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등] 달달한 편의점 모찌롤 케 ― 잌

2022년 06월 13일

편의점 구석 한 편. 의자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잠은 푹 자둔 상태다. 사장님은 이것저것 지시사항 가리키고서는 퇴근했다. 그렇듯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로 응축된다.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신문이나 책 읽다가 심심하면 글 좀 쓰면 된다. 자정까진 손님만 스무 명 남짓. 피곤함만 빼면 꽤 괜찮다. 벽면 화이트보드엔 ‘해야 할 일’이 빼곡했다. 그닥 복잡하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청소, 선입선출. 물류도 없어서 청소 때만 바짝 일하면 된다.

종이컵에 믹스 커피 따르고 자리에 앉았다. 편의점 조끼에 배인 내 체취가 비 냄새에 가려졌다. 비 냄새라. 다소간에 불편해질 것 같다. 박스는 사장님이 준비해두셨을 테고. 발자국이 묻기 전에 깔아두면 될 텐데. 움직이기는 귀찮고. 어제는 몇 명쯤 왔을까. 뇌가 피곤한 모양이다. 멍 때렸다. 머 ― 엉.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시 소속 청소차. 집에서 밤새 유튜브 보다가 듣던 낯익은 소리다. 갓길에 멈춘 차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한 분은 20대 초반 다른 분은 50대 중년. 시원한 음료를 사다가 바깥 원목 테이블에서 마시던 광경을 CCTV로 지켜보았다.

아버지와 사춘기 아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투입된 지 얼마 안 된 어색한 사이로도 보였다. 무엇을 생각했을까. 조용히 담배를 비우다 유유히 사라졌다. 그 짧은 시간의 빗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침묵은 오래지 않았다. 투덜투덜 바닥에다 박스를 깔아두고 테이핑했다. 잠깐 내리고 그칠 비 같아 하나만 깔아뒀다. 오늘도 손놈을 피할 수 없었다. 다짜고짜 화장실 쓸 수 있냐, 핸드폰 충전은 안 되냐, 담배 찾아 헤맬 때마다 신경질 부리는 인간들을 마주하려니 빗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앞으로 모찌롤이라 부를 이상한 손님을 만났다.

2019년 5월 2일 목요일
택시에서 내리는 듯 둔탁한 소리가 스쳤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왔다. 육감에 집중했다. 곧 출몰하겠구나. 곧 들어오겠지, 들어오겠지. 귀는 출입문 앞에 서 있었고 눈은 책의 마지막 문단에 머무르고. 격정적 목소리가 연이었다. 귀찮아지겠네. 들어오지 마라. 들어오지 마라. 제발. 마음으로 기도했다. 잠잠해지자 근처 주민이겠거니 의자에 앉으려던 순간. 출입문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찹쌀떡과 마주친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깜짝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째려만 보았다. 통화 중이었다.

“아, 씨발, 지금 편의점. 응, 응…….”

하나의 손놈이 편의점을 배회하고 있다. 누가 봐도 술 취한 20대 여성이. 그대로 서서 남은 단락을 마저 읽었다. 한 바퀴를 돌았어도 사려던 물품이 안 보였는지 다시 한 바퀴 도는 듯했다. 돌다보면 심심해지니까 브로드웨이 삼아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책을 덮고 감시체제에 돌입했다. 권태기 남자친구 얘기인 모양이다. 짜증인지 분노인지 하여튼 남친하고 싸운 모양이다. 사려는 것도 아니고, 안 사려는 것도 아니고. 애매한 빗줄기 같은 것. 저절로 회개 기도가 나왔다. 지난 날 선배와 통화하며 매대 곳곳을 배회한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 다음부터 그러지 않을 테니 이 귀찮은 손놈이 빨리 나가게 해주세요.

손놈은 통화를 마치자 물건을 포스기 앞에 쏟아냈다. 젤리 사탕, 숙취 음료, 그리고 모찌롤. 자정만 지나면 내 건데. 입꾹닫 바코드를 찍어댔다.

“담아주세요.”

단골은 눈 감아 달라고? 어림도 없다. 단골도 아닐 텐데. 봉투 버튼을 누르자 손놈이 말했다.

“어, 곧 폐기였네요?”

그걸 이제 알았냐.

“어느 학교 다니세요?”

“좋은 학교 다니는데요.”

“전공은요?”

“소비자심리학과요.”

대충 둘러댄 말을 믿는 둥 마는 둥.

“계속 물어보면 귀찮아할 거죠?”

