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866 [건조한 기억모음②] [2] 내가 왜 QT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입력 : 2021. 02. 28 22:25 | A22 재미도 없는 감성팔이 큐티 비평할 가치도 없는 설교들 무가치한 시간 보낼 바에야 대중 강연 들었어야 했는데 학생회 예배를 마치면 어색해지는 순간이 있다. 의자도 아니고 방 안에 모여서 양반 다리로 성경 한 구절을 읽으며 해석하는 일이다. QT(Quiet Time)라고 부르는 그 시간만큼 귀찮고 쓸데없는 시간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불편한 시간은 기독교 청소년 커뮤니티에서도 이어졌다. 신학생이 아니었던 고등학교 1학년 때조차 자고로 큐티는 인물과 사건 순서대로 본문을 이해하고 인물과 사건의 기록물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전후맥락 파악에 나서는 작업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나보다 나이 많은 형들의 우스꽝스러운 해석, 이를 테면 예배 생활이 중.. 2021. 2. 28. 22:25 [건조한 기억모음②] [1] “교회 누나를 지키지 못한 내가…” 입력 : 2021. 02. 28 22:25 | A22 진리를 알고 싶고 따라가고 싶었던 교회 누나와 옛날의 나 누구보다 애틋하고 고마운 특수 관계에서 싹튼 마음 연민 하나님에게 집중하기 어려운 관계 향하자 멀어진 우리 둘 체계적으로 진리가 열어 밝혀졌다면 아파하지 않을 텐데 누나에게 마음 문을 연 건 순진했기 때문도 맞지만 계속해서 나에게 다가온 덕분이다. 매년마다 갱신하듯, 헌법상 연애금지조항은 살아남았고, 급기야 대학 입학에 이르러야만 연애 가능하다고 못 박아두기에 이르렀다. 스무 살 되기 전, 공부와 신앙에 매진해야 한다는 자발적 의지가 빚어낸 참사다. 누나는 진리를 알고 싶어 했다. 제도권 교육처럼 신앙에도 방법이 있고, 절차에 따른 순서가 있으면 누구보다 좋아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2.. 2021. 2. 28. 22:25 러블리즈 같은 별은 없다: 『밤을 들려줘』 입력 : 2021. 02. 28 22:20 | A21 밤을 들려줘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68쪽 | 9500원 아이돌 그룹 세타나인 바라보는 네 명의 엇갈린 시선들 저서 ‘밤을 들려줘’는 아름답고 멋있게만 포장해온 아이돌 세계의 층위를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몇 년 지나면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거나 사라질 소재를 피해왔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핑클과 SES. 이름과 배경은 사람들 기억에서 낡아버려 사라졌지만 이들 바라보는 팬들의 동경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팬덤 기저에 있는 현상을 포착하는데 주력했다.아이돌 세계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아이돌이 살아가는 세계와, 그 살아가는 아이돌 세계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세계. 두 세계가 다양한 층위를 만들어 팬덤의 다채로운 풍.. 2021. 2. 28. 22:20 그 눈빛으로 바라봐줘, 솜이야: 『독고솜에게 반하면』 입력 : 2021. 02. 28 10:20 | A20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지음 | 문학동네 | 232쪽 | 1만1500원탐정 서율무가 추적한 여왕 독고솜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 서율무가 탐정으로 나서게 한 계기였다. 고솜이의 교과서가 사라지고 사진에 구멍이 뚫리자 단태희가 벌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사하며 알아낸 정보들은 단 한 사람 단태희만 가리키지 않았고, 단태희 뒤에 서 있는 어른들을 지목한다. 마녀라는 별명을 가진 고솜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자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 여왕 단태희가 견제하는 내용으로 구성한 소설. 평범한 학교 폭력을 다루면서 아이들 세계라는 폭력 사이의 착시를 탐정인 서율무가 발견한다. 단태희는 서율무의 탐정 수사가 놀이라며 유치하다고 눈짓하지만 율무에게 탐.. 2021. 2. 28. 22:20 [지애문학] 잊어버려야 할 때 입력 : 2021. 02. 24 21:15 | 디지털판 D+1100. 지울까 말까 고민만 수백 번. 달달해서 짜증났다. 어제의 네 미소가 오늘의 쓰디쓴 망상으로 이어질 줄은 정말로 몰랐다. 가끔은 폭발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연례행사라도 하듯 한 달에 한 번쯤 예민해지는 시기가 미웠다. 그래서 어제는 이해해주는 줄로만 알았다. 착각이었다. 만나자 해도 확인 하나 없었고 연락을 해도 받지를 않는다. 