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 못하는 뉴스 전달자 “황금기는 오랜 옛날에 끝나”
지면신문이 뉴스를 전달하는 콘텐츠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새로운 직종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 직종으로 떠나야 한다는 지적으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문법, 인쇄 매체의 한계, 독서보다 피로한 읽기 방식, 나이 든 업계 풍토와 도제식 근무가 꼽힌다. 내부에서마저 “신문의 황금기는 이미 끝났다”는 한탄까지 이어졌다.
국민 10명 중 8명 보던 신문
20년 지나 쪼그라든 열독률
땅에 떨어진 영향력
읽긴 하느냐 물으니 “10%”
매일 읽느냐 물으니 “0.8%”
바꿔서 물으니 드러난 민낯
미디어 시청 시간 비교해보니
유튜브는 하루 67분 보고
신문은 30초만 ‘최저 시간’
6년 째 1분 미만 콘텐츠로
아무도 보지 않는 신문, 유튜브에 밀린 이빨 빠진 호랑이
한국언론진흥재단 ‘2023년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종이신문 열독률 추이를 보면 2002년 82.1%였던 열독률은 10년 지난 ▲2012년 40.9%로 절반이 줄었고 ▲2022년 8.9%로 최저율을 기록하다 ▲2023년 10.2%로 소폭 반등했다. 이는 “지난 1주일 동안 종이신문을 읽은 적이 있느냐?” “종이신문을 그대로 파일 형태로 만든 PDF판 이용도 포함된다”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지난 1주일간 종이신문을 읽었다는 응답 비율을 10.2%로 추산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얼마나 읽었느냐를 보면 자세한 응답을 알 수 있다. 종이신문 열독 빈도 추이를 보면 신문을 읽는다던 응답자 10.2% 중에서도 매일 읽는 사람은 0.8% ▲5~6일 읽는 사람은 4.4% ▲3~4일은 2.8% ▲1~2일은 2.3%로 집계됐다.
연령별 열독률 추이를 봐도 더는 지면신문이 뉴스 담론을 이끈다고 보기 어렵다. 1주일에 한 번이라도 신문을 읽는다고 응답한 10.2%를 연령별로 나눠보면 20대 열독률은 3% ▲30대는 8% ▲40대 8.8% ▲50대 13.6% ▲60대 이상은 13.7%로 15%를 넘는 연령대는 없었다. 열독 시간도 모든 연령을 통틀어 10분 이상 읽지 않았다.
열독률 추이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사양 저널리즘의 민낯
슬로우뉴스가 6일 보도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와 신문, TV 보는 시간’에 의하면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하루 유튜브 시청 시간은 67분으로 집계됐다. 전체 ▲TV 시청 시간은 22분 ▲TV 뉴스와 시사 6.2분 ▲신문으로 뉴스를 접한 시간은 0.5분으로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전통 미디어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1분이 채 되지 않은 건 오래된 일이다. 같은 자료에서 신문으로 자료를 습득하는 시간이 2018년 0.8분 2019년 0.6분 2020년 0.4분 2021년 0.4분으로 6년 연속 1분도 되지 않는다. 지면신문은 아예 읽지 않는 수준인 것이다. 반대로 유튜브 이용 시간은 매년 늘었다. 2018년 25.4분에서 2023년 67.1분으로 41.7분 늘었다.
그동안 지면신문 영향력을 비교하던 자료는 열독률 추이 뿐이었다. 방송언론위원회는 “그동안 신문 열독률에만 근거해 미디어 영향력을 파악했다”며 “이번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편집기자들도 영향력을 상실한 지면신문을 두고 “떠나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편집기자는 “지면 제작 비용이 광고비보다 더 많아지면 신문사도 신문 제작을 포기하지 않겠냐”며 “신문 만드는 사람들만 아는 세계”임을 지적했다.
