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1002 진주 목걸이를 맨 그대의 고운 목 너무 예쁘면 할 말을 잃기 마련입니다. ‘너무’라는 단어도 ‘정말’이란 말도 필요 없습니다. 말 그대로 “예쁘다” 이 한 마디면 됩니다. 또 너무도 거룩하면 할 말을 잃게 마련이죠.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 그 감정을 뭐라 말해야 할까요. 신 앞에 선 모세도 야훼 하느님의 영광 앞에 신발을 벗고 말았습니다.(탈출3,5) 선지자 이사야도 야훼의 거룩함 앞에 벌벌 떨었습니다.(이사6,5) 그렇습니다. 정직한 것 앞에서 인간은 할 말을 잃습니다. 정직하게. 말 그대로 예쁘고 거룩함 앞에 우리는 넋을 놓습니다. 따라서 그 예쁘고 거룩한 존재 앞에 ‘너무’ ‘정말’ ‘아주’ ‘상당히’ 같은 수식어를 붙이지 않습니다. 그냥 예쁘다고, 그저 거룩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가끔, 아름다운 것을 보면 넋을 놓고 그대로 바라.. 2024. 11. 11. 11:01 땋은 머리채 귀여운 두 볼 격하게 싸우는 사람들을 향해 저는 웃으면서 이런 상상을 합니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사귀지 그래?’ 세상만사가 이런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작동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이란 감정도 그런 것 같습니다.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척, 숨겨야 할 때가 있습니다. 괜히 들켰다간 쉬운 남자, 쉬운 여자로 보ㄹ 게 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 사회는 초반의 기선 제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참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학교 시절 구약성서 아가서도 논란이 많은 문헌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유월절 절기에 아가서를 읽는다고 하는군요. 본문은 얼굴이 화끈해지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여자와 남자의 사랑을 그린 문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부 시절 아가서를 그리 중.. 2024. 11. 10. 16:00 아름다움의 여신이여, 이제는 편히 쉬소서 8년 전 이 신문은 PC버전의 퍼피레드가 서버를 종료하기 직전 걸출한 회원 한 분을 인터뷰 했습니다. 두 시간 이어진 대화는 화기애애했습니다. 대화의 요지는 간단했습니다. “퍼피레드만한 게임은 없구나” 이 진부한 교훈 하나. 그분은 말미에 이런 말을 하더군요. “서버 종료 공지 보고 사비와 재능기부로 유지됐다는 말에 찡했고….” 그랬던 그가 시간이 흘러 돌연 운영진을 비난하는 위치에 서 있더군요. 그분의 시간은 2019년 12월 1일에 멈춰선 듯 했습니다. ‘퍼피레드 같은 게임’의 개발이 중단된 날입니다. 퍼피레드 운영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신물이 난다는 듯 행동하는 점을 미뤄보면 트라우마로 남은 건 아닌지 싶을 지경이더군요. 저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퍼피레드에 자산을 투자한 투자자도 아닐 테고, 그렇.. 2024. 11. 9. 10:50 당신에게 구할 한 가지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이 야훼 하느님을 원망하던 때였습니다. 야훼는 모세를 부르며 이렇게 말했죠. “장로 일흔 명을 세우고 고기를 먹일 것이다. 하루만 먹는 게 아니라 스무 날도 아니라 한 달 내내 냄새만 맡아도 먹기 싫을 때까지 먹게 될 것”이라고요.(민수11,16-19) 모세는 가능하냐고 묻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답합니다. 그런 모세에게 야훼는 “나의 손이 짧아지기라도 하였느냐”고 묻습니다. 구약에서 야훼의 손은 능력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놀라운 권능을 선보였음에도 이스라엘은 40년을 광야 생활하며 야훼 하느님을 믿지 않습니다. 다시 과거를 그리워하며 이집트 노예 생활이 더 낫다고 불평하죠. 그런 인간들을 바라보며 모세는 야훼 하느님에게 당신의 존재를 요구합니다.(탈출32.. 2024. 11. 8. 