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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사람이 죽어서야 투자하는 SPL… ‘무력한 분노’가 느껴지는 이유

 

20대 노동자가 경기 평택시 SPL 제빵 공장에서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2022.10.15) 혼합기계인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상반신이 빨려 들어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새벽 6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덮개를 열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방호장치 인터록이 없었다고 한다. 2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스물 셋 여성이 숨진 것이다.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빵 재료 업체인 SPL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37건 중 40%15건은 끼임 사고로 드러났다. 2016년 첫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인증시스템을 받았지만 3년마다 연장되는 인증 시스템에서 지난 5월 검증을 거치지 못했다. 배합기계에 뚜껑과 센서를 장착해야 하지만 인증 연장을 위한 현장조사에선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사고 발생 배합 기계는 조사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현장에는 40명이 넘는 노동자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 시신 수습은 당시 공장 노동자들이 진행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다음날 현장에 하얀 천만 덮고 공장을 다시 가동했다. 트라우마를 호소한 노동자도 있었지만 회사의 조치는 없었다. 숨진 동료 기계 옆에서 일한 것도 황당한데 8일 전에도 팔이 끼인 사고가 발생했다. 비정규직 직원의 손이 20분간 기계에 끼었음에도 3개월 파견직이란 이유로 담당자가 병원은 알아서 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회사의 대응은 이뿐만이 아니다. 팔이 끼인 사건 이후에도 관리자는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안전교육도 허위로 이수했다는 서명만 받았다. 21조 원칙도 말 뿐이다. 한 명은 재료를 배합기계에 넣고 다른 한명은 완성한 소스를 옮기느라 자리 비운다. 두 명이 같은 일을 하지 않는데 이게 21조로 보이는가. SPC그룹 계열사인 SPL은 빵 재료 제조업체로 한국 제빵업계에서 1위다. 그러나 노동자 처우는 상식 이하다. 한겨레와 인터뷰한 사망 노동자 어머니는 딸이 스스로 야간 근무를 선택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의 딸은 20대 가장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일한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회사가 없는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 강요식으로 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조금이라도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벌어진 인재다. 회사가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는가. 2017년 파리바게트 불법파견만 해도 그렇다. 협력업체에 고용된 제빵기사에 대한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고용노동부의 판단 이후 달라진 게 무엇이 있는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SPC그룹이 노동자 사망에 사과하며 재발방치대책을 내놓았다. 3년 동안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과 사를 다루는 일에 투자라니. 죽은 사람도 돈이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믿나. SPL은 정말 그렇게 믿는가. 어처구니없는 분노가 무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