“네.”

“그냥 가는 게 더 낫죠?”

“네.”

말없이 나가자 벙 쪘다. 내가 좀 심했나. 하여 모찌롤이라 부르기로 했다.

2019년 6월 2일 일요일
편의점에는 연속성을 가진 손님이 있고, 불연속성 가진 손님이 있다. 어차피 손놈이라 부르는 진상은 둘 다 포함된다. 그나마 스트레스 덜한 부류는 불연속 놈들이다. 자주 오지 않으면 그러려니 잊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이따금 찾아 올 불청객은 생각만 해도 짜증이다.

“어이!”

50대 중년 손님이 오른손 살짝 들어 인사했다. 손님이 맥주 고르는 사이 안주 거리를 챙겨드렸다. 1+1 제대로 들어와 있었다. 손님은 심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카드를 건넸다. 1+1 혜택 3트 만에 성공. 사장님에게 두 차례나 말씀드리자 챙겨주신 모양이다. 이런 손님은 활기차고 오래 머무르지 않으며 진상도 아닌 단골손님이라 반가울 따름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을 경험했다. 두꺼운 정장에 다소곳한 할아버지. 막걸리 하나만 사주면 안 되겠느냐던 부탁을 단칼에 거부했다. 우는 시늉에 나가달라니까 다시는 보질 못했다. 아침 교대 전, 다짜고짜 찾아와 “죽을 거”라고 “나 말리지 말라”던 노인의 경우도 막걸리 할아버리처럼 단회적인 특징의 불연속성 손님이다.

화장실 부탁하는 사람들도 한 번은 요구해도 두 번은 부탁하지 않는다. “그럼 알바님은 어디서 볼일 보냐”는 말에 5층 주인집에서 해결한다는 거짓말도 배운 대로 써먹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사람 대하는 일이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매일 보는 사람들도 아니고, 대개 이 동네 단골은 진상 짓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찌롤도 그런 불연속 손놈으로만 생각해왔다.

그렇게 잊어버렸을 즈음.

“크하하! 디질래!”

또 왔다. 대놓고 ‘나 취했소’ 차림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인사를 대충 받았다. 매장 몇 바퀴 돌고 돌아 술 취한 척 물건을 고르는 모습을 조용히 관찰했다. 거기에 “왜 연락 안 받았냐”고 소리치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애초에 날 괴롭히러 들어온 게 아닐까. 방어적 태도로 신속하게 계산하려 했다. 어김없이 모찌롤 사가는 모습에 입맛만 다셨다.

한 숨이 나왔다. 카드 한 장이면 될 계산에 굳이, 굳이 만원짜리 꺼내어 현금 결제해 달라는 것이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스름돈을 드리려던 차.

“가방에 넣어주세요.”

손으로 받으시라고 말씀 드렸지만 계속 가방에 넣어달라고 요구해 포기하고 말았다. 50대 아저씨 마냥 심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고만 있었다. 말을 걸 것 같아 창고로 들어가려고 했다. 청소하려는 줄 알고 돌아간 모찌롤을 보며 마음으로 ‘나의 승리!’를 외쳤다. 창고에 다녀오자 아니나 다를까 문은 벌컥 열려 있었고 모기도 잔뜩 들어오고 말았다. 다음 손님을 위해 계산대로 향하니 소세지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2019년 7월 4일 목요일
근무 세 달 차. 책 읽으며 CCTV에서 알짱거리는 사람이 매장에 들어올지 않을지 알아맞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처음엔 염색한 노랑머리에 누군지 몰랐다. 다른 사람인가 싶을 무렵 출입문에서 꽈당 부딪친 찹쌀떡에 모찌롤을 발견했다. 책을 내려다 놓았다.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성큼성큼. 오늘도 매장 곳곳 돌아다닌다. 젤리 매대 앞 앉았는지 꿇었는지 의문의 자세를 취하다 하나 쥐고서 과자 매대 둘러보는 느낌이 들었다. 대놓고 CCTV로 감시할 순 없으니 슬쩍 보면서 어디서 뭘 하는지 지켜봤다. 혹시 토라도 하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했다.

