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요지경①] 어색한 낯, 언짢은 투, 살가운 척… 완전 꼰대 같은 교대 근무자

“‘또 오세요’는 무슨!” 께름칙한 할아버지와의 첫 만남 겉모습은 겉모습일 뿐, 지레 짐작했던 내가 바보였다
2024년 11월 01일

“’또 오세요’는 또 오란 소리 같잖아. ‘좋은 하루 되세요.’ 정돈돼야지.”

기분이 팍 상했다. 또 오란 말이나 좋은 하루 되란 말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첫 만남부터 어긋난 것 같았다. 다른 시간대 근무자 말이다. 나의 근무 시간은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다. 사장님이자 점장님은 연습 겸 오후에 나오라고 하셨다. 첫 만남은 순조로웠다. 가벼운 캡 모자를 쓴 중년 아저씨였다. 인상이 좋았다. 아르바이트생이 될 나에게 음료수 한 잔을 건넨 후덕한 인품이 마냥 좋았다. 그 할아버지(진) 근무자가 마음에 걸렸지만 말이다.

사장님은 너그러웠다. 포스기를 다루는 방법부터 냉장 진열대에서 매대 각 분야에 이르기까지 세세히 가르쳤다. 어려울 건 없었다. 갑자기 손님이 밀려왔다. 계산과 거스름돈 돌려드리기를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실수 남발이었다.

“천천히. 천처~니. 거봐. 서두르니까 실수하잖아. 잘못 알아듣고.”

아직 멀티태스킹은 어려웠나 보다. 머쓱했다.

3박 4일 훈련은 끝이 났다. 할아버지 근무자를 만난 것도 훈련 기간 중에서였다. 본격 투입에 나섰다. 밤 10시 45분. 첫날은 사장님과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아들에게 집을 맡기고 떠나는 사람들 같았다. 둘째 날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아까 말한 그 할아버지 근무자 말이다. 되게 꼰대 느낌이 낭낭했다.

좀 긴장이 됐다. 괜히 첫 단추 잘못 끼우면 서로 곤란해지니까.

“안~녕.”

앞으로 매일 볼 얼굴일 줄은 몰랐다. 15분. 인수인계가 이뤄졌다. 결과를 말하자면 군기를 잡는 것도 아니었고, 꼰대도 아니었다. 뭐랄까. 같이 있다 보니 불편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일하는 동안 참 많이 웃었다. 장난도 곧잘 치는 할아버지였다.

어느 날은 “매일 쓸고 닦기 전 먼지부터 털고 청소한다”고 자랑했다. 그랬더니 그가 퇴근 직전에 먼지 하나 있나 검지로 슥 닦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뱉은 한 마디.

“흠. 인정.”

말없이 따봉만을 날리는 뒷모습에 넙죽 절했다.

편의점 야간 업무는 힘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자도 자도 피곤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근무자를 생각해서 한 번도 지각한 일이 없었다. 그만큼 넉살 좋은 사람이었다. 편의점에서 일할 때마다 느낀 게 있다. 사람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존재였다. 할아버지 근무자도 그랬다.

그는 심심하면 내 이름을 불렀다. 하나하나 하고 싶은 말들을 챙겨주었다. 회사 나가는 아들 옷깃 여미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런 아버지 같은 분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별다른 호칭도 없었다. 그냥 이름도 별명도 직함도 없이 주어를 생략하고 그분을 부른 것 같다.

아, 그분의 이름. 한 번이라도 여쭈어볼걸.

자유의 새노래

자유의새노래

정론직필의 자유·시대성의 창달·주체자의 기록

답글 남기기

Previous Story

이달의 운세 2024년 11월

Next Story

‘전쟁·기후위기·인류의 끝’ 아티스트, 심규선의 경고

Latest from 나우

두쫀볼, 두쫀붕, 두쫀궁까지… 없어서 못 먹는 ‘두쫀쿠 열풍’

두바이 쫀득쿠키. 이름만 들어도 일단 두바이에서 만든 쿠키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두바이 초콜릿은 들어봤어도 쫀득쿠키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쿠키면 쿠키지 쫀득쿠키는 뭘까. 여자친구가 먹고 싶다던 두쫀쿠를 더현대서울에서도 판다기에 점심시간, 지하 1층 식당가를 헤집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품절 대란이 일어날 만큼 인기리에 판매 중이었기 때문이다. 절찬리 판매 중인 ‘존맛탱 쿠키’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쿠키’의 줄임말로 중동식 얇은 면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크림을 속에 넣고 마시멜로 반죽으로 감싸 바삭하면서 쫀득한 식감을 내는 쿠키 형태다.

