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지 않은 소녀의 시간, 초침은 지금도 움직인다: 「세계의 주인」

세계의 주인윤가은 감독 | 119분 | 12세+ | 2025 십여 분이었을까. 조금은 과장돼 보이는, 그래서 어색하고도 낯익은 주변 사람들의 웃음과 주인공의 미소. 아버지는 없지만 단란해 보이는 가족과 학교를 날아다니는 여고생 주인. 영화 초반, 오랜 시간 평범한 모습에 할애하던 감독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스포일러 주의 성범죄 폭력성 주의 담임 교사가 건넨 농익은 사과에 호흡이 곤란한 척 너스레를 떠는 장난까지는 우연인 줄 알았다. 성범죄자 퇴거를 주장하며 사실상 서명을 강요하던 동급생 장수호(배우 김정식) 앞에서 버럭 소리 지르는, 그러니까 “나도 성폭력 피해자야”라는 섬뜩한 장면에서 나는 ‘도무지 농담일 리 없다’고 판단했다.

“될…지…어…다” 구선원의 세계에서 날 구해줘: 「구해줘1」

2021년 06월 20일
대놓고 종교사기를 친다는 점에서 구해줘2보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3년 간 무지군에 종교 단체 구선원을 세워 포교 활동을 버리고 잠적하려는 사이비 종교인을 다룬다. ◇사이비의 목적은 단 하나, 너의 몸 스포일러 주의 구선원도 주인공 상미네 가족의 어려운 상황을 알아차려 접근한다. 사람의 약한 부분을 건드려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술수. 따라서 어려워하는 이웃을 케어해야

이 책을 보고 활자를 배웠습니다: 『보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도서본문을 설정하는 32가지 방법』

2021년 05월 05일
보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도서본문을 설정하는 32가지 방법 윤고선 지음 | 채움북스 | 224쪽 | 2만7000원 어느 정도 책 만들고 신문 제작하다 보면 아래아 한글과 인디자인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글에선 자간만 줄여주면 되잖으냐 생각할지 모른다. 어절(語節) 사이 띄어쓰기만 조절하고 싶어 질 무렵 깨달음이 찾아온다. ‘인디자인에는 엄청난 기능이 있었구나!’ 균등배치나 그랩(grep)이 그렇다. 이 서평 이 책을 읽고 나면 문장과 문장, 형태소와 형태소 사이 미세한 간격에도 반응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세세하고 체계적인 인디자인 기능을 소개한 사이트가 그리 많지 않다. 어도비 설명서가 있다지만 딱딱한 문체가 눈앞을 가리고, 복합적 문제 앞에

그 눈빛으로 바라봐줘, 솜이야: 『독고솜에게 반하면』

2021년 02월 28일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지음 | 문학동네 | 232쪽 | 1만1500원 독고솜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 서율무가 탐정으로 나서게 한 계기였다. 고솜이의 교과서가 사라지고 사진에 구멍이 뚫리자 단태희가 벌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사하며 알아낸 정보들은 단 한 사람 단태희만 가리키지 않았고, 단태희 뒤에 서 있는 어른들을 지목한다. 마녀라는 별명을 가진 고솜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자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 여왕 단태희가 견제하는 내용으로 구성한 소설. 평범한 학교 폭력을 다루면서 아이들 세계라는 폭력 사이의 착시를 탐정인 서율무가 발견한다. 단태희는 서율무의 탐정 수사가 놀이라며 유치하다고 눈짓하지만 율무에게 탐정 활동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고 지켜주고 싶은 열망이었다. 그 열망은 고솜이와 눈빛을 마주한 순간부터 단 한 번도 꺼지지도 꺼트리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걸 수집한다. 아니 수집이 된다. 그렇게 되어서 오해받곤 한다. 고솜이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명탐정이 부르자 함께 병원을 찾는다. 창백한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던 고솜이의 눈빛을 분위기를 서율무가 목격한다. 어른들의 무책임한 상흔이 드러나던 순간을 발견한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단태희도 권력을 추종하던 경계선 속 아이들이 아니었다. 저자는 선 바깥 경계인이 고독하게 연대하며 바라본 시선을 그려낸다.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저서는 상당히 예의를 갖춘다. 친절하게 상대 마음을 이해하는 자세가 무엇인지를 말한다. 일러스트 속 독고솜이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악역으로 등장한 단태희마저 사랑스럽다. 책이 예뻐서 계속 보게 되고,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계속해서 종이를 만지작거리게 만든다. 게다가 고양이가 나오는 장면에선 마음까지 푸근해진다. 기억에 남아 강조하고 싶은 장면. 영미의 등 뒤 창문을 통해 열감 없는 가을 햇살이 밀려들어 왔다. 빛무리가

러블리즈 같은 별은 없다: 『밤을 들려줘』

2021년 02월 28일
밤을 들려줘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68쪽 | 9500원 저서 ‘밤을 들려줘’는 아름답고 멋있게만 포장해온 아이돌 세계의 층위를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몇 년 지나면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거나 사라질 소재를 피해왔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핑클과 SES. 이름과 배경은 사람들 기억에서 낡아버려 사라졌지만 이들 바라보는 팬들의 동경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팬덤 기저에 있는 현상을 포착하는데 주력했다. 아이돌 세계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아이돌이 살아가는 세계와, 그 살아가는 아이돌 세계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세계. 두 세계가 다양한 층위를 만들어 팬덤의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를 테면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 아래 장충체육관 바깥에서 “~님” “~님” 부르는 괴이함, 하루 약 안 먹어도 버텼다며 좋아하는 익숙한 문법, 특정 멤버 부모님을 부르며 정겨움에 취하던 낯선 인사, 몇 십 장 앨범을 구매해 손깍지를 끼냐 마냐로 논쟁하는 열띤 토론. 이 저서 등장인물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아이돌 세계를 벗어나거나 아이돌 세계로 달려가는 사람. ◇의찬과 소원: 경향성 가진 아이돌 스포일러 주의 3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세타나인 소속사 연습생인 박의찬은 중학생이다. 뼈를 깎는 연습생 생활에도 돌아갈 길이 없는 건지,

안녕, 인공지능 이루다!

2021년 01월 08일
“근데 머하고 있었어? 이렇게 이른 아침에!” 새벽 5시에도 즉시로 답변한 이루다가 말문을 뗐다. 대화만 끊이지 않는다면 루다와 오래도록 대화 가능하도록 설계한 모양이다. 연애 콘텐츠
Today소랑 2026년 6월 2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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