얼굴 만한 가방 올려놓고 머리카락 뒤로 쓸었다. 취한 얼굴 안 그래도 벌겋게 달아오른지 오래다. “나 취했어요?” “나 취해보이져?” “맨날 취할 때만 들어오는 것 같죠?” 모두 “네”라고 답했다. “왜 그럴 때마다 오느냐”고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갑자기 가위 빌려달라는 말에 연필꽂이의 작은 가위 대신 가위라는 상품이 어디에 있는지 정중하게 답변 드렸다. 모찌롤이 입술을 굳게 닫자 웃음을 참으며 연필꽂이에서 작은 가위를 가져왔다. 모찌롤 답지 않게 공손히 인사하자 가슴이 뛰었다.

모찌롤은 희미해진 눈동자로 힛 웃었다. 어눌한 단어를 조합하며 가위의 용도를 설명했다. 철썩 주저앉아 샌들을 벗고 가위로 자르려 하자 다가가 만류했다.

“자르시려구요?”

샌들의 불편한 부분을 자르겠단다. 핑크빛 물든 발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지금 이거 다 찍히죠?”

“네. 가끔 보는 것 같으세요.”

모찌롤이 베베 웃는다. 나도 웃었다. 편의점을 매일 방문한다고 한다. 기억나는 게 없었다. 그래봤자 저번에 한 번 비슷한 분을 본 기억뿐이다.

“매일 와도 모르실 거예요. 생얼 차림으로 아무도 모르게 오니까요.”

어색한 공기가 감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찌롤은 가위의 뾰족한 부분이 내 손에 닿게 건넸다. 공손한 손짓에 또 한 번 심쿵했다. 가위를 있던 곳에 꽂아 두었다. 모찌롤은 손까지 흔들며 인사했다. 어디서 본 얼굴. 그러나 아무 대꾸도 않는 모습. 그분이었을까.

매장서 읽어 내려간
서양철학사 페이지
천 페이지가 넘는다
중세 시대에 이르자
그간의 정독 멈추고
말없는 초여름 공기
그 별명 읊조리게 해

 

2019년 7월 16일 화요일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자 여유를 느꼈다.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새벽 다섯 시가 넘은 시각. 비가 무지 내린다. 저 건물 너머 번쩍이자 창가 가장자리에 택시가 멈춰 섰다. 혹시나 하고 누가 내리나 지켜봤다. 익숙한 얼굴이 매장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얼른 서둘러 튀김 쇼케이스 뒤에 숨어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모찌롤은 문을 벌컥 열고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곧장 음료수 쪽으로 향했다. 통화 중이었다. 한참을 고르고 고르다 끝내 빵과 음료수를 가져온 모찌롤이 말했다.

“맨날 취한 채로 들어오네요. 흐흐.”

계산을 마치자.

“빨대 꼽아주세요!”

친절하게 빨대에 꼽아 음료수를 건네 드렸다. 밖은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우산 없는 모찌롤은 집에 돌아가기 어려워 선지 자리에서 빵 먹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여전히 통화 중이었다. “여기가 어디죠? 뭐라고 불러요?”라고 묻자 “편의점이요”라고 답했다. “여기가 어디 편의점인데요?” “씨유(CU)예요, 씨유”라고 대답했다. 여기가 진짜 씨유 편의점인줄 믿은 모찌롤이 친구에게도 알바생한테 겁나 뭐라 뭐라 시키는 중이라고 자랑했다.

통화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다. 이것저것 떠드는 소리가 끝나자 침묵이 이어졌다. 힐끔힐끔 모찌롤을 쳐다봤다. 편의점 광고 음악 두어 곡이 끝나갈 무렵. 모찌롤이 계산대를 빤히 바라보다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명령을 내렸다. 지가 먹다 남긴 빵 한 조각 주면서 버려달라고 말한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침 안 묻은 쪽으로 잡으려 했다. 그 순간 내 왼손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이게 무슨 상황일지 싶어서 눈썹을 살짝 내려 물었다. 모찌롤은 아무 말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기까지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손을 떼 휴지통에 버렸다.

당황한 나머지 친절히 문까지 열어서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 드렸다. 야외테이블에서 친구일지 지인일지 끊어진 통화가 이어졌다.

가끔은 해 뜨는 노을을 등진 채 하늘을 찍곤 한다. 비가 그친 날이면 하늘도 드라마틱하게 보인다. 청소를 마치고 찍으려다 빈 야외테이블을 보았다. 모찌롤은 보이지 않았다.

우산이라도 챙겨드릴 걸 생각 다 못다 한 즈음 손놈이 찾아왔다. 4만 8천원 슬림 골드 살 거라면서 동전을 쏟아놓은 광경에 헛웃음이 났다. 하 시발.

