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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돌아보는 사건

[돌아보는 사건] 미안한 게 없는 DSP

입력 : 2021. 03. 01  19:00 | A29

 

에이프릴 탈퇴 당시 편지를 직접 집필한 현주(23)가 연기자의 길에 집중하겠다는 결정을 밝혔다(2016. 10. 29).

 

1.

에이프릴 전 멤버 현주(23)의 동생이 올린 글이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여자 아이돌 에이프릴 내부에서 “큰 괴롭힘”과 “왕따”로 인해 누나인 현주가 공황장애, 호흡곤란을 겪었다는 폭로였습니다. 이어지는 친구들의 게시물은 에이프릴 특정 멤버가 아니라 전 멤버가 폭력에 가담했다는 정황을 가리켰습니다. 문제는 그룹 전체의 가담한 사실만이 아닙니다. ‘에이프릴 멤버 전체가 가해자입니다’ 게시물에서 채경·레이첼을 제외한 탈퇴한 멤버 소민과 나은, 진솔, 채원 그리고 매니저를 언급하면서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괴롭힘에 가담한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2.

DSP미디어는 하루 지난 오늘에서야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주의 성실하지 않은 자세와 이로써 유발한 갈등으로 다른 멤버들도 피해를 입었지만 현주의 연기자 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현주의 사정을 알고서 폭로한 친구의 주장은 다릅니다. “저는 연기자 이현주로 여러분 앞에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자필 편지(2016. 10. 29) 역시 거짓편지라고 폭로한 겁니다. 현주는 탈퇴 의사를 밝히고 1년이 지나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에 출연해 유니티로 다시 데뷔했습니다(2018. 5. 18).


3.

어른들은 아이들을 잘 아는 듯 질풍노도 시기라는 단어를 거들먹거리며 가르치기 바쁩니다. 다 잘 되라는 의미에서 정의롭고 잘 아는 척하지만, 아이들도 잘 압니다. 어른들이 구사하는 사회생활이란 단어로 노동 착취하려는 의도를요. 사실을 확인 중이라던 소속사의 사과 없는 사과문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어느 누구를 가해자나 피해자로 나눌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고요. 그리고 이어진 추가 해명문으로 폭로한 동료들 사건들을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사건은 발생했지만 해프닝이라니요.


4.

아이돌 문화에서 비정상적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7년 계약 합숙 생활, 연애 금지, 자발적 팬 문화, 멤버 안에서 은밀하게 발생하는 폭력, 이 구조를 만들고 유지하는 회사와 매니저,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현주야 말로 에이프릴 멤버들을 악마로 묘사했다고요? 왜 이들은 구체적인 사건들을 해명하지 않은 채 선과 악의 프레임을 가져 오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이름에서부터 기독교적 가치를 표방했던 FNC엔터테인먼트처럼 DSP미디어 사과문마저 뭇매 맞고 있습니다. 미확인 사실과 추측,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루머라니요? 한 순간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잘못된 사과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른답게 아닌 건 아니다, 옳은 건 옳다고 말하시죠. 어린 여자 아이돌로 돈 벌면 다 끝나는 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