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는 사건] 겨울의 언어와 한강의 위로

2024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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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을 도배한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영예는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많은 신문들은 키워드를 ‘한국 첫’ ‘최초’ 그리고 ‘한강의 기적’으로 잡았더군요. 윤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가 만난 사건, 김건희 여사의 기소는 둘째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제목은 매일경제 1면이었습니다. ‘심장 속, 불꽃이 타는 곳 그게 내 소설이다’ 하필 매일경제는 한 작가와 여러 차례 인터뷰를 주고받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단독 인터뷰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한 작가는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상을 받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제주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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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국가 권력은 한 작가를 블랙리스트로 포함한 전례가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말이죠.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용호성 문체부 1차관은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파견돼 행정관으로 일하며 배제 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세종도서 문학 나눔 3차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사상적 편향성을 이유로 배제된 것입니다. 한 작가는 2016년 12월 한 인문학 강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 5·18이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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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는 것이 원래 연결의 힘을 가지고 있지요.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이기도 하고요.” 매경 인터뷰에서 한 작가 말마디의 핵심은 ‘연결의 힘’이었습니다. 한국어로 쓰여 다양한 언어로 번역이 되고, 한국인이 보던 소설에서 세계인이 읽는 소설로 이어지는 과정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의 평가는 무척 인상적입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 아버지 한승원 작가는 그의 작품이 저항소설이기보다 함께 아파하는 소설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함께 아파하는 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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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은 한 작가의 문학적 발원을 좇다 보면 ‘겨울의 언어’를 발견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지독한 겨울의 언어’ 말이죠.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작품에 대해 “답하는 게 아니라 질문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질문을 이어가는 것이요. 2016년 KBS 인터뷰에서 한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식물이 되어야 한다는 대답도 아니고 우리가 뭔가를 영혜의 언니처럼 견디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이런 어떤 사람이 있다, 이렇게 인간이기를 싫어한 사람도 있다. 이것 자체가 질문이 아닐까. 불편한 이 질문 속에 견디며 머물러 보는 건 어떨까.” 지금도 겨울의 서원(멧돼지가 살던 별)에서 시린 추위를 견디고 있을 모든 나약한 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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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의 첫 월급은 113만5600원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시절,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전년보다 10.9% 오른 수준이죠. 한 달 23영업일 출근하고서 받은 정식 기본급은 150만원 언저리였습니다. 주휴수당은 없었고 최저시급으로만 받았으니 하루 품삯으로 따지면 6만5000원이었습니다. 물가가 누적 18~19% 오르고, 최저임금이 20.1% 오를 때 저의 하루 품삯은 2019년에서 2025년, 102% 올랐습니다. 두 배가 오른 셈이죠. 이 정도면 지금의 회사에서 격세지감 느끼는 이유를 아실 겁니다. 2> 개선된 근무 환경과 강도(強度)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밤 11시에서 다음 날 7시까지 꼬박 8시간 일하던 시절에 비해 같은 노동시간 임에도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5시에 퇴근하는 지금의 근무 형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밤 근무는 그 자체로 고통이지만 상쾌하게 일어나는 이른 아침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 달에 두 번 재택근무, 한 달에 한 번은 아무 이유 없이 내 마음대로 퇴근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편의점과는 다른 복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3>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비교하면 근무 환경이 개선된 곳에서 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번 고객사로부터 새로운 디자인을 요구 받습니다만, 저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이유 있는 피드백과 구체적인 회신, 메일이라는 문자 전송으로 이루어지는 근무 환경이 저의 정신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일을 못하면 혼을 내는 게 아니라 ‘누구나 초기 근무에는 실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는 고마운 선배와 동료들. 진상 고객을 만날 때마다 스트레스 받던 편의점 시절과는 다릅니다. 매번 폐쇄회로(CC)TV를 들여다보며 감시하는 사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4> 편의점 시절의 저는 그저 버티는 사람이었습니다. 진상 고객과 CCTV 앞, 그리고 새벽 3시의 편의점 안에서 성장보다 생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생존의 공간이 지방 편의점이었다는 건 그저 직종의 차이가 아니라 기회의 밀도 차이였습니다. 서울로 발걸음을 옮긴다는 건 더 많은 선택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시절, 저는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주휴수당은 법적인 권리였지만 저는 에둘러 묻지 않았고 사장은 모른 체했습니다. 지금의 격세지감은 단지 월급이 두 배 올랐다는 얘기만이 아닙니다. 5>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생애주기적자를 보면 만 45세에 노동소득 정점을 찍고 61세부터 다시 적자 구간으로 돌아선다고 합니다. 어쩌면 더욱 부단히 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격세지감을 발판 삼아, 더욱 발전하는 삶을 위해서 말입니다. 내일은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날입니다. 회사에 더욱 고마운 마음이 싹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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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소랑 2026년 6월 21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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