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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ㅁㅅㅎ

[ㅁㅅㅎ] 말없이 바라보다

입력 : 2021. 01. 01 | 디지털판

 

 

 

말없이 바라보다


슬픔은 만날 수 없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만날 수 있음은 너와 나의 바라봄을 의미한다
바라봄은 지금의 너 오늘의 나 내일의 봄 같은 우리다
우리는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그런데 너가 없다.


시작은 만날 수 없다는 데에서 슬픔으로 밀려온다
바라봄의 의미는 너와 나의 만날 수 있음이라는데
우리는 내일도 오늘도 지금도 너와 내가 바라는 봄이라
슬프다. 만날 수 없어서 우리는.


네가 없는 이천이십년
파동으로 젖어버린 내 얼굴
불신과 증오와 불안과 슬픔이
내 어깨까지 차오른다.


너를 만날 수 없다는 지금이
너를 바라볼 수 없다는 오늘이
너와 봄을 꿈꿀 수 없다는 내일이
슬픔이다.


슬픔이다.
슬픔이다.
그런 너를
찾아간다 바라본다.
발을 뗀다

 



정의(定意)는 오히려 틀 안에 가둔다. 절망의 이유도 낙인에서 비롯하듯 화자는 슬픔과 만날 수 있음, 바라봄, 우리를 정의하며 슬퍼한다. 그러나 슬픔의 강도는 크지 않았다. 발을 떼며 만나고 싶은 너를 향해 걸어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러기까지 숫자로 이해 못할 시간들은 얼마나 길었을까. 만날 수 없고 따뜻한 봄을 바라지 못해서 생기는 슬픔은 화자를 정의라는 틀에 가두었다. 어깨까지 차오른 물살에 더는 슬퍼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힘을 내어 발을 떼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