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눈물을 머금었다.
10화 무렵에 시간을 돌리는 판타지가 알츠하이머로 드러나는 순간, 기억력 장애에 걸린 김혜자 이야기로 현실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 55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이 열렸다(2019. 5. 1). 배우 김혜자는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TV부문 대상을 받았다.
“생각도 안했는데 너무 고맙다”고 밝힌 배우는 “우리 감독님과 작가님, 너무 감사하다. 사실 상을 받을지 안 받을지 모르니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 여러분이 좋아해주셨던 내레이션을 말해야지 했는데 외워도 까먹더라. 그래서 대본을 찢어서 왔다”고 말하자 첨삭자들이 웃고 말았다.
인사를 건넨 배우가 “우리는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인생 드라마를 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시는 시청자들께 너무 감사하다. 수많은 기사를 써준 기자들과 우리 이야기를 알기 쉽게 평론해준 평론가들 너무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대본을 읽어 내려갔다.

스물다섯, 대학을 졸업한 주인공 김혜자는 아나운서를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이다. 그에게 어릴 적 바닷가에서 주운 시계로 시간을 되돌릴 능력을 갖게 되면서 남들보다 성숙해졌다. 아버지의 사고를 막기 위해 사용한 시간을 돌리다보니 70대 할머니가 된 김혜자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드라마다. 할머니가 되어 버린 딸이 아버지에게 소리치는 장면은, 돌이켜보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 과거를 회상하던 아들을 못 알아 본 어머니로 보이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트릭에 충격을 받았다.
“그냥 행복했던 시간만 기억하라”는 극 중 안내상의 말에 “어머님은… 살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하셨어요?”라 묻자 김혜자는 과거를 더듬어 회상했다. “나는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어요. 동네에 다 밥 짓는 냄새가 나면 나도 솥에 밥을 얹어놓고 그때 한참 아장아장 걷는 우리 아들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가요. 그럼 그 때쯤 저 멀리서부터 노을이 지는데…”
아들인 안내상을 안은 아버지 이준하의 어깨에 기댄 김혜자가 함께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그 때가 제일 행복했다는 장면에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시청자들이 눈물 흘린 장면도, 극 중 김혜자가 시청자를 향해 덤덤히 건넨 내레이션 때문이다. 그 내래이션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통해 다시 한 번 참석자와 시청자 마음을 울렸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낮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