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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자유의새노래 칼럼

박진영이 구원파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

입력 : 2018. 05. 02 | 수정 : 2019. 03. 09 | 지면 : 2018. 12. 18 | A30


프로듀서 박진영이 구원파 전도집회를 진행했다고 한 연예 언론사가 보도했다(2018. 5. 2). 언론사는 녹취파일까지 첨부하며, 기사 핵심인 청해진 해운 대주주 ‘천해지’ 전 대표 변기춘을 등장시켰다.


박 프로듀서는 반론했다. “제가 돈 내고 장소를 빌려 가르친 성경공부 집회”라고 일축했다. 디스패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2년 ‘힐링캠프’와 ‘라디오스타’에서 박 프로듀서는 “머리로는 알겠는데 안 믿어지니 너무 괴롭다” “믿어졌으면 무슨 종교인이다 할 텐데”라고 신앙을 언급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지켜보아야 할 상황에서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박 프로듀서가 언급한 ‘신’이 기독교 하나님인지, 보편성을 추구하는 존재자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너무도 쉽게 그 신을 ‘기독교 하나님’으로 이해하는 자세다.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헌법 제 11조 1항, 20조 1항)를 명시한다. 설령 박 프로듀서가 구원파 회원으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하등 문제될 게 없다. 그가 종교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2012년, 힐링캠프에서 믿음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그가 기독교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기독교인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 단지 기독교인이 되었으므로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이제 와서 그가 구원파 회원으로 드러났다는 언론사 보도로 인해 실망감을 드러낼 이유가 없다. 신앙은 개인적 문제이며, 박진영과 존재자의 관계이지, 다수가 나팔수가 되어 한 사람을 공격할 만한 문제가 아니다.


구원파가 정통 기독교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우습다. 구원파가 주장하는 문자주의 해석과 일부 개신교회가 따르는 알레고리 해석, 문자적 해석과 무엇이 다른가. 창조설을 창조이론으로 믿고, 동성애는 끝까지 죄라며 치료해야 할 것을 주장하는 이들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박 프로듀서가 등장한 언론사 기사를 보며 생각나는 게 있지 않은가. 개신교회도 언론사가 지적하고 있는 문어발 경영, 종교와 떼어지지 않는 종교사업. 하느님 이름을 망령되게 일컬으며(탈출 20,7), 종교음악가가 하나의 직업으로 등장하는 미국 개신교식 시장경제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자신의 사업을 하느님 사업으로 일컫는 행동에서 비단 개신교회가 지적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보나.


반론을 제기한 상태다. 향후 언론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지켜보아야 한다. 한 사람이 가진 신앙을 두고 옳고 그름을 논할 만한 근거가 없다. 정통(正統)을 논하며 정통(精通)에서 멀어진 한국 교회는 더욱이 따질 자격이 없다. 박 프로듀서가 해석하고 간증한 내용과 알레고리, 문자적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는 한국 교회나 정통에서 멀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정통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애먼 트와이스를 운운하며 이들 앞에 ‘탈덕’을 논하는 이들도 우습다. 예장통합 교회를 다니고 있는 임나연 양이나, 한얼산 기도원을 다닌 김다현 양에 대고 프로듀서 신앙을 엮으려는 집단성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개인은 개인으로 두라.


프렌차이즈 교회, 교회 내부에 등장한 카페, 서점 등 사업아이템, 사역을 성역화하려는 행위. 그리고 하느님의 사업이라며 교회 행사를 신의 행위와 동일시하는 인간의 욕망…. 그렇게 개신교인은 박진영이 방송에서 고백한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도 기독교인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침내 언론사로부터 구원파 회원이라는 의혹이 터졌고, 실망했다. 그 실망은 누구로부터 온 실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