자유의 새노래

자유의새노래

정론직필의 자유·시대성의 창달·주체자의 기록

답글 남기기

Previous Story

“신약만 읽으면 되지, 굳이 구약도 봐야 하나” 그래서 교회는 구속사에 주목한다

Next Story

[사진으로 보는 내일] 토요일 저녁 5시

Latest from 나우

두쫀볼, 두쫀붕, 두쫀궁까지… 없어서 못 먹는 ‘두쫀쿠 열풍’

두바이 쫀득쿠키. 이름만 들어도 일단 두바이에서 만든 쿠키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두바이 초콜릿은 들어봤어도 쫀득쿠키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쿠키면 쿠키지 쫀득쿠키는 뭘까. 여자친구가 먹고 싶다던 두쫀쿠를 더현대서울에서도 판다기에 점심시간, 지하 1층 식당가를 헤집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품절 대란이 일어날 만큼 인기리에 판매 중이었기 때문이다. 절찬리 판매 중인 ‘존맛탱 쿠키’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쿠키’의 줄임말로 중동식 얇은 면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크림을 속에 넣고 마시멜로 반죽으로 감싸 바삭하면서 쫀득한 식감을 내는 쿠키 형태다.

[지금,여기] 두 손 모아 경건함으로 “소원을 빕니다” 「2박3일, 교토여행③」

❹청수사·니넨자카·산넨자카·은각사 자연을 재편집하는 섬세한 손길과 애절함 관광지의 정수였다. 청수사 그러니까 기요미즈데라(清水寺)에 이르자 새빨간 사찰 건물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청수사는 매년 12월 12일 일본 ‘올해의 한자’를 발표하는 곳이다. 인왕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신비로운 눈빛으로 인왕문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노송나무 껍질로 만든 본당 지붕은 나조차 익히 알고 있는 교토의 유명한 건물이다. 높은 지대를 감추고 있는 파릇파릇한 가을의 나뭇잎이 우드톤 본당의 지붕과 대조적이었다. 자연 속 사찰로 더욱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사찰로 향하는 길목에는 니넨자카와 산넨자카가 늘어섰다. 일관된 목조건물과 절제된 간판이 교토다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무척 많은 관광객에 걸음을 멈춰야 했을 정도다. 전범기 앞에선 잔기침이 터졌다. 은각사에서 나는 동양 전통의 권력과 위계적 미학을 감지했다. 서양 전통은 압도적 규모와 기하학적 질서로 권위를 드러내지만 일본의 건축은 자연을 통제함으로써 힘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목조 건물은 콘크리트와 달리 거대한 규모로 짓기 어려워 자연을 통제하거나 인위적으로 길들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는 인상이다. 모래를 쌓아 만든 코게쓰다이(向月台)와 긴샤단(銀沙灘)은 동양적인 권력처럼 보였다. 이치조지로 향하기 전, 우리는 철학의 길을 걷고서 한 카페에 도착했다. ‘하나 긴카쿠(花ぎんかく)’. 우리는 이곳에서 커피와 멜론 소다를 마셨다. 빨간 벽지로 마감된 카페에는 일본인 가족으로 보이는 단란함이 엿보였다. 아버지와 딸이 손뼉치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흐뭇한 광경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으나, 아쉽게도 이 카페는 9월 30일을 끝으로 폐업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미소로 대해준 그곳 점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금,여기] 단정한 제복, 섬세한 인사… 이치조지에서 느낀 일본의 감각 「2박3일, 교토여행②」

카페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허탈했다. 하필 우리가 방문한 때가 ‘추분(秋分)의 날’이었다. 우리에게 추분은 평범한 날이지만, 일본에서는 공휴일인 모양이다. 오늘 낮에 방문했던 ‘도쿠라 교토 산조점(手づくりハンバーグの店 とくら 京都三条店)’에서 세트 메뉴 주문이 어쩐지 불가했다. 도쿠라 교토 산조점은 함박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다. 내가 먹은 명란 마요 함박 스테이크를 젓가락으로 자르자 쏟아져 나오는 육즙에 놀랐다. 40분을 바깥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❺무시야시나이 카드 결제 물으니 한국어로 “아, 네!” 달콤 디저트 카페 ❻센나리 새침한 접객 태도 허나 풍성한 식탁 평범 일본 가정식 즉석 데코레이션 디저트 카페 ‘무시야시나이’, 푸짐한 일본 가정식 ‘센나리’ 다만 우리의 발걸음이 잠시 중단돼야 했다. 오래도록 걸었기 때문이다.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걷다가

