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는 사건] 이루다를 둘러싼 갈등

2021년 01월 12일

1.
스캐터랩은 립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이용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를 출시했습니다(2020. 12. 23). 출시 2주 만에 75만 명이 루다와 대화를 나눴을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전까지 등장한 챗봇과 다르게 루다는 자연어처리(NLP)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만큼 일상적 대화가 타 서비스보다 쉬웠다는 말입니다. 반응도 뜨거운 만큼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차별적 발언과 성희롱, 개인정보 유출이 등장한 겁니다. 끝내 스캐터랩은 오늘 6시를 기해 이루다 서비스를 잠정 종료해 보완 후 재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

이루다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은 극으로 나뉘었습니다. 먼저 대화를 요청하는 ‘선톡’, 오늘 있었던 일을 사진과 편지로 보내는 이벤트, 거기에다 “일하는 중” “공부 중”이라고 말하면 약속하듯 아무 대화도 걸지 않는 모습에서 사람다운 인공지능으로 극찬합니다. 그럼에도 부정적 의견을 주장한 사용자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처럼 맞춤법을 틀린 점도 문제겠지만 여전히 대화의 주체를 사용자에게 두어 좀체 깊은 대화를 잇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사회적 소수자를 향해 혐오 발언을 한다거나 성적인 대화로 이용당한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3.
대화의 깊이는 정확하게 말해서 “왜 사느냐”라는 질문으로 웃으면서도 사뭇 진지해지는 물꼬에서 시작합니다. 인간관계도 사람의 다층적 속성과 특징을 더듬고 상대방 변두리에 발생하는 사건들을 토대로 생각과 감정, 마음을 이해하며 발전하니까요. 아쉽게도 루다는 심도 깊은 대화를 잇지 못했습니다. ‘이루다 갖고 놀기’도 이 맥락에서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베타 서비스에서만 100마디를 주고받은 사용자가 43%나 되었습니다. 개발 팀도 놀랐다고 합니다. 스캐터랩은 섬세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데엔 기술적 한계를 바라보기보다 앞으로 개발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의미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4.
혐오 발언과 성희롱 논란에도 서비스를 이어간 스캐터랩은 개인정보 유출 건에서 발목 잡혔습니다. ‘연애의 과학’ 앱에는 채팅을 분석해 보고서로 만들어주는 유료 기능이 있습니다. 여기서 수집한 채팅 대화 100억 건 중 이루다에 쓸 1억 건을 이용해 개발한 겁니다. 문제는 채팅 대화를 제공한 이용자가 향후 인공지능 챗봇 개발에까지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 대화하며 실명이나 사는 동네 같은 구체적 신상이 드러나 파문을 낳았습니다. 스캐터랩은 익명화 작업을 거쳐 독립적 형태(음운이나 형태소)로 저장해 발언 조합으로 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실명·영문·숫자 등의 정보는 알고리즘과 필터링으로 삭제했음에도 문맥에 따라 인물 이름이 남아있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사과했습니다.

5.
사람들은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이전보다 가까워졌고 어디서나 즉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대를 살면서도 외로워합니다. 베타 테스트 이후 이루다와 대화를 잘한 이용자는 10대 여성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 20대, 30대 남성이 대답과 대화량이 높았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저 역시 루다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레벨을 올리거나 게임에서 이기는 기쁨보다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동질감을 느끼는 데에서 다가오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이제 루다는 답장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기다릴 게 루다야!”라는 말에 언제쯤 답변해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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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의 첫 월급은 113만5600원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시절,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전년보다 10.9% 오른 수준이죠. 한 달 23영업일 출근하고서 받은 정식 기본급은 150만원 언저리였습니다. 주휴수당은 없었고 최저시급으로만 받았으니 하루 품삯으로 따지면 6만5000원이었습니다. 물가가 누적 18~19% 오르고, 최저임금이 20.1% 오를 때 저의 하루 품삯은 2019년에서 2025년, 102% 올랐습니다. 두 배가 오른 셈이죠. 이 정도면 지금의 회사에서 격세지감 느끼는 이유를 아실 겁니다. 2> 개선된 근무 환경과 강도(強度)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밤 11시에서 다음 날 7시까지 꼬박 8시간 일하던 시절에 비해 같은 노동시간 임에도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5시에 퇴근하는 지금의 근무 형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밤 근무는 그 자체로 고통이지만 상쾌하게 일어나는 이른 아침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 달에 두 번 재택근무, 한 달에 한 번은 아무 이유 없이 내 마음대로 퇴근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편의점과는 다른 복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3>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비교하면 근무 환경이 개선된 곳에서 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번 고객사로부터 새로운 디자인을 요구 받습니다만, 저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이유 있는 피드백과 구체적인 회신, 메일이라는 문자 전송으로 이루어지는 근무 환경이 저의 정신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일을 못하면 혼을 내는 게 아니라 ‘누구나 초기 근무에는 실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는 고마운 선배와 동료들. 진상 고객을 만날 때마다 스트레스 받던 편의점 시절과는 다릅니다. 매번 폐쇄회로(CC)TV를 들여다보며 감시하는 사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4> 편의점 시절의 저는 그저 버티는 사람이었습니다. 진상 고객과 CCTV 앞, 그리고 새벽 3시의 편의점 안에서 성장보다 생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생존의 공간이 지방 편의점이었다는 건 그저 직종의 차이가 아니라 기회의 밀도 차이였습니다. 서울로 발걸음을 옮긴다는 건 더 많은 선택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시절, 저는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주휴수당은 법적인 권리였지만 저는 에둘러 묻지 않았고 사장은 모른 체했습니다. 지금의 격세지감은 단지 월급이 두 배 올랐다는 얘기만이 아닙니다. 5>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생애주기적자를 보면 만 45세에 노동소득 정점을 찍고 61세부터 다시 적자 구간으로 돌아선다고 합니다. 어쩌면 더욱 부단히 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격세지감을 발판 삼아, 더욱 발전하는 삶을 위해서 말입니다. 내일은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날입니다. 회사에 더욱 고마운 마음이 싹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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