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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일상에 로그인조차 못한 사흘 카카오 ‘블랙아웃’

 

15일 오후 330분 판교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서비스가 마비됐다.(2022.10.15) 카카오가 운영 중인 블로그 서비스 티스토리 역시 접속 불가능했다. 카카오는 유례없는 대형사고라고 말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이 작동을 멈추었다. 카카오는 웹툰 뿐 아니라 은행·운송·결제·지도·로그인·포털·검색 등 한국 사회 전반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도를 열어도 어디인지 찾을 수 없었고, 가게에서 결제하지 못하며 로그인조차 불가능한 일상의 중단을 맞이한 것이다. 서비스는 10시간이 지나서야 일부 복구 됐다.

 

카카오 서비스 일시 중단 사태는 단순히 지도를 확인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은행 업무가 필요한 사람들은 제 시간에 송금하지 못했고 결제가 필요한 자영업자는 일당을 날리기도 했다. 배달 기사들은 앱에서 목적지를 확인할 수 없었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로그인조차 어려웠다. 본지 디지털판 역시 사흘간 접속조차 불가해 기사 송고를 비롯한 지면신문 서비스와 디지털판 온라인 서비스가 중단됐다. 단지 이 신문 기사를 보지 않는데서 그치는 일이라면 다행이다. 문제는 기사 너머의 국민들이 불편함의 수준이 아니라 경제적 손실을 입었기에 보통의 문제라 할 수 없다.

 

국민 메신저로 알려진 카카오톡은 이용자만 5000만명이 넘는다. 포털 다음은 1800, 카카오맵은 730, 카카오뱅크는 1900만 이용자를 자랑한다. 그 외에도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 업비트, 직방, 마켓컬리 등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하는 방식의 서비스는 모조리 제약을 맞이했다. 개인이나 단체 수준이 아니라 정부 서비스까지 일시 중단 된 것이다. 카카오는 포털 다음을 인수하면서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등 서비스를 확장했다. 사실상 전국민이 카카오의 영향권에든 지금에도 재난에 대비한 주요 시설의 이원화가 전무했다.

 

전문가들은 재난에 기본도 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보통의 기업은 재난을 대비해 여러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판교에 지나치게 많은 서버 시설을 배치했다. 네이버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2013년 강원 춘천시에 대규모 서버 체계를 구축한 네이버는 카카오와 같은 데이터 센터를 운영해도 네이버쇼핑 같은 일부 서비스 접속만 지연되는 문제만 발생했다. 과연 이례적인 일로 치부할 문제인가.

 

이원화 시스템뿐만이 아니다. 재난이 발생하고 복구에 필요한 시스템 백업이 작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 시스템이 마비되어도 백업한 시스템을 가동해 서비스 이용에 무리 없어야 했다. 카카오는 메신저 플랫폼을 바탕으로 각종 서비스를 키운 후 분사해 상장하는 방식으로 임직원에게 보상하면서 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시가총액 120조에 달하며 사업을 문어발로 확장한 결과 오늘의 재난 앞에 허를 찔리고 말았다.

 

따라서 국가 기간 시절 못지않은 중요한 보안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는 만반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화재뿐만 아니라 천재지변, 개인정보 관리 등 벌어질 수 없는 상황까지도 생각하며 대비해야 한다. 일주일 가까이 티스토리 블로그는 모바일 버전으로만 접속 가능한 상황이다. 카카오는 서비스 일시 중단 원인을 트위터로 사고 발생 50여분이 흘러서야 공지했다. 이런 대처로는 더 큰 문제가 벌어져도 수습하기 어렵다. 이 신문만 아니라 전 국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