고작 네 글자, 그 한 마디 꺼내려 잘해줬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마지막 한 모금 마시고서 찌그러뜨리고 나서야 일어났다. 추웠다. 지애야, 패대기치고 나오는 순간만큼은 좀 이성적이면 안 될까. 하고 달래도 소용없었다. 목도리 하나 걸치지 않고 니트 한 조각만 입고서 나왔으니. 거지같았다. 떠는 몸 이고서.. 2021. 2. 24. 21:15 [지애문학] 퇴근 길 입력 : 2021. 02. 24 21:10 | 디지털판 “저도 그 방면인데…. 타세요!” 괜시리 들킬까봐서 말 못하던 차 말할 때까지 기다린 꼴이었다. 바보 등신. 좀체 멀미가 낫지를 않으니 태워주는 아량도 무의미했다. 지금쯤 지하철 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단어 외우고 있어야 할 시간. 몸은 편해져도 속 버리느냐 몸은 힘들어도 속 편하느냐. 하지만 이 남자 옆에서는 말짱했다. 이름 모를 적당한 향수. 운전대에 올려둔 손목의 시계. 힐끔 쳐다볼 때마다 반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턱선. 차체의 흔들림 하나 없는 고요한 분위기가 좋았다. 이 남자에게 풍기는 색다른 느낌이 만날 때마다 좋아하게 만들었다. “자유의새노래 제1라디오 7시 뉴습니다.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지수 씨 공판에.. 2021. 2. 24. 21:10 코로나 파동, 1년이 지났다 입력 : 2021. 02. 23 19:00 | A1 코로나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반년 전보다 확진자 폭은 증가했다. 지난 성탄절 전후로 1,200여명 신규 감염을 정점으로 찍고 2월 초 하락세를 보였으나 다시 4-500명 감염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지난 16일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4차 유행이 생각보다 더 빠르고 크게 올 수 있다”는 1월 27일 의견에 더해 4차 유행 전조를 우려했다. 1월 27일 게시한 4차 유행 정점 예측 모형보다 일일 신규 확진자 증가폭이 큰 점을 들어 “개인적 예상보다 3차 유행 휴지기 기준선은 높게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2021. 2. 23. 19:00 [주마등]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입력 : 2021. 02. 15 19:00 | B1-2 엄마와 싸우고 나서도 냉기가 여전했다. 손바닥에 호호 불자 드라이아이스 연기처럼 퍼져갔다. 신호 바뀌었다고 생각할 찰나에 뛰어든 횡단보도 앞, 따가운 경적을 째려보자 기사 놈의 호통이 이어졌다. 싸가지? 싸가지 없는 건 너였다. 어른들의 모든 말들이 싫었다. “내 생각에는” “내 생각에는” 씨발. 어른들 관심은 오로지 몸뿐이다. 고차원적 언어에서 말초적 신경에 이르기까지. 다 너 잘 되라는 말 사이에 숨은 웃기지 않을 문란한 문법이 미풍양속 네 글자로 집약된다. 교복 배지 아래 아크릴 명찰 뜯어 버렸다. 이것도 만들어진 이름이다.‘해를품은달보호소’질풍노도 딱지도 모자라 모든 걸 품어준다던 구라 섞인 역겨움이 어딜 가도 같았다. 어른들 언어의 .. 2021. 2. 15. 19:00 [신앙칼럼] 역(逆)전도 전도법 입력 : 2021. 02. 12 22:20 | A27 학부 3학년, 전도실습 과목이 싫었다. 1학점 과목이라 한 시간만 채우면 그만이라 생각했거늘. 조별로 묶이고서 처음 대면한 후배들이 날치기로 조장부터 만들어 한 숨이 나왔다. 매주 기도문을 정갈하게 디자인한 문서로 배포하고 보고서까지 써야 할 운명을 직감으로 깨달았다. 교수를 원망했다.압권은 우리 조 최고로 연장자 목사 사모님 미소였다. 이미 웃으며 다가오는 교수와 짜고 쳤다는 걸 알았다. ‘아, 이분의 교회에서 무급 전도해야 하는구나.’ 문제는 전도하러 나갈 무렵부터 발생했다. 전도는 해야 한다. 전도실습이잖은가. 약속 시간을 정했다. 조금은 늦어도 모두가 도착해 출발했다. 이상했다. 카페에 도착했더란다. 점심 먹고 만나자기에 짧게 전도하고 돌아.. 2021. 2. 12. 22:20 [에셀라 시론] 너라는 관성에서 벗어난다 입력 : 2021. 02. 12 21:00 | 수정 : 2021. 02. 13 23:15 | A30 켜켜이 쌓인 십여 년 전 써 놓은 글을 읽다 보면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자신만의 언어로 작성한 딱딱한 문체에 주목하곤 한다. 학창시절, 사람들과 일상을 주제로 한 대화보다 꽃과 나뭇잎, 하늘 구름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일들이 더 익숙했다. 일상 언어를 습득하지 못할 만큼 집단과 공동체, 학교라는 공간과 교회의 장소에서 벗어나 고독함을 즐겼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한나 아렌트가 목격한 아이히만의 상투적 언어처럼 일상 언어와 자신의 언어로 나누어 사용하던 시대였다.유행어와 여자 아이돌에 관심조차 없어서 성경과 기도가 익숙해 떼려야 뗄 수 없었던 고등학교 1학년. 0교시 수업 전부터 정독한 .. 2021. 2. 12. 21:00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