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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지금, 여기] ②허전한 아래층 새로운 복층, 계단으로 마무리한 리모델링

입력 : 2020. 11. 10 | B5

 


‘나의 방’은 두 개 상자를 붙여서 중간에 2층을 만든 구조다. 문제는 창고를 만들겠다고 10년 째 공사를 미뤄둔 3층 덕분에 1층과 2층 사이 바닥과 천정 공간이 넓었다. 따라서 1층과 2층을 잇는 기역자 계단을 만들어도 무언가 허전했다. 2층 침실과 3층 창고 높이는 좁고 1층 거실과 2층 침실 사이는 넓어 불균형을 이루었다. 복층이 필요했다.

 

 



어렵지 않은 복층 증축
계단도 들여놓은 마당에 좁은 공간 어떻게 측량할지 궁금하지 않은가. 대단한 건 아니고, 1층 마룻바닥 만들 때처럼 가(假) 종이를 적당하게 오려서 면적을 측량하면 된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숫자에 약한 나 같은 사람이면 이 방법이 가장 간편하다. 복층으로 사용할 바닥은 두껍고 단단해야 한다. 물렁하면 바닥으로 사용할 수 없다. 다 먹고 버린 냉동피자 상자 정도면 충분하다. 사실 이 박스도 약하긴 하다. 하지만 두 겹 쌓아서 붙이면 단단해진다.


우선 계단부터 만들어주자. 어제 만들어 봤기 때문에 두 번째 제작하기는 더욱 쉽다. 어제 그어 둔 틀 버리지 않길 잘했다. 계단이 목공용 풀로 확실히 붙기까지 다른 할 일을 찾아야했다. 텔레비전 걸어놓을 벽으로 사용한 하늘색 골판지가 집에 없었다. 파란색과 적절하게 사용하면 꽤 괜찮지만, 십자가 아래 대각선 벽만큼은 나무로 만들고 싶었다. 이쑤시개보다 두꺼운 가공한 나무 막대를 불규칙하게 잘랐다.


일일이 벽으로 세우려고 나무 막대를 일으켜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 A4를 벽지 크기만큼 자르고 눕혀서 나무 막대를 붙인 다음 세워서 고정시키면 된다. 이 역시도 여러 차례 제작하며 얻은 공법(?)이다. 계단이 마를 때까지 자르고 붙이고 벽지를 만들어갔다. 다 붙은 계단을 확인할 무렵에야 벽지도 완성했고 풀도 다 말랐다.

 

 



골판지가 편한 이유
복층 제작에서 골판지의 유용함이 빛을 발한다. 골판지의 핵심인 골심지 덕분이다. 일반 종이와 다른 이유다. 골심지가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직접 제작해보면 안다고 답하고 싶다. 복층 특성상 중간에 일반 종이보다 다소 무거운 두꺼운 종이를 겹쳐서 붕 띄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높이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골치 아픈 작업이다.


골판지로 제작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꺼운 종이인데다 물렁하지만 골판지 네 골 정도를 남겨두고 골 중심으로 잘라내어 붙여주면 높이를 잡아 줄 수 있다. 게다가 벽면에 부착할 골판지 면적이 늘어난 덕분에 보다 증축이 쉬워진다. 골판지가 없다면 나무젓가락 같은 나무 막대를 이용해 높이를 잡아준 후 붙여도 괜찮지만 골판지가 간편해서 줄곧 사용한 공법이다.


10년만의 리모델링
허전한 건물 복층을 증축해
가구들로 꽉 채운 ‘나의 방’


어떻게 만들어 갈까

골판지와 나무 막대 공법에
건축 방법 고민 할 수 있어


나름의 방법
문구용 칼보단 작은 톱으로
목공풀은 반 갈라서 쓰기도


책꽂이 제작에도 골판지를 사용하면 편하다. 골과 관련 없는 가로의 경우에만 자로 재서 잘라주면 된다. 그 다음부터는 골 개수를 세고 눈대중으로 길이를 맞춰주면 된다. 책꽂이는 많은 사각형 종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손길이 많다. 자로 정확하게 재서 자른다고 하더라도 막상 목공용 풀로 붙일 때면 길이가 달라져 난감할 때가 있다. 그래선지 정확하게 측량하지 않는다.

 

 



불편한 목재 다루기
나무는 까다롭다. 아이스크림 막대처럼 넓은 면적을 가진 나무여도 그렇다. 톱이나 가위로 잘못 자르면 쩍 갈라져 어긋나곤 한다. 톱이 없던 10년 전엔 가위로 자르다 보니 쩍 갈라지는 사고가 빈번했다. 이쑤시개 외엔 나무로 제작하지 않은 이유다. 시대가 달라져 미니어처 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도구도 다양하게 알려지면서 걱정은 사라졌지만.


골판지나 종이보다 무거운 나무라 목공용 풀보다 순간접착제를 이용해 붙이는 경우도 빈번하다. 셋만 세면 붙는 접착제라도 장점과 단점이 뚜렷했다. 목공용 풀은 잘못 붙여도 오랜 시간 위치를 변경해가며 자리를 잡아줄 수 있다지만, 순간접착제는 얄짤없다. 한 번 잘못 붙으면 떼기가 곤란하다. 어쩌다 손가락이 붙어 떼려고 하려던 찰나의 순간, 아차 싶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적당할 때 적절하게 써야 지혜롭다.


그렇다고 목공용 풀엔 장점만 가득한 건 아니다. 최대 단점인, 다 사용했을 때 말이다. 커터 칼로 과감히 거위 배를 가르듯 잘라 황금빛 풀을 긴 나무 막대로 발라서 사용했다. 눌러서 나오지 않겠지만 두 동강 내면 안엔 여전히 내용물로 가득. 하루면 말라 버리지 않느냐고 물을 텐데, 생각보다 오래 간다. 다 쓰고 나서 테이프로 돌돌 말아주는 방식으로 봉인하면 몇 달이건 쓴다. 그렇게 목공용 풀, 마지막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발랐다.


톱을 사용한 만큼 청소도 천천히 마무리했다. 가루라도 마시면 위험하기에 물티슈를 이용해 바닥 닦듯 책상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