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17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너에게 전해줄 마지막 멜로디: ‘그래도 돼’ 정겨운 영화의 한 장면 [괴물] 앞에서 가수 조용필의 뛰어난 위력을 느꼈다. 영화의 변주를 그저 패러디쯤으로 여겼다.아날로그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배우 이솜의 장면과 갑자기 등장한 영화 속 낯선 이솜에게서 한 가지 의아한 감정을 느낀다. ‘당신이 저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데.’ 머지않아 이솜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알츠하이머라는 불편한 진실을 떠올리고 말았다.장면의 변주는 [부산행]과 [응답하라 1997]을 떠올리게 했고 마냥 패러디처럼 보이던 파편화된 장면들은 곧 한 여인의 인생임을 깨닫는다. 전 인생을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다시 보는 병실 속 이솜은 알츠하이머 환자인 것이다.이름조차 없는 6·25전쟁과 어쩔 수 없는 아들의 군 입대, 여인은 말없이 미소를 가득 안은 채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기.. 2024. 10. 25. 18:00 퇴사 후, 아들과 함께 푸드트럭 타고 ‘맛있는 여행길’:「아메리칸 셰프」 때로는 직장이든 명성이든 허무히 무너져버린다 해도 다시금 일으킬 사랑의 힘 아메리칸 셰프 존 패브로 | 114분 | 15세+ | 2014 자신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모자라 전 국민 앞에서 망신당한 기분이란 무엇일까. 유명 헤드 셰프 칼 캐스퍼가 요리 평론가 렘지 미첼과 싸우고 레스토랑 골루아즈를 관둔 채 아들과 함께 푸드트럭을 타고 미국 일대를 일주하는 내용이다. 딱히 갈등 없는 단선적 영화에서 드러난 건 요리에 대한 칼의 진심뿐이다. 그 진심이 때론 아들 퍼시에겐 외로움을 안겨주는 아버지일 테지만 셰프로서는 최고의 요리사라는 이면을 그려내는 도구로 쓰인다. 요리에 대한 칼의 진심은 미첼에게 분노하고 골루아즈를 때려치우게 만들어 벼랑 끝으로 내몰게 만드는 분열의 힘이지만 아들과 미국 일대를 .. 2024. 6. 5. 15:21 나의 희망으로 연결할 작은 틈의 ‘너의 음악’:「비긴어게인」 뭐든지 포기하고 싶은 그때 귀에 들려온 완성된 멜로디 앨범 만들며 견디고만 암흑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배신당한 주인공 작곡가 그레타가 실패한 음반프로듀서 댄을 만나 앨범을 만드는 내용의 로드무비. 마음을 울리는 노래에 감격을 쏟을지도 모르니 주의하시길. “Here comes the train/upon the track/There goes the pain/it cuts to black(열차가 들어오고 있어/선로를 따라/고통이 사라져 가/저 멀리)” 비긴어게인존 카니 감독 | 104분 | 15세+ | 2014 그레타를 뮤직바에서 처음 만난 댄은 반쯤 미쳐 있었다. 미치지 않으면 이상했다. 딸이 보던 자리에서 동창에게 해고 통보를 받았으니 말이다. 그레타라고 다를 게 없었다. 이제 막 성공해 뉴욕으로 올라온 .. 2024. 6. 5. 15:21 오월오일엔… 오월오일 ‘팬미팅’: [하나가 되는 순간 후기] 예림당아트홀에서 ‘하나가 되는 순간’… 굵은 빗발에도 성황 “우리의 추억이 된 오월오일 앞으로도 응원해.” 여자친구와 쏟아지는 빗방울을 뚫고 강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연장에 도착하자 사인펜을 찾아 벽 한 면 귀퉁이에 응원 문구를 남겼다. 수많은 오드리(팬)가 모여 있었다. 공연 30분 전, 바깥에서 매직으로 방명록을 적거나 MD를 구매하던 사람들로 붐볐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수많은 인파가 줄이었다. 빗속을 뚫고 도착한 이들은 밴드 오월오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오월오일이 첫 팬미팅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마련했다.(2024.05.05) 낮 3시, 저녁 7시 두 차례 예림당아트홀에서 열렸다. 혼을 담은 무대 위 작은 축제저녁 7시, 보컬 류지호(27)가 마이크를 들자 장태웅(30).. 2024. 5. 28. 19:14 이거 연기야 찐이야?… 그들의 맨얼굴 ‘하이퍼리얼리즘’: 「뷰티풀너드」 인간의 솔직함 여과 없이… 코미디 유튜버 뷰티풀너드 전세사기 당한 이시온이 옷가게 사장인 방수아에게 얹혀 살다가 사귀게 된다는 설정. 막장이 치닫는 유튜브 세계에선 흔한 시놉시스 같지만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 버린다. 하이퍼리얼리즘(초사실주의) 연기 때문이다. 구독자 72만명, 누적 조회 5억회가 넘은 유튜브 채널 뷰티풀너드는 멤버 최제우, 전경민으로 구성한 2인조 유튜버다. 눈 여겨 본 재생목록은 ‘힙합 다큐: 언더그라운드’ ‘미식한 고독가’ ‘M생을 찾아서’ ‘MZ를 찾아서’ 정도다. 힙부심 래퍼들을 풍자하는 ‘언더그라운드’는 하루 만에 조회 88만회를 넘길 만큼 인기가 뜨겁다. 패륜 드립에 익숙한 래퍼 케이셉(최제우 분)과 포이즌(전경민 분)의 티키타카가 찌질한 연기의 극치를 보여주기 때문이.. 2024. 5. 8. 