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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나의 희망으로 연결할 작은 틈의 ‘너의 음악’:「비긴어게인」

©비긴어게인

 

뭐든지 포기하고 싶은 그때
귀에 들려온 완성된 멜로디
앨범 만들며 견디고만 암흑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배신당한 주인공 작곡가 그레타가 실패한 음반프로듀서 댄을 만나 앨범을 만드는 내용의 로드무비. 마음을 울리는 노래에 감격을 쏟을지도 모르니 주의하시길.

“Here comes the train/upon the track/There goes the pain/it cuts to black(열차가 들어오고 있어/선로를 따라/고통이 사라져 가/저 멀리)”

 

 

비긴어게인
존 카니 감독 | 104분 | 15세+ | 2014

그레타를 뮤직바에서 처음 만난 댄은 반쯤 미쳐 있었다. 미치지 않으면 이상했다. 딸이 보던 자리에서 동창에게 해고 통보를 받았으니 말이다. 그레타라고 다를 게 없었다. 이제 막 성공해 뉴욕으로 올라온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웠으니.

그레타의 친구 스티븐이 그를 앞세워 무대에 세웠다. 관객이 보는 자리에서 평소 작곡한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레타를 어쩔 수 없이 순응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무심한 태도에 똥 씹은 표정을 짓고 만다. 오늘은 정말 날이 아닌가보다.

가만 놔둬도 열불 날 상황인데 댄이 다가와 명함을 내민다. 스카웃 제의였다. 쿨하게 거절했으나 댄은 포기하지 않는다. 댄은 솔직하게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고백한다. 그레타는 그와 술 한 잔 걸치며 음악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룻밤이 지나 그레타는 댄과 함께 앨범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줄의 희망을 멜로디에 담았다. 시작부터 그레타와 댄의 극한의 절망을 보여주었기 때문인지, 더는 내려갈 지하가 없다는 듯 하나 둘 음악을 만들어 간다. 음악은 그레타와 댄을 연결하는 소재로 등장한다. 또한 음악은 다른 이들과 이어진 통로로 묘사된다.

그레타와 댄은 하나의 완성된 앨범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결코 혼자 만들 수 없기에 사람들을 초대한다. 이 과정에서 댄은 자신의 아픈 손가락인 딸 바이올렛과 아내를 기꺼이 초청한다.

가정불화에 따로 살던 댄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 일은 음악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술만 마시던 댄이 콜라를 마시며 “이 고약한 걸 어떻게 마신대?”라고 농담할 수 있었던 것도 앨범 제작에 온몸을 불사른 덕분이었다. 현실을 살아갈 힘이 과거의 아픔마저 묻어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레타 역시 앨범을 만들며 치유 받는다. 자신의 슬픔과 분노, 고통을 진정성 있는 노래로 말할 수 있을 때 아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아이작 디네센의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인용한다. “모든 슬픔은 말로 옮겨서 이야기로 만들면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경험한 고독한 감정을 멜로디로 풀어낸 그레타처럼 진정성 있는 노래는 사람들에게 앞서 자신에게 위로를 준다.

술술 풀리는 장면들을 보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감독의 아시아인 비하 장면에 표정을 찌푸릴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일관된 메시지, 지금 여기에 충실하면 언젠가 아픔도 무던히 넘어갈 거라는 교훈만은 가슴에 남을 것이다.

달라지지 않은 비참한 현실에 노래가 무슨 소용일까 물을지 모른다. 그레타와 댄의 절망스러운 그 밤도 노래 덕분에 암흑을 견딜 수 있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데서 부는 바람처럼, 희망이 오는 것만 같은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제껏 의미 없는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역설 말이다.

영화의 원제를 다시금 곱씹어 봤다. ‘노래가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