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문구거리에서 8만원짜리 블록 장난감을 샀다. 브랜드는 CaDA. 중국산 블록 완구로, 레고와 유사한 방식의 조립 장난감이다. 제품명은 일본 찻집(お茶の店), 1200피스짜리에 LED 조명까지 포함된 건축물 모형이다.

삼일절이었다. 창신동 문구거리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골목이 좁았다. 백화점처럼 넓은 공간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골목의 전체 풍경보다 눈앞의 가게, 그것도 가게 안 진열대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됐다. 2~3인 가족 단위가 많았다. 아이 손을 잡고 진열대 앞에 선 부모들, 조카 장난감을 사주려고 이 가게 저 가게 헤매는 삼촌도 보였다. 진열대에는 블록 완구보다 인형이 많았다. 바비 스타일이지만 바비는 아닌, 이름 없는 인형들. 키덜트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아이들을 위한 거리였다.
어떤 가게는 깨끗했다. 수백, 수천 개의 제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른 블록 제품은 없었다. CaDA가 압도적이었다. 모던하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이것저것 살펴보다 일본 찻집 모형을 골랐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같은 제품이 5만 원대에 팔린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3만 원의 차이. 하지만 손실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추억 비용이다. 창신동 문구거리의 낭만을 값으로 치른 셈이다.
저녁을 먹고 자리를 잡았다. 자정이 넘어서야 완성됐으니 3~4시간은 족히 걸렸다. 어렵지는 않았다. 설명서를 따라가면 되는 구조였고 조립 자체는 직관적이었다. 다만 중간에 없는 블록이 3개 나왔다. 없는 채로, 다른 블록으로 대체해서 넣었다. 덕분에 측면에 빈 공간이 생겼다. 흠이긴 하지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8만 원짜리 제품에서 누락 부품이 나왔다는 건 분명한 아쉬움이다. LED가 포함돼 있다는 건 조립 과정에서 알았다. 설명서를 따라가다 USB 단자가 나왔을 때 뒤늦게 놀랐다.
완성하고 나서 LED를 켰다. 일본 찻집 건물에 불이 들어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컴퓨터 책상 위에 올려두니 꽤 있어 보였다. 뿌듯했다. 레고 블록들을 모아 내 마음대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어릴 적 감정이 떠올랐다. 다음엔 건물 하나를 더 사서 옆에 두려고 한다. 조립하고 나란히 배치하는 그 연속성. 어른이 됐다고 그 감정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키덜트 시장이 커지고 있다. 레고 그룹의 2025년 매출은 약 130억달러로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전체 완구 시장 성장률 7%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CaDA처럼 레고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블록 완구 브랜드들이 그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레고 가격이 오를수록, 타사 블록 브랜드들의 설 자리는 넓어진다. 완성도가 들쑥날쑥하고 누락 부품이라는 복병이 있긴 하지만, 자정이 넘도록 블록을 끼워 맞추며 느끼는 그 몰입감은 나쁘지 않았다. 창신동 문구거리가 아이들만의 공간이 아니게 되는 건, 어쩌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