①하루 느린 보도에 월 2만원 “차라리 넷플릭스 구독하지” 옛날 자료의 폐쇄성도 한몫
②신문 펼치기에는 피곤한 몸 책상 없으면 읽지 못할 기사 문법은 또 왜 이리 어려운지
③왜 뉴스 안 보느냐고 물으니 “믿을 수 없고 편향적” 42% 신뢰도 전 연령대에서 하락
④구독에 의한 수입은 13.6% 광고주 입김에 취약한 구조 18곳 매출액 ‘제자리 걸음’
⑤20년 전 96%는 20-40대 지금은 25%가 50세 이상 기존 방식 안 통하는 시대
⑥한 세대 만에 절반으로 ‘뚝’ 젊은층 외면도 이유지만 이직 어려운 직무가 큰 몫
① 어제 소식인데 유료
신문의 약점은 어제 소식을 돈 주고 봐야 하는 구조에서 두드러진다. 신문은 미디어 매체와 달리 배달이라는 순서를 거쳐야 한다. 지상파 방송국은 당일 취재, 당일 보도하지만 종합일간지를 비롯한 지면신문은 다르다. 당일 취재한 기사를 다음 날 새벽 보도한다. 이마저도 한 달에 2만원 가량 돈을 내고 봐야 하는 것이다.
동아일보를 비롯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경제 등 종합일간지는 하루 28면에서 많으면 32면까지 가격만 월 2만원이다. OTT와 비교하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스탠다드 1만3500원 프리미엄 1만7000원 ▲쿠팡플레이는 7890원 ▲티빙 스탠다드 1만3500원 프리미엄 1만7000원 ▲웨이브 스탠다드 1만9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 ▲왓챠 베이직 7900원 프리미엄 1만 2900원 ▲디지니플러스 스탠다드 99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으로 2만원을 넘는 상품은 없었다.
이마저도 OTT는 과거 영상까지 일부 시청 가능하지만 지면신문은 과거 자료를 볼 수 없기에 철저히 과거 지향적이다. 방송국 뉴스도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다시 볼 수 있는 마당에 지면신문은 다시 볼 수 없는 콘텐츠라니. 폐쇄적 정책에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옛 신문을 보기 위해서는 페이지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오늘 소식을 내일 보려 구독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② 읽기에 피로한 신문
신문을 보기 위해서는 지면신문 자체가 필요하다. 지면신문 없이는 기사를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신문보다 간편함이 떨어진다. 신문의 크기는 거대하다. 양손으로 활짝 펼쳐야 한눈에 볼 수 있다. 따라서 신문을 보려면 책상이 필요하다. 맨손만으로는 볼 수 없다. 출퇴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기엔 부담스러운 매체다.
베를리너판형이나 타블로이드가 아니면 기본판형인 대판 크기의 신문을 들고 다닌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단행본보다 크기 때문이다. 서거나 걸으며 읽을 수 없기에 지면신문은 한계를 가진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어 스마트폰을 켜는 게 편하지 꼿꼿한 자세로 책상에 앉아 대판 신문을 펼치는 게 편할 리 없다.
글자를 읽고 해독해야 하는 필수 문해력도 신문 열독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방송국 뉴스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어준다. 신문은 직접 글을 읽고 해독해야 한다. 신문을 보지 않는 사람들은 스트레이트 기사가 무엇이고 퓨처 기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 제목은 화끈하게 다는 기사의 얼굴 쯤으로 생각한다.
위아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때론 톱기사여도 중톱이 톱만큼 중요한 위상을 차지할 때도 있다는 문법을 이해하면 편집 의도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신문의 문법이 마이너해졌다는 증거다.
③ 정파적인 큐레이팅
신문을 보려거든 논조가 서로 다른 두 신문을 봐야 한다고들 말한다. 두 신문을 듣는 순간 신문 구독에 불편한 장벽이 생긴다. 고작 논조를 비교하기 위해 두 신문을 구독해야 한다니. 매달 4만원을 신문 읽기에 쓸 순 없지 않은가.
비판적 신문 읽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제목과 부제, 레이아웃의 의도를 철저히 꿰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왜 뉴스를 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믿을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는 응답이 42%(중복포함)였다. ▲불편한 주제를 많이 다룬다 39% ▲내 기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28% ▲너무 많은 뉴스에 지쳤다 26%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19%로 뉴스를 회피했다.
뉴스 회피 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3년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뉴스 및 시사 정보 전반’에 대한 신뢰는 2021년 평균 3.32점에서 2023년 3.27점 하락했다. ‘실제 이용하는 뉴스 및 시사 정보’에 대한 신뢰는 같은 기간 3.48점에서 3.28점으로 더 떨어졌다. 보고서는 “실제 이용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 하락이 모든 연령대에서 고르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사라고 예외는 없었다. 갤럽리포트 ‘한국인이 가장 즐겨보는 뉴스 채널’에서 20%가 넘는 채널은 MBC가 유일했다.
