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 읽어본 청소년 문학 소설에서 직접 키워드를 뽑아봤습니다. ‘가부장제’와 ‘재개발’. 빙판길 흔전동 골목 내달리는 학교 밖 달이(구달, 최영희)와 구지구(舊地區)에서 수지를 찾아 헤매는 이름 없는 소년.(편의점 가는 기분, 박영란) 아빠를 피해 편의점으로 가출한 이루다,(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범유진) 그리고 2010년대 폭력적 학교 구조를 살아가던 여고생 이순정(열여덟 너의 존재감, 박수현)에 이르기까지.
읽어본 청소년 문학 소설이 가리킨 지점은 아이들에게 폭력적 구조를 강제하는 사회 풍토였습니다. 그건 무책임하고 미성숙한, 그래서 퇴행된 자의식 속에서 거리낌 없이 민낯을 드러낸 어른들 모습을 의미합니다. 그런 어른에게 “어른이 되거라” 이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바뀌지 않으니까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서 “착하게 사세요” 말하는 행동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어른보다 더 어른답게 수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으로 시랑한 이름 모를 소년과 훌륭한 할아버지 아래에서 편의점 바코드를 찍으며 아빠를 되새겨보는 루다. 끝까지 미워도 아빠 구종대를 가슴에 품고 마는 달, 숙의민주주의 몸소 가르치는 담임의 농담에 ‘쿡’ 웃으며 살아가는 순정. 작가는 어른이 아닌, 아이들에게 어른됨을 보이며 퇴행적인 자의식으로 아파하는 어른들에게 어른됨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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