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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활자에 담긴 모든 이야기:『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원유홍, 서승연, 송명민 지음 | 안그라픽스 | 368쪽 | 2만9000원

 

활자는 들여다볼수록 모르는 정보를 가르친다. ‘도진희’라는 세 음절(音節)에서 ❶이름 ❷성별 ❸국적 ❹종(種) ❺소설 속 주인공 등 많은 정보를 유추하게 만드는 것처럼. 이미지와 다른 속성을 보인다. 그런 도진희라는 세 음절 사이에 여백이 얼만큼 벌어져 있는지를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커닝(kerning)의 개념은 활자를 정보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영역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쳤다.

 

한글 창제 기원부터 오늘날 사용하는 글꼴에 이르기까지 알파벳의 영역도 포함해 디자인을 위한 정초(定礎)에 충실한다. 기원을 모르면 현대에 이르는 흐름도 종잡을 수 없는 것처럼 학문적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단지 알파벳에 비해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한글이라 하더라도 짧은 역사 뒤에 숨지 않는다. 활자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머리로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 꺼내거나 도큐먼트 혹은 캔버스에 풀어내지 못한 게으름을 부끄럽게 만든다. 따라서 다 알지만 본문 속 모든 활자를 꼼꼼히 읽게 할 만큼 정보가 치밀하게 배치됐다.

 

마지막 단원의 실습도 해봄직하다. 실제 구현할 수 있는지 만큼 중요한 건, 어떤 원리에 의해 제작했는지의 여부가 아닐지. 정보 전달에서 디자인의 위상이 커지는 만큼 단지 예쁘기 때문에 마무리할 디자인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실리적일지, 직관적 혹은 심미적으로 내보여야 할지. 아날로그 방식의 표현방법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며 벌어진 요소의 탈락은 무엇일지. 그럼에도 살아남은 기법의 요소를 생각하게 도와준다.

 

특히 뉴미디어 타이포그래피 시간성(203)은 생각해볼 만하다. 결코 활자는 사라지지 않을 테지만 활자만을 고수하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오늘의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본 없는 뉴미디어와 레거시미디어의 끔찍한 혼종보다는 뉴미디어다운 뉴미디어, 활자다운 활자 타이포그래피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지 묻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