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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나라가 망하길 바라는 어른들

입력 : 2020. 08. 18 | A33

 

 

4·15 총선 때가 마지막이었다. 미래통합당에 건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 짓밟힌 건 차명진 막말 덕분이었다. 불과 작년만 해도 자유한국당원으로서 마지막 당원 투표를 마쳤고 황교안이 당대표로 선출되자 곧바로 탈당했다. 이제 더는 어른한테 기댈 것도 없고, 20년 보수 정당에 기대할 미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게 보수 꼴통이라 욕을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올해 총선을 기대했다. 친박(親朴)이 쫓겨나고 김종인 말처럼 당명까지 뜯어고쳐 체질 자체가 바뀌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믿었건만. 코로나가 득실대는 형국에 광화문 네거리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면서 이제는 희망도, 미래도 발견할 수 없었다. 무슨 통합이란 말인가. 광화문 네거리에 모여든 보수단체를 보면서 어른들의 그사세를 보아하니. 10년이면 이들의 목소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 보수라는 스탠스에 서 있었기 때문인지 내 귀에는 대깨문이 아니라 틀극기들 징징대는 역겨움이 더욱 눈에 띄었다. 이들은 정말로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인지 꾸준하게 적절한 순간에 등장한다. 이미 지역감염이 확산된 상황에서 조선족 게이트로 활보했다. 이미 2월 말부터 중국 전체지역 입국을 거부한 미국도 중국인 못 막아서 코로나로 고생 중인가? 총선 멸망과 함께 음모론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더는 들 낯짝도 없어 반성이나 해도 모자랄 판에 힘을 잃은 야당은 “통합당 의원 40%가 다주택자”란 헤드라인 앞에서 더욱 할 말을 잃고, 정부를 견제하지 못했다. 목에 핏줄 생긴 조선일보 ‘巨與 입법 독주’ 여당 180석 엮어서 윤석열까지 끌고 왔지만. 김대중 입을 빌려서 이렇게 말한다. “통합당을 해체하고 새로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무리수 두었고 여당도 반성해야 한다는 사실도 안다. 우리는 조국-윤미향-윤석열·한동훈-오거돈-박원순을 보면서 가장 보수적인 진보 정권의 민낯을 보았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틀극기들처럼 나서지 않았다. 왜 그랬겠는가?

 

 

자유 하나를 지킨다며
네거리 모여든 어른들
그래서 알기는 아는가
노인들 이용당하는 걸

 


차별금지법은 6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한국 교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그 때도 법안 들춰보지 않은 어른들이 대한민국을 소돔과 고모라로 망칠 법이라고 지껄였다. 10년 전에도 신천지 OUT은 구호였고, 교회 바깥 출입구에 딱지도 붙여 놨다. 악성댓글은 지금도 남발한다. 지금도 어른들은 지역 출신으로 사람들을 구분한다. 아직도 지켜야 할 자유가 있다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서 광화문 네거리에 모여들었다. 음식도 나눠 먹고, 버려진 신발들 위에 침도 내 뱉고. 교주의 한 마디에 모여든 자신들이 노예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당신들의 말들처럼 자유 대한민국이 잘 지켜져 왔는가? 


이제는 틀극기들이 “항상 절망하라고 윽박지르는 기둥서방”처럼 등장해 이제는 조선인이 문제라고 지껄인다. 대가리가 아직도 덜 깨졌다고 말한다. 자기들 편 들어줄 사람 하나 없으니, 이제는 세상이 문제고 나라가 망했다고 주술 해댄다. 말씀만 들어보면 자기들 나라의 패망을 선언한 예레미야인 줄 알았다. 결국 회개하지 않는 국민들 탓이고, 아직도 대깨문이 득실거리는 좌파 대한민국이 이 나라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언제 대통령이 턱스크 낀 채로 수만 명이 모여서 시위 집회해도 된다고 말했는가? 대통령이 느슨한 상황을 조성했다고? 법원도 100명을 넘어선 수만명이 모였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8년 전 대선 이후, 재검표나 하면서 나라 망하기를 주술처럼 외워대던 지금의 대깨문을 보면서 틀극기라는 제2의 대깨문이 보이기 시작한 건 박근혜가 나라를 잡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이다. 그때는 나도 적극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고 지껄여댔다. 박근혜 때 쫓겨난 공직자가 침묵을 마치고 다시 유튜브 세계로 복귀하는 기괴한 현상과 어른들 상대로 수금(收金)하기 바쁜 보수 유튜버를 보면서 나는 틀극기나 대깨문이나 하등 다를 게 없는 주술적 세계관에 갇혀버린 그사세 어른들이란 사실을 깨닫고 박근혜를 탈덕했다. 채현국의 말(2014. 1. 3)을 인용하며 마친다. “갈등을 먹고 사는 장의사적인 사람들이 이런 노인네들을 갈등 속에 불러들여서 이용하는 거다…… 심심한 노인네들을 뭐 힘이라도 있는 것처럼 꾸며 가지고 이용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