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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이태원 참사 백오십여 생명 앞, 슬픔이 우리를 잠식하지 않기를

29일 밤과 너머 세월호 참사 이후 셀 수조차 없는 많은 이의 생명을 잃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을 앞둔 수만 명 사람이 몰리면서 오늘 오전 6시 기준 154명이 깔려 숨지고 14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2022.10.29.) 2014년 세월호 참사 다음 국내 압사 사고 중 인명피해 규모로 최다였다. ‘한국 속 작은 외국이란 별명을 가진 도심 이태원에서 일어났다기에 믿을 수 없는 참사다. 경찰과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면 해밀톤호텔 옆 폭 3.2m 길이 40m 가파른 골목에서 29일 밤 1015분 쯤 몰려든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서 소방서까지 100m 거리로 멀지 않았다고 하지만 접근이 어려워 구조에 난항을 겪었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사상자들은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으리라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압사 현장에서는 여러 사람에게 눌리면 가슴과 배를 움직일 수 없으므로 호흡을 못해 선 채로도 질식사할 수 있다고 한다. 사고 지역은 과거 핼러윈 때도 극심한 혼잡을 빚은 곳이다. 사고 당일 오전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밤 10시 해밀톤호텔 골목과 이태원 전역이 사람으로 가득했다. “소방·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하는 걸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걸로 파악한다고 말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2006년 수립한 공연 행사장 안전매뉴얼은 이번 핼러윈 참사와 무관했다. 주최자가 없으므로 법의 영향력에 닿지 않은 것이다. 용산구 핼러윈 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나 용산경찰서 이태원 종합치안 대책은 방역·행정지원·민원대응 추진만을 다뤄 안전 대책과 무관했다.

 

압사 사고뿐만 아니라 참사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시민 한 사람이 재난에 미리 대응할 수는 없다. 국가 정부 단위로 참사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8년 전 세월호 이름의 참사를 경험했다. 지금도 안전불감을 떼 낼 수 없어 절망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다음달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죽음 앞에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이 시급한 시점이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 심폐소생술(CPR)로 이웃을 살리던 의료진과 시민에게만 재난 현장을 맡겨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이 부끄러운 참사 앞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국민 정신건강도 시급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심리적 트라우마 발생 예방을 위해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현장의 참혹한 사진 영상을 공유하지 않을 것 혐오 표현을 자제할 것 언론의 재난보도준칙 준수를 당부했다. 우리는 세월호 이후 또 한 차례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더는 슬픔이 우리를 잠식하지 않도록, 무기력과 절망·좌절이 압도하지 않도록 마음을 지켜가야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부상자, 관계자 모든 이에게 위로가 함께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