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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자격 없는 것들

남성과 여성의 신음으로 이루어진 ‘게로게리게게게(ゲロゲリゲゲゲ)’ 두 번째 정규 앨범은 기미가요 전주와 히로히토 일왕의 근엄한 표지에서 황당함을 더한다. 이름부터 ゲロ(게로)=구토, ゲリ(게리)=설사를 뜻한다. 두 개 트랙으로 나눠진 이 곡 쇼와(昭和)는 18분59초, 19분8초 내내 신음소리와 오토바이나 숨소리, 여성에게 상태를 묻는 남성과 갈 것 같다는 여성의 목소리가 중간에 삽입되어 이질감을 표현한다. 그 외에 노래는 볼일 보는 소리, 소리 지르거나 치찰음을 섞어 노랜지 소음인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히로히토가 사망하고 발표한 앨범이니 만큼 전체주의에 대항해 설사와 구토로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히로히토의 근엄함이 주는 실소만은 분명하다.

교회와 섹스라는 단어도 이질감을 넘어 황당한 실소를 던진다. 두세 달 사이 두 명의 목사가 성범죄 혐의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전과 삼척의 두 교회 목사 이야기다. 여성 교역자 신체를 만지고 뽀뽀까지 한 것도 모자라 성 접촉 상황을 보고하라 지시했다. 해명이 웃긴다. 남성에게도 차별 없이 대한다는 해명이다. 목양실에서 여 신도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목사는 잘못과 해명도 없이 부활절 헌금과 함께 잠적했다. 두 사람 모두 교회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감춰버렸다. 제왕적 목사 권력, 여성 향한 그루밍성범죄와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건이다. 유튜브에는 이곳저곳 강사로 서서 내가 교회를 이렇게 세웠고 하나님의 일을 했다던 성장론만 남아 메아리로 증언한다.

교회만큼 섹스를 외면하는 공간이 또 있을까. 교회서만 볼 수 있는 이 황당한 실소는 성(聖)과 속(俗) 이분법으로 이질감을 안겨준다. 하고는 싶지만 하지는 말아야 할, 마음에는 들지만 외면해야 할. 사랑에는 국경과 나이도 없다지만 신과의 관계 속 터부(taboo)는 도덕과 윤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교회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의 섹스를 향해서 거룩과 경건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교회 내 성범죄는 히로히토와 신음소리 만큼 이질적인 수준이다. 교회 내 성범죄는 현재 진행형이다. 당장 포털 뉴스에 최신순으로 ‘목사 성범죄’를 검색해보시라. 하루 전 기사가 쏟아진다. 그리고 익숙한 단어가 보인다. ‘그루밍 성범죄’ 지난 2019년 JTBC 취재 결과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법원에서 유죄판결 받은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목사만 79명으로 집계됐다. 면직만 5명. 목사직이 박탈되어야 함에도 당당하게 원로목사까지 된 사례도 3건이나 집계됐다.


앞에선 거룩한 척하고
뒤에선 음란한 목사들
바울은 그리 말하겠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기독교반성폭력센터 2018년 상담 통계에서 성별로 분류한 자료를 보면 황당함은 분노로 바뀐다. 미성년 여성 피해자만 21건으로 전체에서 25%를 차지한다. 네 명 중 한 명이 미성년 피해자다. 성범죄자 131명 중 목사만 79명인 자료도 황당한데 그 중 21명은 목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범죄를 저지른 자격 없는 목사들이 지금도 자신의 이름을 바꾸거나 교회를 옮겨 활동한다. 이 기관 조사에서 가해자 직분만 목회자 61%로 전체에서 55건에 달했다. 성서는 치리(治理)를 다룬다. 이단은 멀리하고 교회에 반하는 사람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교회는 목사 면직에 미온적 태도를 취한다. 목사직을 박탈한다 하더라도 피해자 치유에는 여러 박자가 늦는다. 교회 내 여성혐오 발언이 여전한데, 어떻게 피해자들을 보듬을 수 있을까. 여러 여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인천의 모 목사는 그게 사랑이었다고 말한다. 기가 막힌다.

교회는 교회법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신들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허가 받은 교단에 불과하다. 정교분리 원칙을 말하기 전에 자격 없는 목사들부터 쳐라. 여기는 교회보다 헌법이 위인 대한민국이다. 성경대로 하겠다고? 바울은 부정과 음란, 방탕을 회개하지 않은 자들을 향해 “그런 사람들을 그냥 두지 않겠다”(2고린 13,2)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는 교회 내 성소수자들을 탄압하고 축복 기도한 이동환 목사를 가만두지 않았다.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황당한 교단도 있었다. 전통적인 가부장제 사회에서 1인 가구로 변모하는 현대 사회에 혼전순결을 강조하는 것도 우습지만, 목사들부터 경건하지 않으면서 섹스하면 죄라고 가르치는 광경이 히로히토 일왕의 사진 앞에 신음소리를 변주한 게로게리게게게 앨범같이 황당한 웃음만 나온다.

청소년 단체가 자기 단체라고 지껄인 그 인간은 무얼하며 살고 있을까. 언론에 나온 성폭력은 합의된 관계였다며 또 강사 노릇 하겠지. 목사 면직 3년만 지나도 자동 복직 될 테니. 대단하다. K-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