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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지애문학

[지애문학] 일탈

입력 : 2021. 01. 17  22:53 | A29

 

 

“나 주 안에 늘 기쁘다/나 주 안에 늘 기쁘다/주 나와 늘 동행하시니/나 주 안에 늘 기쁘다”


예배당 바깥으로 나갔어도 귀에서 낭낭하게 들려왔다. 설교를 마치고 부르는 찬송가 멜로디가 내일 아침에도 허밍으로 울릴 걸 생각하면 역겹기 그지없다. 3층 방송실에서 바라본 교인들 뒷모습은 흥에 겨워 어깨춤추고도 남았다.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속마음을 드러낼 때면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내 모습이 보인다. 심방을 싫어한 이유다. 한 바탕 손뼉치고 열광적인 찬송을 부르면 스트레스 해소될 테니, 종교도 하나의 비즈니스 서비스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담배 한 까치라도 피우며 속이라도 비웠을 텐데. 여긴 그럴 만한 옥상도 없었다.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감시 받는 곳. 이제 곧 예배 마칠 시간이 다가온다. 간사에게 맡겨 둔 방송실을 뒤로하고 자판기 커피 한 모금 마셨다.


“누나도 지루하죠?”
“현호, 또 중간에 나온 거야?”


다시 자판기로 가 율무차를 뽑았다. 신음소리 내가며 한 잔 타주던 기계음에 카페는 고요해졌다. 이 무렵엔 헌금 기도로 공허해질 시간이다. 고등학교 3학년 진학 할 현호도 마지못해 교회 오는 아이다. 선생님과 전도사님 분명한 호칭들 중에서도 현호는 좋아하는 호칭, 누나라고 불러준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너 가르치기 까다롭대. 적당히 삐딱선 타야 사람들도 적당히 챙겨준다고.”
“알아요. 하지만 싫은 걸 어떡해요.”


툴툴대는 통에 율무차 한 잔도 챙겨주지 못하는 바쁘디 바쁜 전도사가 현호를 마음에서 잊어버린 지도 오래였다. 항상 낯선 질문으로 아이들 앞에서 성경도 모르는 전도사 만든다고 미움 받는 중이었다.


“누나는 항상 열심히에요.”


왜냐고 물었다. 맡은 일 열심히 한다고. 한 번도 설교 시간에 존 적 없어서 방송실 같이 근무하고 싶었지만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기엔 방송실 업무가 생방송 송출도 엮여 있어선지 졸아서도 안 되었고 딴 생각도 용납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유일하게 학생들의 출입이 전무한 곳이었고. 재미없는 담임목사 설교만 1시간, 10년 이상 들으면 가능하다. 체육대회 때만 길게 느껴지던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은 아무 것도 아니다. 자그마치 10년 동안 1시간. 주일 1부부터 5부까지면……. 현호가 좋아하는 누나란 열심히 일하는 이미지만 가지지 않았다. 뭐든 물어보면 성의 있는 대답으로 포장해 건네준단다. 그래서 오늘은 뭘 물어볼 거냐고 물었는데 사뭇 표정이 진지해졌다.


“바다 보러 가고 싶은데 어떡해요?”
“아…….”


궁금했다.


“잔잔한 파도 소리 듣고 싶어요. 교회는 너무 시끄럽잖아요. 여기에 조용한 곳 있기나 해요?”


가로 저은 고개를 보면서 멍 때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머지않아 담임목사는 축도로 예배를 마칠 것이고, 지금의 침잠이 깨어진 채 사람들은 제 할 일 하러 흩어질 것이다. 생각으로 집중하기 어려운 교회는 그렇게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진다. 현호가 말하는 잔잔한 바다에 가고 싶어서 갈지 말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멍 때렸다.


“그럴래?”


표정이 밝아진 현호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었다.


“누나가 태워주세요!”


“응.”


마지막 예배가 마쳐지자 카페의 커튼 홀 유리창을 통과한 노을이 조금씩 구름에서 벗겨지며 드러나 얼굴에 비취었다. 교회의 낯선 조명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