[지금,여기] 뜨듯한 온천과 시원한 맥주 “캬, 이 맛이지” 끝없는 ‘오사카의 밤’ 「2박3일, 오사카여행③」

우드톤 단색의 고즈넉한 도시가 교토였다면, 오사카는 그저 화려하고 젊은 분위기의 도시였다. 우리는 나가호리바시를 기반으로 오사카의 도톤보리와 난바, 우메다, 나가자키초를 돌아다녔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큐카츠 토미타(牛かつ 冨田)다. 각자 구워 먹을 수 있는 큐카츠 전문점이다. 다행히 우리는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해서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와,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맛. 달달하고 고소하며 담백한 맛. 입 안에서 녹는 육즙이 끝내줬다. 현금만 받는 가게라 카드로 결제하지 못했다. 곧이어 낮에 예매해 둔 리버 크루즈를 타고 우리는 도톤보리 강을 누볐다. 베테랑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웃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주변 관광객들이 선사하는 손인사에, 우리도 손을 흔들었다. 가까운 타지에서 느끼는 이색 풍경에 하나가 되는 감정을 느낀 것이다. 낮에는 여자친구를 따라 우메다 근처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우리는 아식스 오사카 스토어에 방문했다. 스티브 잡스 같은 분위기의 직원이 우리를 맞았다. 여자친구가 둘러보는 동안, 나는 작은 소파에 앉아 쉬었다. 다소간의 긴 시간을 머무르는 바람에 여자친구와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며 나왔다. “失礼しました。(실례했습니다.)” 곧장, 직원이 90도로 숙이며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중한 인사에 깜짝 놀랐다. 작고 진심 어린 순간에서 문화적 감동이 남은 것이다. ❼오사카 아식스·마크 커피 ‘90도 인사’ 진심 어린 문화적 감동 카라멜마끼아또, 바리스타의 손맛 ❽큐카츠 토미타·리버 크루즈 직접 구워 먹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 도톤보리 강 유람하는 이색 ‘밤풍경’ ❾소라니와 온천·토리키조쿠 온천물에 담근 설익은 발, 피로가 싹 여자친구와 마신 달달한 맥주 한 잔 감동은 나가자키초(中崎町)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끝내 다다른 곳 ‘마크 커피 로스터스’에서 우리는 쉴 수 있었다. 나가자키초 카페 거리는 관광 친화적인 동네가 아니었다. 내부 사진 촬영이 어렵거나 현금 결제만 가능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크 커피에서 짧은 시간 지친 몸과 마음을 가누었다. 이따금 귀에 들려오는 일본 밴드 음악에 힐링이 되기도 했다. 카페에 머무는 동안, 오사카 시내에 짧은 가랑비가 내렸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우리는 고민했다. 예전부터 생각해온 곳을 예매했다. 벤텐초역(弁天町駅) 근처에 있는 소라니와 온천(空庭温泉)이 끌렸기 때문이다. 소라니와 온천은 다른 의미에서 놀라웠다. 이 가격에 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여자친구는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도 “그날 숙소의 작은 욕조에 입욕제 넣어서 물 받아 넣고 몸을 담궜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소라니와 온천은 일본 전통 의상인 유카타(浴衣)를 입고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면 공중정원에서 족욕을 즐길 수 있는데, 발을 담그면 따뜻함에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온천의 다양한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다시 우리 발걸음은 도톤보리로 향했다. 토리키조쿠 도톤보리점(鳥貴族 道頓堀店)에서 꼬치구이와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도톤보리에서 나가호리바시까지 향하는 길목에서 우리는 다채로운 얼굴의 오사카를 보았다. 확실히 교토에 비해 젊은이들의 도시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가출 청소년으로 보이는 아이들, 거리를 쏘다니는 폭주족까지 밝고 친절한 모습만이 아닌, 사회의 이면을 마지막 밤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짐을 정리해야 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 로손(Law-son)을 들러 생크림이 담긴 빵을 먹었다. 오사카에서 먹는 세 번째 빵이었다. 어느덧 오사카의 밤이 스산해졌다. 그새 가을이 다가온 것이다. 우리의 여행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9월로 미뤄야 했다. 여자친구와 다행이라는 고백을 주고받았다. 이토록 흐드러진 날씨와 분위기, 꼭 지금이어야 할 여행의 묘미를 만끽했기 때문이다.
Today소랑 2026년 6월 21일 일요일
Go to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