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Page 2

여자친구네에서 세 달 살기

퇴사는 갑작스러웠다. 여자친구네 집으로 달려갔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약 3시간이 걸렸다. 도착한 건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여자친구는 혼자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떡볶이를 같이 먹으며 악몽 같았던 직장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여자친구를 끌어안고 단잠을 잤다.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제 시작이었다. 개운한 마음으로 새 아침을 열었다. 직장에 간 여자친구를 두고 집에서는 글을 썼다. 한동안 밀린 일기와 기사를 써 내려갔다.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로 정리했다. 여자친구와 주말에 놀러 갈 장소들도 적어 두었다. 오후에는 스타벅스에 들렀다. 개인 작업을 진행했다. 여자친구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자친구 손잡으며 퇴근하는 길이 가벼웠다. 여자친구는 요리를 할 줄 안다. 조리 밖에 할 줄 모르는 내가 여자친구의 조수가 되었다. “셰프”라고 부르며 요리를 도운 것이다. 감자를 씻고 양파를 손질하고 두부를 잘랐다. 김치찌개부터 된장찌개, 카레와 유부초밥, 김밥과 뭇국도 끓였고 묵사발과 파스타도 만들어 먹었다. 어제는 대패삼겹살에 양념을 만들어 부었더니 꽤 괜찮은 대패삼겹살 제육볶음이 되었다. 피곤한 날이면 배달음식도 시켜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먹었을 것이다. 주말에는 여자친구와 근교나 먼 거리로 여행을 떠났다. 전주 한옥마을도 다녀왔고 대전 성심당도 놀러 갔다. 가장 기억에 남은 여행은 고창 상하농원이다. 평일에는 여자친구가 일을 마치면 전남대 후문까지 산책 나가곤 했다. 뜨거운 여름에는 결국 아이스크림 사러 5분 거리 마트 다녀온 게 전부지만 말이다. 집안일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여자친구가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으니 설거지만큼은 내가 하고 싶었다. 청소기도 밀었고 가끔은 방도 닦았다. 밤이 되면 샤워를 했다. 몹시 개운했다. 직장 생활하던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전혀 다른 쉼이었다. 여자친구의 집은 내 집보다 쾌적하다. 높은 층에 살고 있기에 노을을 볼 수 있다. 바람도 잘 분다. 에어컨도 정속형이 아니라 하루 종일 틀어도 된다. 그 무엇보다 여자친구가 살고 있기에 나는 하루를 충만하게 지낼 수 있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혼자 지냈더라면 어땠을까. 밥은 어찌어찌 챙겨 먹었어도 역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여자친구네는

너와의 300일

저는 한번 붙들리면 강렬하게 사랑하는 스타일입니다. 그게

너에게 닿을 수 있다면

2024년 11월 17일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이 지난 5월 발표한 ‘2024 결혼인식조사’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혼인 건수가 줄어든 이유가 뭐냐는 물음에 21%의 사람들은 1순위를 ‘내 집 마련

사랑한다면 본질로

2024년 11월 16일
구약성서 포로기 후기의 이스라엘 화두는 ‘왜 나라를 빼앗겼느냐’였습니다. 전쟁의 패배는 곧 야훼 하느님의 죽음이며 신의 죽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쟁의 패배란 전능하고 위대한

모든 죽어가는 것들 앞에

2024년 11월 14일
모든 것이 죽어가는 겨울, 죽음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모든 가을은 모든 존재의 죽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절의 조입인 듯합니다. 죽음은 언제나 인간에게 이별을 안겨다 줍니다. 무엇이든 영원하지

모든 개혁은 해방 너머로부터

2024년 11월 12일
벌써 7년 전 일이군요. 학부 시절 조직신학 수업에서 토론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방언이 실존하느냐 여부였습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 방언은 성서에서 사도행전(2,2)과

땋은 머리채 귀여운 두 볼

2024년 11월 10일
격하게 싸우는 사람들을 향해 저는 웃으면서 이런 상상을 합니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사귀지 그래?’ 세상만사가 이런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작동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이란 감정도 그런

회사 일도 못하는데 됨됨이도 없는 인간

2023년 10월 21일
무능한 인간을 상사로 둔다는 건 비극적인 일이다. 월급 더 받는 건 고사하고 일 수습은 아랫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머리도 없고 이간질이나 한다면 더욱 그렇다. 하는 일이라곤 농땡이나 피우는 주제에 남들보다 덜 일하고도 힘든 내색 보일 때면 헛웃음만 나온다. 그런 무능한 상사가 지난 겨울 회사에 투하 됐다. 경력직이란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다. 대표에게 부장의 학력을 물으며 비웃던 그 저녁을 잊을 수 없었다. 얼마나 잘난 인간이기에 실무에서 한창 뛰던 우리 부장을 비웃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무능한 상사의 업무 능력은 처참할 지경이다. 하나를 요구하면 두 일감 되돌려주는 꼴이다. 인수인계 문제가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업무 능력 자체가 없었다. 당연히 소통이 될 리 만무했다. 말만 전공자일 뿐이지 이쪽 일과는 아무 관련 없는 인간이었다. 대표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손 모자라는 마당에 어렵게, 어렵게 모신 분이다” 그러니 잘 대하라는 말이었다. 한두 달하다 관둘 줄 알았다. 웬걸 버티기에 돌입했다. 낙하산 인사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란다. 정체가 궁금했다. 처음 회사에 오면 가장 먼저 피해야 할 사람을 찾는다. 인간관계야 언제든 멀어지기도 하고 붙기도 하는 법이다. 이간질은 다르다. 이간질하는 인간은 상종 자체를 말아야 한다. 성장 가능성도 없고 영양가도 없기 때문이다. 말하는 이, 속은 후련할지 모른다. 그런 얘길 이제 막 입사한 사람에게 말한다는 건 인간관계가 고르지 않다는 증거다. 제1배제 대상인 이유다. 문제는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경우다. 대표가 그런 인간이다. 무능한 상사를 감싸느라 우리 부서를 나쁜 사람들이 모인 부서 취급하기 바빴다. “부장이 말이야 새로 들어왔으면 업무도 가르쳐주고 친하게 지내야지….” 무능한 상사는 이간질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 부서 사람들을 악마로 만들었지만 시간은 착한 사람들 편이었다. 무능한 상사가 입사한지도 열 달이 지났다. 이제 사람들은 무능한 상사의 무능을 알아차린지 오래다. 인간관계도 엉망인지라 평판도 시원찮다. 요즘 좀 달라졌다. 어떡해서든 일감 구하느라 요란하게 뛰어 다닌다. 재계약 시즌이 다가와서야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한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가장 잘려야 할 톱3에 꼽혔다고 한다. 이젠 잘리거나 말거나 관심 없다. 때론 세상은 불공정하게 돌아가는 것만 같다. 어차피 무능한 상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온 만큼 관성대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Today소랑 2026년 8월 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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