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네게 가혹할 테지만
원망스러울 거야. 네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집에만 들어오면 부모는 싸우고 있고. 아이들은 고성(高聲)에 울기만 할 뿐이고.
태어난 것 자체로도 억울한 감정이 앞서지만 견뎌야 할 네 마음,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한국은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나라 같아.
이지, 너의 배려는 섬세해. 너의 그 배려를 모든 사람이 알아주지는 않을 거야. 그럼에도 네 몸에 각인 된 감각을 잃지 않고 다채로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네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멋져. 오랜 시간 흘러야 ‘그 애가 나를 생각해주었구나’ 깨닫게 만드는 배려도 있겠지만. 어쩌면 죽은 후에도 모를 배려도 있을 거야. 순정이가 너의 마음을 알아준 것처럼, 앞으로도 네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갈 거야.
지금은 경찰관의 꿈을 비웃을지 모르겠어. 허나 너의 시선은 언제나 광활해서 놀라워. 반 전체 분위기를 파악하는 그 능력. 때로는 관심 구걸하는 애 같은 모습도 배려겠지? 바보 취급을 당해도 강아지 마냥 사람 좋아하는 네 모습도 스스로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 순정이의 가시 돋은 말까지도 곧잘 듣는 그 능력, 정말 대단해.
누군가는 너의 능력을 부러워할지 모르겠어. 너도 너 나름의 짐을 지고 있을 텐데 말이야. 허나 겉으로 강하게 보여도 속은 맨들맨들한 사람이 더 매력적인 것 같아. 차가운 도시 이미지를 풍기지만 사실 누구보다 속마음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는 이중성 때문일지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강이지 너처럼 외유내강(外柔內剛)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 쾌활한 모습을 내보이면서도 시선은 늘 사람들에 머무는 강이지. 동시에 너의 너다움이란 심지를 굳게 세운 걸 지금의 아이들은 모를 거야.
하지만 세상은 그런 이지의 어깨에 기대기를 바랄지 몰라. 지금은 나약해 보이는 애로만 취급할 테지만 말이야. 어쩔 땐 강이지 너에게 주어진 능력을 원망할지도 모르겠어. 차라리 없었으면 했을 성향들, 끝끝내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 손길을 외면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은 왜일까.
견뎌낼 수 있는 힘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오늘을 견뎌내고 또다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집중력 또한 하루아침에 주어지지 않는 능력이라고 봐. 누군가의 시선으로 너 자신을 규정짓기 보다, 누군가의 시선을 읽어내어 자신의 감정으로 연결하는 강이지. 정의로운 경찰관의 꿈을 꼭 이루었으면 좋겠어.
강이지, 너라면 언제든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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