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 02. 12 22:20 | A27
학부 3학년, 전도실습 과목이 싫었다. 1학점 과목이라 한 시간만 채우면 그만이라 생각했거늘. 조별로 묶이고서 처음 대면한 후배들이 날치기로 조장부터 만들어 한 숨이 나왔다. 매주 기도문을 정갈하게 디자인한 문서로 배포하고 보고서까지 써야 할 운명을 직감으로 깨달았다. 교수를 원망했다.
압권은 우리 조 최고로 연장자 목사 사모님 미소였다. 이미 웃으며 다가오는 교수와 짜고 쳤다는 걸 알았다. ‘아, 이분의 교회에서 무급 전도해야 하는구나.’ 문제는 전도하러 나갈 무렵부터 발생했다. 전도는 해야 한다. 전도실습이잖은가. 약속 시간을 정했다. 조금은 늦어도 모두가 도착해 출발했다. 이상했다. 카페에 도착했더란다. 점심 먹고 만나자기에 짧게 전도하고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했건만, 간단한 차 마시자던 말씀이 두 시간 흘러서야 끝이 났다.
오후 지나 전도할 지역을 물색했다. 교회 밖 하늘은 창창했다. 뒤이어 조원들 표정은 어두웠다. 이쯤하고 집에 가지 않을까 싶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왜 내가 이걸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한탄이 들려왔다. 아아, 한 시간 1학점 수업 위해 반나절 사모에게 붙잡히다니. 게다가 조장이라 빠질 수도 없었다. 전도에 참여한 조원들은 없던 사역을 만들어내던 분위기다. 피아노 반주를 해야 한다. 드럼 쳐야 한다. 전도사 사역 나가야 한다. 유일하게 교회 다니지 않았던 나는 차마 “공부하러 가야한다”고 거짓말할 수 없었다. 열차 소리 들리던 낙후된 지역엔 어찌나 교회가 많던지. 교회 옆에 또 교회 있고, 옆에 있는 교회 옆 또 교회 있는 이상한 동네였다.
한 학기 동안 이 교회에 붙들릴 생각하니, 슬슬 화가 났다. 잘 얘기 좀 해보시라는 조원들 불만도 터지기 직전이다. 따라서 디폴트 선언하는 마음으로 개인 사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하는 분들도 있다고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서운한 기색 없이 조장이라도 남아 좋다고 말했다. 그나마 너그러운 두 여학우와 넷이서 전도했다. 전도를 하라는데, 사역리 같은 만들어진 지루한 이야기 전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도지를 들고서 전도했다. 교회 다니지 말라고. 너희들 인생 즐겁게 살라고 말했다. 이른바 역(逆)전도법이다.
초등학생만 보면 심장이 뛰고 흥분된다. 언제든지 재미있게 노곤해진 순간 너머까지 놀 수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학원가기 어려운 아이들이 이곳저곳 유랑한다. 사탕을 건네며 “얘들아, 뭐 하러 교회 다니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고 말했다. 분명히 전도지에는 교회 주소와 이름이 쓰여 있는데도, 교회 가지 말라는 말에 이상해진 아이들은 교회 가겠다고 뻐겼다. “왜! 놀고 즐길 수 있는 시간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해?” 조원들은 교회에 오지 않을 아이들로 생각했지만 나는 정말 교회에 오지 않았으면 했다. 나처럼 노예로 살지 말았으면 했다.
학교로 돌아가자 한 학우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형제님, 형제님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역 전도법 개발했다며 좋아하던 그의 미소가 생각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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