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직장이든 명성이든
허무히 무너져버린다 해도
다시금 일으킬 사랑의 힘
아메리칸 셰프
존 패브로 | 114분 | 15세+ | 2014
자신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모자라 전 국민 앞에서 망신당한 기분이란 무엇일까.
유명 헤드 셰프 칼 캐스퍼가 요리 평론가 렘지 미첼과 싸우고 레스토랑 골루아즈를 관둔 채 아들과 함께 푸드트럭을 타고 미국 일대를 일주하는 내용이다.
딱히 갈등 없는 단선적 영화에서 드러난 건 요리에 대한 칼의 진심뿐이다. 그 진심이 때론 아들 퍼시에겐 외로움을 안겨주는 아버지일 테지만 셰프로서는 최고의 요리사라는 이면을 그려내는 도구로 쓰인다.
요리에 대한 칼의 진심은 미첼에게 분노하고 골루아즈를 때려치우게 만들어 벼랑 끝으로 내몰게 만드는 분열의 힘이지만 아들과 미국 일대를 일주하며 하나가 되게 만드는 사랑의 힘이기도 했다.
칼의 진심은 아버지로서의 셰프가 아닌 셰프로서의 아버지로 퍼시에게 나타났을 때 절정에 달했다. 타버린 쿠바 샌드위치를 “그냥 팔아버리면 되지 않냐”고 묻는 아들을 따로 불러 “나는 이 일을 정말로 사랑하는데 그래서야 되겠냐”고 되 물으며 진심을 고백한다.
일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아들 퍼시는 아쉬워한다. 칼도 퍼시가 편집한 지난날의 영상을 되돌아보며 주말에도 아버지를 도울 수 있겠냐고 제안한다.
영화 후반 미첼과 화해하는 모습은 짧은 러닝타임으로 이해하기엔 갑작스러운 장면이다. 평론 블로그까지 팔아가며 칼을 돕는 미첼의 독지가 면모보다 기억에 남은 건 좌절과 절망 중에도 사랑하는 일에 집중한 칼과 퍼시의 몰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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