[지금,여기] 두 손 모아 경건함으로 “소원을 빕니다” 「2박3일, 교토여행③」

❹청수사·니넨자카·산넨자카·은각사 자연을 재편집하는 섬세한 손길과 애절함 관광지의 정수였다. 청수사 그러니까 기요미즈데라(清水寺)에 이르자 새빨간 사찰 건물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청수사는 매년 12월 12일 일본 ‘올해의 한자’를 발표하는 곳이다. 인왕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신비로운 눈빛으로 인왕문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노송나무 껍질로 만든 본당 지붕은 나조차 익히 알고 있는 교토의 유명한 건물이다. 높은 지대를 감추고 있는 파릇파릇한 가을의 나뭇잎이 우드톤 본당의 지붕과 대조적이었다. 자연 속 사찰로 더욱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사찰로 향하는 길목에는 니넨자카와 산넨자카가 늘어섰다. 일관된 목조건물과 절제된 간판이 교토다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무척 많은 관광객에 걸음을 멈춰야 했을 정도다. 전범기 앞에선 잔기침이 터졌다. 은각사에서 나는 동양 전통의 권력과 위계적 미학을 감지했다. 서양 전통은 압도적 규모와 기하학적 질서로 권위를 드러내지만 일본의 건축은 자연을 통제함으로써 힘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목조 건물은 콘크리트와 달리 거대한 규모로 짓기 어려워 자연을 통제하거나 인위적으로 길들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는 인상이다. 모래를 쌓아 만든 코게쓰다이(向月台)와 긴샤단(銀沙灘)은 동양적인 권력처럼 보였다. 이치조지로 향하기 전, 우리는 철학의 길을 걷고서 한 카페에 도착했다. ‘하나 긴카쿠(花ぎんかく)’. 우리는 이곳에서 커피와 멜론 소다를 마셨다. 빨간 벽지로 마감된 카페에는 일본인 가족으로 보이는 단란함이 엿보였다. 아버지와 딸이 손뼉치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흐뭇한 광경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으나, 아쉽게도 이 카페는 9월 30일을 끝으로 폐업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미소로 대해준 그곳 점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금,여기] 단정한 제복, 섬세한 인사… 이치조지에서 느낀 일본의 감각 「2박3일, 교토여행②」

카페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허탈했다. 하필 우리가 방문한 때가 ‘추분(秋分)의 날’이었다. 우리에게 추분은 평범한 날이지만, 일본에서는 공휴일인 모양이다. 오늘 낮에 방문했던 ‘도쿠라 교토 산조점(手づくりハンバーグの店 とくら 京都三条店)’에서 세트 메뉴 주문이 어쩐지 불가했다. 도쿠라 교토 산조점은 함박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다. 내가 먹은 명란 마요 함박 스테이크를 젓가락으로 자르자 쏟아져 나오는 육즙에 놀랐다. 40분을 바깥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❺무시야시나이 카드 결제 물으니 한국어로 “아, 네!” 달콤 디저트 카페 ❻센나리 새침한 접객 태도 허나 풍성한 식탁 평범 일본 가정식 즉석 데코레이션 디저트 카페 ‘무시야시나이’, 푸짐한 일본 가정식 ‘센나리’ 다만 우리의 발걸음이 잠시 중단돼야 했다. 오래도록 걸었기 때문이다.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걷다가

