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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지금,여기] 풋풋한 연인의 사랑, 달달한 덮밥의 진미 ‘도쿄의 일상’ 「3박4일, 도쿄여행②」

자유의새노래 2025. 9. 13. 16:22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우리의 하루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됐다. 어제 새벽 4시 반에 기상해 종일 걷고, 서두르거나 깨어 있었으니 피곤이 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밤 11시에 잠들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노곤해지는 게 여자친구의 뱃살을 만질 겨를이 없었다. 여자친구는 내가 엄청나게 코를 골았다고 한다.

느릿느릿 빨래를 하고, 편의점에서 산 과일음료를 마셨다. 냉장고에 넣었음에도 미지근한 온도였지만 맛은 최상이었다. 나와 여자친구는 그러려니 했다.

첫 일정은 시부야로 정했다. 사실 나와 여자친구는 여행 계획을 대강 잡아 두었다. 하루는 어디를 가고, 또 하루는 어디로 가는 식으로 말이다. 중간중간 괜찮은 데가 있으면 둘러보면서 즐기기로 한 것이다. 오후에는 오모테산도(表参道)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의 계획은 그뿐이다. 모든 건 상황에, 마음에 맡기기로 했다. 하여 시부야와 신주쿠. 오늘 계획은 이곳이다.

 

ⓒnsol1



압도하는 거대한 건물들 시부야, 인파 밀림 속에서

시부야역에서 내렸다. 쏟아지는 사람들이 흩어져서야 여자친구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역사 바깥에서는 공사 중인 곳이 있었다. 우리는 공사장과 거대한 교각을 지나쳐 하치코앞 광장에 도착했다. 각기 다른 방향의 교차로. 시선을 살짝 올렸더니 익숙한 로고 ‘스타벅스’가 보였다. 시부야에 온다면, 근방의 NHK본사보다 이곳 스타벅스 시부야 츠타야점에 와보고 싶었다.

여자친구는 스타벅스 굿즈를 둘러보는 동안 나는 시부야 교차로를 관찰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시야에 압도당했다. 주말이라 그랬는지 더욱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 시부야의 풍경을 마음에 간직했다. 초록빛의 스타벅스 역시 사람들로 북적였다.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nsol1


목마른 사슴처럼 헤매고 헤맨 오모테산도의 골목길

우리는 조금 더 걸어야 했다. 점심을 예약한 시간까지 한 시간 반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오모테산도까지 걸으며 다채로운 일본 도시의 풍경을 감상했다. 날은 무척 더웠다. 양산이 없었다면 걸을 수 없었을지 모르겠다. 머지않아 우리는 주택가에 들어섰다. 서울 합정동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하나하나 개성이 담긴 건물들을 관찰했다.

그러다 골목길 어느 곳을 헤매다 흥미로운 건물을 하나 발견했다. 분명한 흰 건물, 뾰족한 첨탑. 누가 봐도 교회 같았다. 바깥에서 정장을 입은 여성이 접객하는 걸 보면 결혼식장으로 보였다. 이상한 걸 느꼈다. 다시 보니 교회는 아닌 것 같다. 십자가도 없고 건축 양식도 기독교와 달랐다. “기독교 느낌으로 예식을 원하는 일본인도 있다”는 여자친구의 말에 수긍이 갔다.

 

ⓒnsol1



골목길을 돌아다녔음에도 점심시간까지 더 남았다. 조금 더 걷다가 우리는 애플스토어 오모테산도점을 발견했다. 한국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졌다. 일단 매장은 시원했다.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분위기가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기기는 일본어로 작동했다. 지하에도 내려가 봤다. 몇몇 사람들은 상담을 받고 있었다. 우리는 한 스피커 앞에 다가섰다. 문득 검정치마의 노래가 떠올랐다. ‘Sunday Girl’을 틀었다. 순간 작은 무대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골목길 탐방을 마치고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가게로 향했다.

 

 

① 오모테산도
정겨운 골목 풍경 개성 담긴 건물들
연어 덮밥·미소국 달달한 맛의 조화

② 신주쿠
수줍게 웃는 남녀 오래된 커피의 맛
도심 클래식 카페 입가에도 미소가

 

 

오모테산도에 있는 스시 도코로 아베 아오야마점에서 먹은 연어와 연어 알 덮밥. ⓒnsol1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의 입에서 터지는 풍성한 식탁

점원은 친절한 미소, 정중한 인사와 함께 우리를 자리로 안내했다. 두 사람이 앉기에 적당한 테이블이 무척 반가웠다. 점원은 따뜻한(뜨거운) 물을 내왔고, 우리는 잠시 열기를 식혔다가 한 모금 마셨다. 이곳 가게 스시 도코로 아베 아오야마점(意気な寿し処 阿部 青山店)의 풍경은 분주했다.

나는 연어와 연어 알 덮밥을, 여자친구는 초밥 세트를 주문해 먹었다. 계란과 연어 알 그리고 연어의 조합은 달달하면서도 입에 녹는 듯했다. 가운데 구운 연어의 고소한 맛이 조화를 이뤘다. 잊을 만할 때 한 모금 마신 고등어가 들어간 미소국은 그야말로 균형을 이루는 맛이었다. 달달 덮밥과 고소한 미소국은 우리의 점심을 풍성하게 했다.

 

 

신주쿠에 있는 커피 람브르. 화기애애하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꽤 아늑하다.
ⓒnsol1


지친 심신까지 받아주는 고마운 ‘커피 람브르’

든든한 점심에 상쾌했다. 소화도 할 겸 다시 우리는 부단히 움직였다. 메이지진구마에 역(明治神宮前 <原宿> 駅)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주쿠로 향했다.

신주쿠에는 평소 내가 가고 싶었던 카페가 있었다. 커피 람브르(coffee Lam-bre).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착한 카페. 한 걸음 한 걸음, 지하로 내려가자 클래식한 풍경이 펼쳐졌다. 푹신한 소파와 고즈넉한 분위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정중앙에 앉아, 여자친구는 아이스커피를 나는 소다 음료를 주문해 마셨다.

소개팅을 하는 듯 어색한 여자와 남자의 풋풋한 모습에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 대화를 나누는 중년의 웃음, 이 모든 게 소박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