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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바리새인신자 가나안신자 이제는… ‘주권신자’ 시대: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김진호 지음 | 오월의봄 | 268쪽 | 1만6000원

 

김진호 신학자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다. 한국교회 성장이 멈췄음에도 연이어 대형교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교회들은 새롭게 신자를 받아들여 성장하지 않았다. 교회에서 교회로 이동해 뭉친 이른바 ‘수평이동신자’로 성장했다. 교인들은 경제력을 갖추었다. 따라서 강남권에 포진한다. 목사는 카리스마로 권력을 행사하기보다 계몽적 리더십을 구사한다. 자기계발·활발한 인간 네트워크·결혼시장을 갖춘 대형교회에서 웰빙을 찾는다. 저자는 ‘후발(後發)대형교회’라 이름 짓는다.

7-80년대 전국적으로 등장했던 선발대형교회는 대개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빈민층 새 신자로 이뤄진다. 담임목사의 독단적 리더십에서 보듯,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한국 경제와 함께 한국교회도 급성장했다. 문제는 성장이 멈춘 순간이다. 급성장을 이루다 성장을 멈춘 한국 경제처럼, 한국교회 교인 숫자도 더는 성장하지 않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대형교회는 등장한다. 신학자 김진호 시선은 사회가 급변하던 1995년으로 돌아간다.



◇“교회도 선택해서 다닌다” 주권신자의 탄생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급변한다. 경제만 급성장한 게 아니었다.

정치적으로 대통령직선제를 시작으로 87년 체제를 맞이한다. 헌법을 새롭게 바꾸고 지방자치시대를 열었다. 최저임금 도입도 이 무렵 이뤄졌다. 사회 경제도 정치와 발을 맞춘다. 김대중 정부의 일본 문화 도입은 청년 세대에게 충격을 안겼다. 가수 강산에도 기성세대에게 분노를 느낄 정도였다. 인터넷이 보편화 된다. PC통신은 삐삐를 넘어서 새로운 소통의 창구로 등장한다. 88올림픽 맞아서 한국도 신자유주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세계화의 도래.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로 누구든지 마음대로 해외를 여행할 수 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처음 선보이며 사교육 시장이 활발해졌다. 서울은 과잉도시로 변모했다. 집값이 상승한다. 89년 3월 1억 2천만 원 삼풍아파트 가격이 1년도 안 되어 2억 9천으로 뛰었다.

저자는 여기에 교통의 발달이 후발대형교회가 성장하는데 요인임을 지적한다. 마음대로 교회를 옮길 수 있는 환경은 교회를 상품으로 탈바꿈했다. 주권신자의 탄생이다. 중복 교적도 주권신자로 파생한 통계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교회는 옮긴 신자의 정보를 삭제하지 않는다. 교인으로 집계한다. 수평이동신자가 늘면서 중복 교적이 개신교 인구를 뻥튀기 했을 가능성이다. 문제는 중복 교적이 아니다. 교회를 상품처럼 찾아 이 교회 저 교회 옮겨 다니는 현상이다. 더는 독단적 리더십이 먹히지 않는 시대 속에서 교인들은 자기계발과 신앙 네트워크를 찾아 후발대형교회를 만들었다.

◇불안한 주권신자를 안아준 후발대형교회
한국은 1990년을 희망찬 시대로 출발해, 90년대 중반에 이르러 희망을 실현하지 못한 현실의 벽 앞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90년대 말 경제 위기 속에서 많은 시민들이 박탈감과 소외를 경험했다. 세계적으로 교회가 성장했다던 3회에 걸친 성령운동 역사 뒤에는 경제적 현실의 문제가 자리했다. 급격한 산업화를 경험했지만 자본주의의 야만적 폭력성에 노출되자 대중이 신앙에 의지한 것이다. 과잉 생산 체계에 돌입하자 욕망하는 대중으로 바뀐 사람들은 소비자가 되었다. 소비함으로써 남과 다른 나를 꾸미려 했지만 소외감과 박탈, 배제에 따른 불안함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신앙은 신자유주의 흐름에 맞추어 작동했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주권신자에게 위안을 주었다. ‘경배와 찬양’이 전국화된 시기가 1997년 외환 위기와 맞닿는 게 우연이 아니다. “(경배 예배 중) 멘트들은 내러티브 없이 한두 단어, 단두 문장에 그친다. 하여 그 멘트는 전체 예배의 일부이면서도 예배에 견고히 묶여 있지 않고 따로 튀어나와 예배 대중의 개인 속으로 파고든다. 예배 대중 개인이 겪는 실존 상황과 맞부딪친다. 그런데 그 멘트의 내용은 대부분 축복과 윤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여 예배 대중은, 전통적 예배의 집단성과는 달리, 개개인을 호명하여 축복을 선사하며 삶의 신앙적 규범을 부여하는 예배와 만난다. 이것이 ‘경배와 찬양’이 만들어내는 예배 효과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종의 치유 작용이 시작된다.”(86-87)


