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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혜

오피니언/지애문학 동태 눈깔에게 이별 통보 받은 밤 굳은 입술의 동태 눈깔. 교회 일에 치여 완벽하게 자기 자신을 잃은 사람만이 되어지는 눈빛.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지 말고 당당하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야 한다던 가르침과 다르게 살아온 이중 잣대. 그리고 철저히 정직하게 살아낼 수 없어 월급으로만 사는 무능력한 직장인에게서나 볼 수 있는 현실의 벽 앞에 선 자만의 눈망울. 며칠 전만 해도 입술과 입술을 맞대어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분위기와는 달랐다. 그 입술에 만큼은 생기가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헤어지자.” 안색 하나 변하는 것 없었다. 그럴 줄 알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조금씩 가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서울대 남자랑 만나니까 좋아?” 내 소식통. 두 달 전부터 서울대 출신 성악과 한 여자와 전임자가 만난다는.. 2021. 8. 7. 더보기
오피니언/지애문학 위로 남의 집 냄새는 언제나 맡아도 낯설다. 남자친구 작은 원룸 나서던 순간까지도 홀아비 냄새가 익지를 못했다. 낯설다는 풍경이 내게 가져다준 불편함은 너에게 내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직감으로 깨닫게 만드는 감정이다. 어머니가 출근하고 빈 현호의 집에도 낯선 냄새가 가득했다. 순전히 현호의 냄새뿐이었다. 아기자기 알록달록 쿠션 위 가족사진과 식탁처럼 보이는 공간에 누가 봐도 현호가 만든 걸로 보이는 나무 모형이 옹기종기 항해할 요량을 갖추었다. 늦점심이 되어서야 베란다 앞으로 져가는 햇빛이 외로운 저녁으로 들어가는 현호의 마음을 그리는 것 같았다.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서 생각했다. 무어라 말해주어야 할지, 어떤 말로 놀라지 않게 다가갈지, 혹시나 싫어하지는 않을지. 무릎에 팔꿈치를 올려두고 손가락을 .. 2021. 5. 24. 더보기
오피니언/지애문학 창세기 설화: 분노(憤怒) ‘왜 요즘 교회에 안 나와요?’ 이렇게 물어볼 때마다 뜻밖의 대답을 마주한다. 모순. 교회에서 가르치는 가치와 사회에서 생활하며 부딪치는 모순 앞에 쓰러지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 돌아오지 않을 당신에게 정직한 답변으로 돌려드리지 못한 부끄러움이 그렇게 만든다. 일요일 저녁이면 업무를 마치고 어깨에 몸을 기댄다. 이제는 누가 들어오든 아랑곳 하지 않는다. 끝 보지 못했던 카톡 심방*을 이어간다. 나른해진 동공에도 엄지손가락 움직임이 끊이질 않자 스마트폰 낚아챈 동료가 묻는다. *심방(尋訪) 교회의 교직자가 교인에게 연락과 방문을 통하여 안부를 묻고 신앙 상태를 점검하는 일. “안 쉴 거야?” 아직도 안 끝났는걸. 계속해서 일만한다고 어떻게 잊혀지겠어 나도 모르진 않는데 좀 쉬엄쉬엄 해 걱정.. 2021. 5. 2. 더보기
[지애문학] 창세기 설화: 음욕(淫慾) 비공개 기사입니다. 더보기
오피니언/지애문학 [지애문학] 기억을 기억하는 이유 각이진 턱에서 돋아나는 입가의 주름 그 입에서 쏟아지는 무책임한 단어들. 몇 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얼마만이죠?” “그러게요. 마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요. 호호.” 새신자환영회실 지나쳐 곧바로 12교구 담당 전도사와 바쁘게 걷는 걸 특권처럼 생각하던 이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도착한 상담실에선 그 여러 해 동안의 회포가 이어졌다. “이 교회 저 교회 전전하고 교구장까지 해봐도, 우리 교회 만하지는 않더만. 시설 좋지, 목사님 좋지, 성도들 좋지, 분위기 어때, 신앙심도 이만한 데가 없다고.” “네.”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힐 때마다 나오는 특유의 표정을 잘 안다. 살짝 고개를 기울어 다문 윗입술로 아랫입술 닫아줄 때 발생하는 무표정. 마구 휘갈겨 적는 종이 위엔 정자로 인쇄된 교적 전입처.. 2021. 4. 7. 더보기
오피니언/지애문학 [지애문학] 일탈 입력 : 2021. 01. 17 22:53 | A29 “나 주 안에 늘 기쁘다/나 주 안에 늘 기쁘다/주 나와 늘 동행하시니/나 주 안에 늘 기쁘다” 예배당 바깥으로 나갔어도 귀에서 낭낭하게 들려왔다. 설교를 마치고 부르는 찬송가 멜로디가 내일 아침에도 허밍으로 울릴 걸 생각하면 역겹기 그지없다. 3층 방송실에서 바라본 교인들 뒷모습은 흥에 겨워 어깨춤추고도 남았다.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속마음을 드러낼 때면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내 모습이 보인다. 심방을 싫어한 이유다. 한 바탕 손뼉치고 열광적인 찬송을 부르면 스트레스 해소될 테니, 종교도 하나의 비즈니스 서비스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담배 한 까치라도 피우며 속이라도 비웠을 텐데. 여긴 그럴 만한 옥상도 없었다.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감시 받.. 2021. 1. 17.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