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자가 아니라면 조심스럽게: 『BTS를 철학하다』

2017년 12월 26일

BTS를 철학하다
차민주 지음 | 비밀신서 | 198쪽 | 1만5000원

페이스북 교보문고 계정에 광고가 요란하게 울렸다. ‘한나 아렌트!’ ‘하이데거!’를 언급하며 책을 소개하기에 드디어 아이돌 담론을 통해서도 철학적 사유가 가능할까, 한껏 기대를 품고 교보문고로 향했다.

한국에서 아이돌이란 존재는 누군가에게 이미 일상이었다. 손을 뻗으면 찾을 수 있고, 소비할 수 있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이들이 존재했다.

본서 역시도 누군가에겐 일상이 된 방탄소년단(BTS)를 ‘철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했을까’ 기대했다. 대개 철학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은 아티스트로써 삶을 분석한다거나 혹은 가사를 해석하는 방법 아닐까. 본서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한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적 오류에서 드러나는 저자 의도 

“우린 다 개 돼지 화나서 개 돼지/황새vs뱁새 전쟁이야 ERRDAY/미친 세상이 yeah/우릴 미치게 해….” “뉴스를 봐도 아무렇지 않다면/그 댓글이 아무렇지 않다면/그 증오가 아무렇지 않다면/넌 정상 아닌 게 비정상”

지난 해 10월 발매한 BTS 정규 2집 ‘Am I Wrong’이다. 저자는 가사를 직접 인용하며 영화 ‘내부자들’ 백윤식 씨 대사를 인용하고,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계속해서 짖어대는 것. 입을 열고 내 권리를 내가 찾아야 한다(39)”며, 평등 조정 인간 개발지수(IHDI)로 사회 불평등을 지적했다. 

여기서 기술적 오류가 하나 발견 된다. ‘평등 조정 인간 개발지수’란 존재하지 않고 ‘불평등 조정 인간개발지수(Inequality-adjusted HDI: IHDI)’가 존재한다. 언론에서도 2014년에 몇 차례 보도한 것과 올해 한국경제 생글에서 보도한 내용 외에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수치라 표에 대한 부가 설명이 필요했다.

이 같은 부가 설명이 없더라도 저자는 충분히 목소리를 내야하며, 사회는 불공평하다는 자신만의 의견을 강하게 드러낸다. 목소리를 내자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아쉬웠다. 어떻게 불공평한 사회에서 무엇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밝혀야 아름다워질까. 그 고민이 존재하지 않았다. 

◇뻔한 프레임은 지겹다: 정치는 더럽고, 목소리는 내야하고

어떤 이유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불분명한 해석이 담겨 있기에 이는 프레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가까운 예로 ‘1% 대 99%’ 프레임. 

무엇보다도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말한 ‘world’는 분명히 대중들이 목소리를 내는 행위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본서는 “정치는 쉴 새 없이 곰팡이가 슬고 먼지가 쌓이는, 불결하고 악취 나는 안방과 비슷하다… (중략) 상황이 그렇다면 먼지와 때를 묻힐 각오를 하고는 두 팔 걷고 안방에 들어가 곰팡이와 먼지를 제거해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옳은 일 아니겠는가”를 인용하며 대중이 말해야 하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아렌트는 비유적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인간의 조건’만 하더라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 만큼 아렌트는 문학적 요소를 사용했다. 따라서 그가 표현한 말과 맥락에 관한 설명이 있어야 철학서로 온전히 BTS를 사유할 수 있다. 평범하다 못해 정상인보다 더 정상인이었던 아이히만을 두고 아렌트가 당황했던 것처럼, 만들어진 1%라고 낙인찍어 놓은 누군가와의 화해가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 화해를 혁명이나 인민재판 따위로 이뤄야함을 아렌트가 하고자 한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 의도는 알겠지만, 대중이 열광하는 건 ‘현실’코드 

문제는 아렌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인용한 내용들을 보면 출처가 불분명했다. 쪽수조차 쓰여 있지 않았다. 1차 자료는 고사하더라도 2, 3차 자료를 충분히 정독하고 인용한 건지 의심스러웠다. 

하이데거가 언급한 ‘실존’이라는 존재만 하더라도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실존이란 개념과 다르다. 오랜 시간 하이데거 철학을 공부한 이들도 쉽게 언급하지 않는 마당에, 쉽게 철학 용어를 안다고 말하는 건 조심스럽다. 전공에 충실해야 할 이유다.

대중음악 가사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건 음악을 소비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철학에 있어 그 의미를 해석하는 건 충분히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철학자는 어떤 의미에서 이 단어를 사용했는가.’ 이 같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본서는 이를 충분히 사유하지 못하고 있어 흑과 백을 나눈 정도로 그친다.

대중음악과 철학에서 발생한 괴리를 저자가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저자 에세이라고 한다면 철학적 해석이 중요하지 않게 될 테지만. 학문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면 학문에 충실하면서 BTS가 부른 가사를 충실히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이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단순히 멋있고, 예쁘기 때문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한 게 많다. 리얼리티가 유행하고, ‘채널플러스’라는 시스템으로 소비되는 이유에는 이들의 삶을 읽어내려는 대중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헬조선에서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대중은 열심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충실한 BTS에 열광하고 있다. 한 신문은 특별 지면을 통해 이 코드를 설명했다.

소위 ‘흙수저’ 출신으로 알려진 BTS 멤버 Jin(본명 김석진)을 가르친 김성은 보컬 트레이너는 아이돌로지 인터뷰에서 그를 극찬한다.

단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는 상투어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최선’이라는 지면에도 다 담지 못할 청춘의 아름다움을 통해 충분히 BTS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철학으로 굳이 사유하겠다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선지, 본서가 아쉬웠다.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가 대동시키면서 요란하게 광고한 교보문고가 반성해야하지 않을까. 시도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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