대한민국, 시대가 바뀌다
경제성장·문화개방·직선제
지대상승·교통발전·자기계발
동시에 초대형교회 등장

교회로 몰려든 주권신자
신자유주의로 불안한 사회
교회서 치유와 자기계발로
만족감 경험하며 멈춘 성장

주권신자의 오류
소비자로 전락한 주권 신자
사회 문제에도 무감각해져
자기만족 종교가 필요할까


◇주권신자가 늘수록 희미해지는 ‘그 바깥’
후발대형교회 교인의 특징은 웰빙을 추구할 경제적 수준을 갖춘 시민이란 점이다. 지대(地代)상승은 후발대형교회가 큰 건물 교회로 성장할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이다. 후발대형교회가 주로 강남권에 위치한 이유다. 그런 교회들이 90년대 중반에 이르러 성장을 멈추었다. 새로운 상품을 내걸어야 했다. 다니엘학습법과 해외선교·경품전도·아버지학교·대안학교운동·결혼학교는 웰빙이라는 주권신자의 욕망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지만 무언가는 하기 때문에 후발대형교회 아이템은 소비자인 주권신자에게 만족감을 주는데서 그쳤다.

대형교회로 성장한 후발대형교회는 정치적 권력을 갖추었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지역 같은 ‘고소영’이 단어로 만들어졌다. 한국교회는 자체 정화에 관심이 없었다. 2007년 사학법 반대, 교과서 진화론 삭제 사건과 이어진 2014년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 2017년 종교인 과세 반대 흐름과 교회 세습은 선발대형교회나 후발대형교회가 개혁에는 관심이 없다는 민낯을 보여준다. 교회는 오로지 교회가 존재해야 하므로 존재한다. 보론(補論)에서 설명하는 한경직과 조용기의 신앙은 후발대형교회 이전에 70년대 교회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드러낸다. 더는 공산주의라는 증오의 정치가 먹히지 않는 시대에 도달했다. 다양한 아이템을 내걸지만 교회 성장은 해가 지날수록 어려워진다.

안산 꿈의교회는 드림펫 서비스를 선보였다. 예배 때 강아지를 맡겨준다니. 다음은 어떤 아이템, 서비스를 구현해 낼까. 그런다고 교인들이 교회로 몰려들까.

문뜩 의문이 들었다. 기독교인 스스로가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지, 왜 김진호 시선이 웰빙 보수주의를 추구하는 주권신자에 머물렀을까. 손가락으로 지목한다. “주권신자의 영향력이 강화될수록 교회는 ‘그 바깥’에 대해 무감각해진다.”(213) 소비자로 전락한 시민들이 드라마에 심취하면서 드라마를 제작하던 노동자에 주목하지 못하듯. 후발대형교회가 내미는 아이템을 떠받는 노동자와 소수자에 관심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지막 장 맺음글에서 주목하는 교회 ‘그 바깥’ 주목하는 시선이 반전 같다. 왜 저자가 웰빙 보수주의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분명해진다.

대형 LED 전광판도 들여놓고 멋들어진 디자인의 자막까지 깔아 놓았지만 매력적이지 않다. 목사의 설교는 따분하다. 전문가를 초청한 강좌에 참여하면 참여했지 교회에 가고 싶지 않다. 그런데도 중소교회들은 대형교회를 꿈꾸며 그 시스템을 따라한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누구도 신에게 주목하지 않는 시대에 차가운 공기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