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w

[커버스토리] 10년이 지나고 나에게 선물 받은 나의 방

입력 : 2020. 11. 10 | B1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던
그런 선생님이 과제를 주셨다

10년 묵은 먼지를 털어내자 재채기가 나왔다. 이 정도 먼지면 바깥에서 털었어야 했다. 중학생 시절에 만들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미술 과제를 꺼내 들자 허술하게 관리한 그간의 세월이 먼지만큼 보였다.

뇌리에 남은 미술 선생님 이미지는 두 가지다. 섬세함과 예민함을 갖춘 바람에 우리들에게까지도 엄격함을 요구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이기적인 인간상, 또 하나는 부처상 앞에서 백발배로 성찰하며 자신의 예민함을 섬세함으로 가다듬던 인간상. 그 짧은 반 오십 살면서 자신의 삶을 바꾸어간 사람들 셋을 보았는데 그 중 한 분이 미술 선생님이었다.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이던 예민함과 섬세함을 극대화해 끝내 자신의 성격조차 조각하듯, 하나하나 새겨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런 어른이 가르쳐주셔서 고마웠다. 선생님은 신문지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라 하셨고, 좋아하는 간판을 그리라고 흰 종이를 내주셨고, 배달 음식으로 남은 나무젓가락으로 탑을 쌓아보라 하셨고. 마지막으론 내 방 만들기라는 거대한 과제를 내주셨다.

즐거웠다. 왜냐하면 나는 늘 내 방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늘 집에서 놀 듯, 학교에서도 놀아보라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선지 학교 가기가 가벼웠고 하나 둘 만들어가는 교실 속 광경을 느끼자 내 세상 같았다. 고입선발고사를 위한 미술 공부는 재미없었다. 지금도 머리에 남는 교과서 속 인물은 독창적인 팝아트 거장 엔디 워홀(Andy Warhol)밖에 없다. 점 하나 찍고 돈 세탁이나 하는 줄만 알았던 작품의 세계를 나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편견을 집어치우고 말았다.

즐겁게 제작하던 10년 전 작품을 다시 손에 들었다. 내 방 어딘가에 잠자고 있는 작품들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지면은 여행을 떠나고 채워야 했지만, 코로나 파동으로 인해 방 꾸미기 기사로 갈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