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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오월오일엔… 오월오일 ‘팬미팅’: [하나가 되는 순간 후기]

왼쪽부터 기타 장태웅, 보컬 류지호, 리더 곽지현이 연주하고 있다.

 

예림당아트홀에서 ‘하나가 되는 순간’… 굵은 빗발에도 성황

 

“우리의 추억이 된 오월오일 앞으로도 응원해.”

여자친구와 쏟아지는 빗방울을 뚫고 강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연장에 도착하자 사인펜을 찾아 벽 한 면 귀퉁이에 응원 문구를 남겼다. 수많은 오드리(팬)가 모여 있었다. 공연 30분 전, 바깥에서 매직으로 방명록을 적거나 MD를 구매하던 사람들로 붐볐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수많은 인파가 줄이었다. 빗속을 뚫고 도착한 이들은 밴드 오월오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오월오일이 첫 팬미팅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마련했다.(2024.05.05) 낮 3시, 저녁 7시 두 차례 예림당아트홀에서 열렸다.

 

 

 

 

혼을 담은 무대 위 작은 축제

저녁 7시, 보컬 류지호(27)가 마이크를 들자 장태웅(30)은 기타를, 곽지현(28)이 건반에 손을 올렸다. 가슴 뛰게 만드는 드럼 소리에 심장이 흔들렸다.

오월오일은 [Intro]와 [Tree]로 첫 곡을 선보였다. 배경 가득 메운 전광판은 어느새 놀이터에서 숲속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Lunch Time]. 신나는 멜로디에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배경 전광판은 다시금 숲속에서 놀이터로 변신했다. 앨범 [Campo]에서 보던 그래픽이다. 전광판에 비출 배경까지 섬세하게 준비한 흔적이 느껴졌다.

공연은 쉼 없었다. 혼을 담은 태웅의 기타 연주로 돋보이는 [Young Adult], 오드리의 합창으로 가득한 [Last Dance] 무대 위 작은 축제가 이어졌다. 여자친구는 스탠딩이 아닌 좌석이라 아쉬워했다. 스탠딩은 손을 뻗거나 뛰면서 함께 노래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지럼·군가·강력한 애교… 웃음 폭발 오월오일

게임과 토크도 준비했다. [55초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에서 오드리가 키워드를 선택하면 멤버들이 바통을 주고받아 주어진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바통을 든 채로 55초가 넘어가면 벌칙을 수행하는 게임이다. ‘신체부위 중 자랑하고 싶은 곳’ ‘100억 받고 랜덤으로 나오는 얼굴로 살기vs내 얼굴로 살기’ ‘내가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애교’ 등 멤버들이 난감해 할 질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벌칙은 지현이 걸렸다. 10초 간지럼 참기와 비비의 밤양갱 부르기였다. 지현이 조금은 억울해 보였다. ‘최근에 가장 칭찬 받은 일’ 2초를 남겨 두고 “어제 어른들에게 잘해서 칭찬 받았다”며 지호가 갑자기 바통을 건네는 바람에 당첨됐기 때문이다. 지현은 오드리의 100초 같은 10초에 간지럼 당했고 밤양갱을 반주와 함께 불렀다. 이외 태웅이 군가 ‘팔각모 사나이’를 시원하게 부르는 등 오드리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다.

[오늘의 교환일기]에선 미리 받은 사연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하고 싶은 일, 아르바이트에 대한 고민, 11년 다닌 회사를 그만둔 사연을 통해 진솔한 토크를 이어갔다.

 

 

“쉽게 죽음을 열어보지 말자”
감동과 희망의 스토리텔링 
게임 벌칙엔 모두가 꺄르르

 

 

이에르, 동화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cho] [Epilogue] [이에르]는 에코라는 새(鳥)의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동화다. 전광판에는 꾹꾹 눌러 담은 손 글씨가 비쳤고 부족(部族) 이에르와 에코가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내레이션으로 펼쳐졌다.

‘종소리가 들렸다/내가 의지하던 해가 뜨는 순간과 해가 지는 순간을 구분하는 종소리/그 순간 나는 내가 사라질 것 같은 기분 속에서/그 기분 속에서 얻어지는 이상한 희망을 느끼고/추억을 스쳐 공기 냄새가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에코는 한 겨울 친구를 잃었다고 한다. 자신을 비관하며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 에코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온 이들이 이에르였다. 다채로운 사람들의 부족인 이에르가 에코에게 위로한다. “쉽게 죽음을 열어보지 말자/열린 순간 닫을 용기 우리 갖자/너와 나는 다른 형태인 걸 알자/우리 그러자 같이 있어 보자.”

멤버들은 앨범에 담긴 세계관을 소개하며 오드리에게 희망을 건넸다.

 

 

공연을 마칠 무렵 밴드 오월오일이 팬덤 오드리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미드나잇 먼치스

 

 

유한한 지금 이 시간 예쁨을 선사한 오월오일 

미발표곡 [London Time]도 불렀다. 군 복무 시절 런던에 사는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하루에도 일곱 번씩 시계 보던 기억을 담은 노래다.

앵콜에 앞서 지호가 출구에서 갑작스레 등장했다.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멤버들은 [Magic Train]과 [She Said]를 불렀고 지호의 마지막 인사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눈 뜨고 사는 날이 너무너무 소중하거든요. 여러분들도 (…) 앞으로의 여러분께 잘 부탁드립니다.”

팬미팅은 총 100분으로 구성됐다. 전 좌석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고 이따금 이어진 토크쇼에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자 무대를 구경했다. 오월오일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곡 [She Said]에서 지호가 던진 종이비행기를 여자친구가 잡고야 말았다. 돌아가던 길 확인해보니 ‘508’ ‘돈’ ‘건강’이 쓰인 부적이었다. 언제나 행복하길 바라는 오월오일의 작은 소망이 무대 이후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