으면.

2019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김혜자, “오늘을 살아가세요”

2019년 05월 12일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9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이 열렸다(2019. 5. 1). 배우 김혜자가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2019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받아 화제다. 수상자로 호명 된 배우 김혜자가 무대에 오르자 모든 배우들이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김혜수와 이정은, 한지민, 염정아는 눈물을 흘려 감동을 더했다.

그래도 지면 신문을 손에 놓지 않는다: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2019년 04월 30일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주영훈 지음 | 가디언 | 268쪽 | 1만3500원 새벽 3시 무렵, 조선닷컴에 지면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 검색에 A1, A25가 뜬다면 지면 기사가 맞다. 새벽 4-5시 사이면 툭하고 던져질 신문을 아침 7시에 보면서 궁금했다. ‘도대체 몇 시에 마감해야 내 손에 들릴까’ 지면에 담기에 신문은 한계라고 생각한다. 옳은 지적이다. 그 한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편집국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인터넷 기사는 모니터에 보이는 글자를 바꿔주면 끝나지만 활자는 고칠 수 없어 곤란하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과 달리 사실 관계를 엄격히 따져 다루어야 한다. 지면에 실린 내용으로 갑론을박 따지다 보면 정작 지면을 만든 이들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중고등학생 학교 신문처럼 지면 제작 후기를 사설 쪽 오피니언에 실을 순 없잖은가(…). 근질근질 말해주곤 싶지만 신문 안에서 말하기 곤란한 내용을 담아 책으로 엮었다. ◇돌고 돌아 하나 돼야 손에 잡는 지면 신문 엄격히 다룰 가장 좋은 방법은 편집국을 넘어 정치부, 사회부, 논설실까지 모든 부서는 하나가 돼야 한다. 인과관계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스처와 표정으로 의사소통할 만큼 한 마음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마음, 구호를 외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1면에 실을 미세먼지 기획 시리즈의 대형 인포그래픽을 포기하고 북한 최고위급이 차량으로 방중한 사진으로 대체하기 위해선 여러 차례 회의가 오가야 한다. 만일 김정은이 아니라 김여정이라면. 아니, 김여정이 아니라 김정은이었다면. 이 둘을 의미하는 ‘북한 최고위급’ 제목을 포기하고 “김정은, 열차타고 訪中한듯”으로 바꾼다면 누구도 신문을 읽지 않을 것이다. 하룻밤 사이 회담을 취소한 트럼프 트위터는 아이돌 그룹 공식 트위터(?)보다 자주 확인해야 할 중요한 루트다. 하필 마감 20분 전 CNN에서 속보를 전달할 때라면 1면과 사설이 통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 짧은 50분 간 “韓美 ‘문대통령 싱가포르 방문’ 이견”에서 “트럼프 ‘김정은과 6·12 정상회담 안하겠다”로 수정했고 그새 논설실과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손을 거쳐 완성된 기사와 사설을 편집국을 거쳐 완성했다. 부장의 지시, 기자의 첨삭, 편집국의 편집. 오자라도 있을까 충혈 된 눈으로 감시하듯 부장의 손길로 순환하며 자정을 넘겨서야 조선일보는 완성된다. 51판부터 시작하는 지면 신문이 밤 9시 30분 완성되면, 거리가 먼 지역부터 배달한다. 그래선지 조선일보 어플리케이션 상 PDF와 지면 신문 배치가 다른 경우도 많다. ◇익숙한 낱말로 조합된 제목은 재미없어 오퓨런스 빌딩 옥상엔 망원경처럼 길게 뻗친 카메라 렌즈가 서울중앙지검 11층을 향했다. 정신없이 누른 셔터에 담긴 건, 고운호(29) 기자가 찍은 검사 앞에 팔짱낀 우병우다. ‘팔짱 우병우’라기에 짧은 제목을, 2016년 11월 7일자 1면에 이렇게 담았다. “팔짱낀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팔짱 낀 채 검사 앞에 선 우병우도 우습지만 배꼽에 손 댄 듯 우병우를 대하는 검찰의 자세는 놀랍기까지 하다. 4·3·4·3, 운율도 딱딱 맞아 떨어진다. 사진 제목은 더욱 놀랍다. ‘우병우를 대하는 검찰의 자세.’ 편집국이 밋밋하다 못해 진부한 제목을 임팩트 강한 제목으로 바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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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소랑 2026년 6월 2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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