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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돌아보는 사건

미주의 임시조치

 

 

1.

“안녕하세요. 카카오입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은 언제나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권리침해 당사자가 명예훼손 게시물이나 댓글 삭제를 요청한 임시조치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의거한 조치인데요. 게시 중단되면 즉각 본문을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해당 글은 권리침해신고에 의해 임시조치된 글입니다”라는 문구만 뜨는 것이죠. 복원 신청해도 게시 중단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무려 30일 동안 게시 글을 읽을 수 없습니다. 어떤 단체는 무차별 게시중단을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여론을 입막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입니다.


2.

이 글이 명예훼손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복원 신청 과정은 까다롭고 귀찮습니다. 명예훼손이 아닌데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변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도 “고객님께서 타인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30일 이내 복원 신청을 하지 않으면 글은 관리자가 삭제하게 됩니다. 때론 게시 중단 상황을 뒤늦게 확인하거나 아예 메일이 오지 않아 복원 기회를 놓쳐버린 일도 있습니다. 다시 글을 올리면 되겠지만 시류(時流)에 맞춰 올린 글인데 게시일이 늦어지는 걸 생각해보면 복원 신청이 가장 합리적인 방향입니다.


3.

본지를 상대로 게시중단 요청하는 경우도 간간히 있습니다. 신천지나 인터콥, 만민중앙교회,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주로 대형교회나 종교단체였습니다. 다시 복원 신청하면 카카오도 게시 글을 복원해 주었습니다. 카카오도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은 대개 복원해주는 것입니다. 지난달 반갑지 않은 메일이 왔습니다. 또 카카오였습니다. 어김없이 신고자는 ‘권리침해 당사자’였으며 신고내용은 ‘명예훼손 게시물(댓글) 삭제 요청’이었습니다. 보통 신고대상을 확인하고 신고자가 누군지 가늠합니다. 이번에는 교회나 종교단체가 아니었습니다. 안테나 소속 미주였습니다. 해당 기사는 ‘미주의 사과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겠지만’이었습니다.


4.

미주가 잘못하긴 했지만 대중은 잘못한 만큼만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게 기사의 골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미주나 소속사가 생각하기로는 명예훼손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면신문 기사는 살아남았고 디지털판 기사만 게시 중단 되었습니다. 아마 지면신문 발행한다는 사실을 몰랐나 봅니다. 대게 단체들은 수많은 소셜미디어를 대상으로 게시 중단을 요청합니다. 잘 읽어보지 않고 무턱대고 입막음하려는 것도 문제지만요, 더 큰 문제는 이겁니다. 팬이었을 시절 쓴 글조차 게시 중단 대상이라면 미주에게 이 신문, 러블리즈덕질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기사는 4월 11일 끝내 관리자 삭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