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세키구치
그저 자리에 앉아
읊조린 짧은 기도
침묵, 하느님의 전
환대, 신자의 인사
미소, 사제의 겸허
사진을 촬영하면 안 된다고 한다. 명백한 팻말에 좌절하는 듯했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경배가 내게 힘이 되었다. 자리에 앉아 하느님에게 짧은 기도를 남겼다.
무교인 여자친구도 성당의 압도적인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곳 도쿄 주교좌 세키구치 대성당(東京カテドラル聖マリア大聖堂)에서 우리 커플은 경건한 파고 앞에 압도당했다.
아스라이 서로를 지탱하는 사람인(人) 지붕, 예수의 십자가를 비추는 빛, 아무말 없는 고독과 침전. 언제나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안아주심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한 신자분이 건물 안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외부인인 내게도 친절한 미소를 건네는 데에서 따뜻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고개 숙여 인사 드렸다.
바깥에서는 코이케 료타(小池亮太) 주임 사제가 성당 바깥 계단을 솔로 문지르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세키구치 성당에 대해 조사하던 중 코이케 료타 씨가 주임 사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척 친근한 인상을 가진 신부님에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 와타시와, 칸코쿠진 데스.(私は、韓国人です。) 찬미 예수님.” 신부님은 인자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자친구에게도 소개해 드렸다. “이분은 성당의 주임 사제세요.”
우리는 마저 성당을 구경했다. 그런데 신부님은 마저 계단을 솔로 닦고 있었다. 여자친구도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부님이 진짜 좋으시네요. 바닥을 닦고 계시다니.”
성당 자판기에 에비앙이 보였다. 여자친구는 비싼 물 좀 마셔보겠다고 작은 사치를 부렸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성당 앞으로 텍시 한 대가 도착했다. 서양 관광객 한 명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외국인은 성당을 구경하다 피로해졌는지, 퇴약볕 벤치에 앉아 있었다. 곧 떠날 우리가 그분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Thank you!”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간다강(神田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우[no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여기] 오전 7시, 아침을 여는 ‘코메다커피’ 「3박4일, 도쿄여행⑥」 (0) | 2025.09.13 |
---|---|
[지금,여기] 섬세한 헌책방, 모네의 작품들… 일본, 마지막 저녁 「3박4일, 도쿄여행⑤」 (0) | 2025.09.13 |
[지금,여기] 어스름한 저녁, 사람 사는 냄새… 고즈넉한 신사의 뒷골목 풍경 「3박4일, 도쿄여행③」 (0) | 2025.09.13 |
[지금,여기] 풋풋한 연인의 사랑, 달달한 덮밥의 진미 ‘도쿄의 일상’ 「3박4일, 도쿄여행②」 (0) | 2025.09.13 |
[지금,여기] 머지않아 비가 쏟아졌다… 긴자의 한 텐동집에서 「3박4일, 도쿄여행①」 (0) | 2025.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