17:45 누군가의 죽음이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음’에서 찾아오는 게 아니라 완벽히 비어‘있음’을 느낄 때 비로소 슬픔으로 다가오듯 “왜?”라는 질문으로도 풀리지 않는 질문 앞에 섰을 때 무기력을 느낀다. 지금은 고인인 정신과 전문의 임세원 교수는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서 왜(Why?) 대신 어떻게(How)로 물을 것을 제안한다. ‘어떻게’는 ‘왜’와 달리 절망적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돕기 때문이다. 청소년 문학소설 ‘열여덟 너의 존재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오랜 밤, 부모의 격한 싸움에 지쳐버린 여고생 이지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을 건넨다. ‘지금 당장, 교복부터 갈아입자. 옷 갈아입고 일단 자자’(161쪽 3줄) 피할 수 있었고 막을 수 있는 인재에 화가 난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계속 ‘왜’를 물으며 책임 소재를 묻기 급급하다. 지금도 커뮤니티 댓글 자체를 보지 않는다... 2024. 11. 7. 23:09 버순회 연구소 다시 문닫는다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4. 11. 7. 18:30 낮엔 스벅 저녁엔 데이트… 8개월의 동행 “고맙고 사랑해”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4. 11. 7. 14:46 ‘전쟁·기후위기·인류의 끝’ 아티스트, 심규선의 경고 ‘우린 어디에서 왔으며/이제 어디에로 가는가/한때는 집이라고 부르던/낙원에서 추방된 난민’아티스트는 누구보다 우리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지구를 위한다는 말은 결국 종의 생존이라는 미명(美名)일 뿐이라는 것. 우리 문명의 존속이라는 슬로건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작년 10월 9일 발매한 심규선의 정규 4집 ‘#HUMANKIND’(#휴먼카인드)의 타이틀곡 ‘Question’이 이목을 끌었다. 가사만 있는 영상을 보았을 땐 그저 물음을 던지는 아티스트의 노래쯤으로만 생각했다. 영상과 함께 울려 퍼지는 멜로디에 다른 차원의 감정을 느꼈다.화면은 끝을 향해, 아니 죽음과 파멸을 향해 내달리는 인류의 서글픈 이면을 과감히 드러낸다. 얼굴을 갈아치우는 듯 바뀌는 인류의 동상과 킹을 처치하는 퀸의 체스 장면, 지.. 2024. 11. 3. 15:44 [편의점은 요지경①] 어색한 낯, 언짢은 투, 살가운 척… 완전 꼰대 같은 교대 근무자 “‘또 오세요’는 무슨!” 께름칙한 할아버지와의 첫 만남 겉모습은 겉모습일 뿐, 지레 짐작했던 내가 바보였다 “’또 오세요’는 또 오란 소리 같잖아. ‘좋은 하루 되세요.’ 정돈돼야지.” 기분이 팍 상했다. 또 오란 말이나 좋은 하루 되란 말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첫 만남부터 어긋난 것 같았다. 다른 시간대 근무자 말이다. 나의 근무 시간은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다. 사장님이자 점장님은 연습 겸 오후에 나오라고 하셨다. 첫 만남은 순조로웠다. 가벼운 캡 모자를 쓴 중년 아저씨였다. 인상이 좋았다. 아르바이트생이 될 나에게 음료수 한 잔을 건넨 후덕한 인품이 마냥 좋았다. 그 할아버지(진) 근무자가 마음에 걸렸지만 말이다. 사장님은 너그러웠다. 포스기를 다루는 방법부터 냉장 진열대에서 매대 각 분.. 2024. 11. 2. 07:00 이달의 운세 2024년 11월 I 끊임없는 용기 타오르는 불꽃 그럼에도 너는E 아픔도 슬픔도 이젠 모두 안녕 잘 가라 과거여N 네 숨결로 따뜻한 낙엽으로 익어갈 군고구마 굽는 밤S 터벌터벌 걸으며 문뜩 뒤돌아보니 벌써 겨울이구나F 뒷담에 험담하고 트집이나 잡으니 고약한 미운 심보T 의지하지 않아도 가능성 있다고요 믿으세요 자신을J 넘어지고 깨지고 되돌아가더라도 희망이라는 이름P 사방이 가로막혀 절망적인 때라도 건져냄 받으리라★ 애매한 대답보다 선명하고 분명한 색채가 정답이다♥ 값비싼 약보다도 대자연의 풍광에 흠뻑 빠져 봄직도1 너의 이름에 담긴 깊이와 능력, 의미 가능성을 믿는다2 숨겨진 진실 주의 바람에 담긴 의미 한뜻만은 아닌데3 세상이 모질어도 회색빛 머금어도 웃어요 그대만은4 그대 말하는 대로 그대 꿈꾸는 대로 반대로 이뤄질 .. 2024. 11. 1. 03:00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