[지금,여기] 뜨듯한 온천과 시원한 맥주 “캬, 이 맛이지” 끝없는 ‘오사카의 밤’ 「2박3일, 오사카여행③」

우드톤 단색의 고즈넉한 도시가 교토였다면, 오사카는 그저 화려하고 젊은 분위기의 도시였다. 우리는 나가호리바시를 기반으로 오사카의 도톤보리와 난바, 우메다, 나가자키초를 돌아다녔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큐카츠 토미타(牛かつ 冨田)다. 각자 구워 먹을 수 있는 큐카츠 전문점이다. 다행히 우리는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해서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와,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맛. 달달하고 고소하며 담백한 맛. 입 안에서 녹는 육즙이 끝내줬다. 현금만 받는 가게라 카드로 결제하지 못했다. 곧이어 낮에 예매해 둔 리버 크루즈를 타고 우리는 도톤보리 강을 누볐다. 베테랑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웃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주변 관광객들이 선사하는 손인사에, 우리도 손을 흔들었다. 가까운 타지에서 느끼는 이색 풍경에 하나가 되는 감정을 느낀 것이다. 낮에는 여자친구를 따라 우메다 근처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우리는 아식스 오사카 스토어에 방문했다. 스티브 잡스 같은 분위기의 직원이 우리를 맞았다. 여자친구가 둘러보는 동안, 나는 작은 소파에 앉아 쉬었다. 다소간의 긴 시간을 머무르는 바람에 여자친구와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며 나왔다. “失礼しました。(실례했습니다.)” 곧장, 직원이 90도로 숙이며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중한 인사에 깜짝 놀랐다. 작고 진심 어린 순간에서 문화적 감동이 남은 것이다. ❼오사카 아식스·마크 커피 ‘90도 인사’ 진심 어린 문화적 감동 카라멜마끼아또, 바리스타의 손맛 ❽큐카츠 토미타·리버 크루즈 직접 구워 먹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 도톤보리 강 유람하는 이색 ‘밤풍경’ ❾소라니와 온천·토리키조쿠 온천물에 담근 설익은 발, 피로가 싹 여자친구와 마신 달달한 맥주 한 잔 감동은 나가자키초(中崎町)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끝내 다다른 곳 ‘마크 커피 로스터스’에서 우리는 쉴 수 있었다. 나가자키초 카페 거리는 관광 친화적인 동네가 아니었다. 내부 사진 촬영이 어렵거나 현금 결제만 가능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크 커피에서 짧은 시간 지친 몸과 마음을 가누었다. 이따금 귀에 들려오는 일본 밴드 음악에 힐링이 되기도 했다. 카페에 머무는 동안, 오사카 시내에 짧은 가랑비가 내렸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우리는 고민했다. 예전부터 생각해온 곳을 예매했다. 벤텐초역(弁天町駅) 근처에 있는 소라니와 온천(空庭温泉)이 끌렸기 때문이다. 소라니와 온천은 다른 의미에서 놀라웠다. 이 가격에 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여자친구는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도 “그날 숙소의 작은 욕조에 입욕제 넣어서 물 받아 넣고 몸을 담궜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소라니와 온천은 일본 전통 의상인 유카타(浴衣)를 입고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면 공중정원에서 족욕을 즐길 수 있는데, 발을 담그면 따뜻함에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온천의 다양한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다시 우리 발걸음은 도톤보리로 향했다. 토리키조쿠 도톤보리점(鳥貴族 道頓堀店)에서 꼬치구이와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도톤보리에서 나가호리바시까지 향하는 길목에서 우리는 다채로운 얼굴의 오사카를 보았다. 확실히 교토에 비해 젊은이들의 도시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가출 청소년으로 보이는 아이들, 거리를 쏘다니는 폭주족까지 밝고 친절한 모습만이 아닌, 사회의 이면을 마지막 밤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짐을 정리해야 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 로손(Law-son)을 들러 생크림이 담긴 빵을 먹었다. 오사카에서 먹는 세 번째 빵이었다. 어느덧 오사카의 밤이 스산해졌다. 그새 가을이 다가온 것이다. 우리의 여행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9월로 미뤄야 했다. 여자친구와 다행이라는 고백을 주고받았다. 이토록 흐드러진 날씨와 분위기, 꼭 지금이어야 할 여행의 묘미를 만끽했기 때문이다.
Today소랑 2026년 6월 21일 일요일
Go to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