19:35 하나뿐인 절친 애증하는 가족 좋아하는 썸남… 그 모든 게 어그러지고: 「지랄발광 17세」 지랄발광 17세켈리 프레몬 | 크레이그 감독 | 102분 | 15세이상관람가 | 2017 아빠를 심장마비로 떠나보낸 건 시작일 뿐이었다. 인생의 쓴맛은 연이어 터지는 법일까. 곰팡이처럼 싹트는 여드름, 수준 떨어지는 동급생들마저 나를 피하는 것 같은 분위기, 믿음직한 이미지 하나로 깝치는 오빠에게마저 빼앗겨버린 엄마, 설상가상 하나뿐인 절친을 오빠 침대 위에서 보게 될 줄이야!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다. 결과적으로 절친과 가족, 그 미운 오빠까지도 떠나버렸다. 여고생 네이든 이야기.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고 깨달았을 때 이제 막 어른이 된 어린 내가 떠올랐다. 무언가 가슴 속 꿈틀거리는 불쾌감. 어른이 되거나 말거나 무료한 시간들. 그러면서도 ‘갑자기 어른이 되면 어쩌.. 2024. 5. 8. 19:35 “그냥 사랑했을 뿐”… 썸머는 나쁜 년이었을까:「500일의 썸머」 500일의 썸머마크 웹 감독 | 95분 | 15세이상관람가 | 2009 아무도 없는 한여름 끝자락 새로운 계절 초입이었더라 그 애와 헤어지고부터 세상 모든 게 그 애로 보였다. 술 잘 쳐 먹으면서 못 마시는 척 내숭 떠는 리리코가 그랬고 음흉한 미소로 정치질이나 일삼는 직장 동료가 그리 보였으며 연애 사연에서 남친을 질질 끌고 가는 당찬 여자애가 그랬다. 애증의 감정이 깊어진 끝자락 실장님의 얼굴에서마저 그 애를 보았다.이 영화도 그랬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애가 생각났다. ‘bitch’라는 단어까지도 모조리 닮은 모니터 앞에서 평행세계를 본 것 같았다. 톰이 썸머를 바라보는 콩깍지까지도.“아름다운 미소, 긴 머리카락, 귀여운 무릎, 목에 있는 하트 모양 점, 섹시하게 입술을 핥는 모습까지, 귀여운 웃음.. 2024. 3. 3. 15:05 그저 귀엽고 섹시한, 권정열 너란 남자… [10CM 2024 Encore Concert ‘=10’ 후기] 2월 24일 오후 6시 올공 핸드볼경기장 정열의 ‘3시간 행진’ “조금만 더 오면 안 돼/어제보다도 따뜻하게/나는 가만히 있을 게 아무 말 없이/You’re my everything everything everything” 첫 멜로디 한 소절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10CM(본명 권정열)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핸드볼경기장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여자친구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멜로디, 뜨거운 체온이 전달 됐다. 되게 깊숙한 바늘이 가슴을 찌르는 듯 감동이 스며들었다. 한 달 만에 막을 올린 10CM 앵콜콘서트 ‘=10’을 가게 된 건 순전히 여자친구 덕분이다. 달달한 보이스 따뜻한 공연마냥 귀여운 줄만 알았더니팬들 마음 휘어잡고 뛴 무대 가슴 뛰게 부르는 이 노래친절한 노래 자막과 타이포꼼꼼.. 2024. 3. 2. 16:05 텔레비전에서 고대로 방영된 여자 가슴, 의도한 해적방송이었다:「채널 식스나인」 채널 식스나인 이정국 감독 104분 청소년관람불가 1996 과감히 드러난 여자 가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린 나이에도 뇌리에 강하게 남을 정도였다. 이정국 감독 ‘채널 식스나인’은 해직기자 PD 윤제하(신현준 분·扮)를 주축으로 해적방송을 개국하고 이를 통해 황기영 의원(박근형 분) 전직 세무계장 정치자금 사건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90년대를 상징하는 홈페이지와, 특유의 멜로디, 지금은 단종된 기아 베스타(BESTA) 승합차, 두꺼운 CRT모니터에선 고주파음이 들려올 것만 같다. 웃음을 참지 못할 또 다른 이유는 얼굴 하나 바뀌지 않은 배우 신현준과 박근형, 홍경인의 연기로 영화를 보는 내내 쏠쏠하다. 해직기자 윤제하는 황 의원 정치자금 사건 폭로를 결심한다. 조민희(최선미 분)를 섭외해 천재 해커 .. 2022. 7. 13. 19:54 교생과 키스하던 모습을 보면서 계획된 사랑이란 것을 깨달았다: 「내가 사랑하는 악당」 명분으로 숨겨둔 네 질투심 넌, 날 좋아하기라도 했니? 혜진이는 민지를 사랑했을까. 혜진이 행동을 따라가다 결말에 이르렀을 때, 민지가 혜진이와 교생을 경멸하듯 쳐다보는 표정처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랑? …… 이 선생님 미친 거 아니야?” 폴라로이드 필름에 담긴, 자고 있던 교생과 그 옆에서 웃고 있는 여자애. 애석하게도 혜진이는 ‘사진 속 여자애가 왜 내가 아닌 거야’ 질투하는 어투로 들렸다. 미성년자와 성인의 연애를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은 교생을 끌어내리려는 명분일 뿐이고. 사실은 그 여자애가 내가 되었어야 한다는 질투심이 혜진이 마음에 도사리고 있었다. 민지는 혜진이의 행보를 읽었어야 했다. 다른 여자애와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명백한 증거를 제외한 이유를 물었어야 했다. 애매한.. 2022. 4. 3. 20:5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