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브런치를 우에노역에 있는 와이어드 카페(Wired Cafe Atre Ueno Store)에서 즐겼다. 우에노역으로 향하는 계단을 앞둔 창가 자리가 무척 인상적인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간다강을 거닐며 산책하다 근처 브런치가 가능한 카페를 발견하지 못해, 끝내 우에노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아침 9시임에도 꽤나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는 내일 타고 갈 스카이라이너를 예매했다. 근처에 있는 일본국립서양미술관에서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보러 갔다. 평소에도 여자친구는 모네의 작품을 보고 싶어 했다. 우리는 미술관 마당에서부터 유명한 작품을 마주했다.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본 것이다. 그 옆에 세워져 있는 ‘지옥의 문’도 인상적이었다.
⑤ 우에노
예술 작품과 철다리 술집 인상적 풍경
⑥ 진보초
입 틀어막는 오랜 잡지들 거대 보관소
기억에 남은 모네의 작품은 ‘수련’이었다. 빛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표현한 그의 작품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덕분에 여자친구의 감상은 나보다 배로 길어졌다.
점심은 철다리 아래에 있는 토와(TOWA)에서 먹었다. 소바와 텐동, 시원한 물까지 부족한 게 없는 식탁이었다. 간간히 스쳐가는 도시철도의 진동이 더욱 생생한 감각으로 느껴졌다. 토와는 술집 같았다. 수많은 사케들로 가득했다.
후한 점심을 즐기고, 우리의 발걸음은 아키하바라와 진보초로 향했다. 전자상가로 가득한 아키하바라는 별 감흥이 없었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간다강과 빨간 벽돌의 마치(maach)에큐트가 인상적이었다.
진보초 서점은 다른 의미에서 놀라웠다. 평범한 책방도 있었지만 잡지를 모아둔 가게에서는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문자 그대로 놀랐기 때문이다. 무척 더운 여름이었다. 땀은 볼을 스쳐 흘러내렸고, 나의 숨소리조차 섬세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1980-1990년대 잡지가 가득했고 1970년대 자료로 보이는 잡지도 보였다. 앳된, 지금은 할머니가 되었을 20대 여성의 박제된 인쇄물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숙소에서 쉬었다가 저녁, 선선해질 무렵에 도착한 도쿄역에서 져가는 노을을 보았다. 한 가지 후회를 했다면, 괜찮은 식당을 역사 근처에서 찾아 헤맸다는 점이다. 차라리 아카사카를 둘러보았으면 어땠을까. 일본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우리는 아카사카 숙소에서 마무리 했다. 편의점에서 구매한 과일을 먹으며 술 한 잔 기울인 것이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검정치마의 멜로디가 잔잔했다. 여행을 떠난다면 또 일본을 선택하고 말 거라는 진담을 주고받았다.
우리는 3박 4일의 짧은 일본에서의 여행을 되짚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다음의 말로 매듭지었다. “한 순간도 버릴 시간이 없었던 우리들의 발걸음.” 숙소 바깥, 화려한 도쿄의 야경이 애틋해졌다. 하나 둘,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소중한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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