④ 구독<광고 수익률
신문산업 매출액은 매년 증가했다. 지면신문과 인터넷신문 시장을 통틀어 2013년 3조5430억원에서 4조5022억원으로 10년 새 27% 늘었다. 지면신문과 인터넷신문 모두 우상향한 것이다.
매출액 증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인터넷신문 덕이었다. 지면신문과 인터넷신문 성장세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인터넷신문사 총 매출액은 2021년 6729억원에서 2022년 8319억원으로 23.6% 성장했다. 지면신문 매출액은 3조6703억원으로 2021년 3조3844억원에 비해 8.4% 성장했다.
지속적인 성장세와 달리 매출이 발생하는 근거를 살펴보면 신문사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자료에서 수입원별 매출액 비율을 보면 총 매출액에서 구독수입 비율은 6137억원으로 13.6%에 불과했다. 그러나 광고에 의한 수입은 2조9472억원으로 65.5%에 달했다. 구독수입의 5배 수준이었다. 광고주의 요구에 따라 논조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8곳 주요 언론사 매출만 떼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슬로유뉴스가 4월 보도한 ‘주요 신문사 매출 추이’에서 2023년 언론사 매출 합계는 2조1023억원으로 20년치를 놓고 보면 일자 그래프를 보였다.
슬로우뉴스는 “20년 동안 매출이 거의 제자리라는 건 업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도 된다”고 지적했다.
⑤ 늙어가는 신문업계
신문업계도 인구 고령화를 피하지 못했다. 종사자 네 명 중 한 명은 50세 이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3 언론연감 ‘신문산업 연령별 종사자 비율’에 따르면 2021년 29세 이하 지면신문(종이신문) 종사자 비율은 8.8%(1958명)에서 2022년 7.6% (1749명)로 전년 대비 10.7% 감소했다. 50세 이상도 같은 기간 27.7%(6166명)에서 25.2%(5814명)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네 명 중 한 명은 50세 이상이었다.
20년을 훑어보면 고령화가 여실히 보인다. 신문업 종사자는 20년 째 20-40대가 줄고 50-60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2005년 20-40대 비율은 96.4%지만 15년 후인 2020년 75.2%로 21%p 감소했다. 반면 50세 이상은 4.3%에서 15년 후 24.7%로 20.4%p 급증했다.
20-30대의 지면신문 외면은 뉴스이용률에서도 드러났다. 인터넷 포털로 뉴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20대는 81.9%였지만 지면신문은 3%뿐이었다. 라디오 2.3%와 0.7%p 차이다. 30대 역시 인터넷 포털이 88%로 가장 높았으며 지면신문은 8%로 낮았고 라디오 5.2%로 2.8%p 차이났다.
지면신문이라는 기존 방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도달한 만큼 뉴미디어에 맞춰 뉴스를 전달하고 기존 방식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신문사는 지면신문이라는 기존 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⑥ 몸집 줄이는 편집부
20년. 미디어의 문법이 달라지는 과정 속에서 신문사는 지면제작에 필요한 인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3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편집부 규모가 20년 전 30-40명대에서 10-20명대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지면 쪽수가 많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감축은 상징적이다. 2005년 동아일보 편집부 편집기자는 45명이었다. 2023년 30명으로 줄더니 지난 3월에는 19명으로 집계됐다. 조선일보는 42명에서 24명, 14명으로 각각 57%, 66% 감소했다.
인력이 줄어드는 만큼 신문을 제작하는 직종인 편집기자에 대한 회의감은 늘어갔다. 편집기자는 발전도 이직도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편집기자 A는 “그래픽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목을 잘 짓는 것도 아니”라며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보니 이직하는 게 쉽지 않다”고 비관했다. 편집기자 B도 “레이아웃 짜기와 제목 짓기 위주로 일하다보니 그래픽 제작은 상상도 못한다”고 밝혔다.
편집기자를 줄이거나 아예 다른 직종으로 발령하는 경우도 있다. 한 종합일간지는 “편집기자에게 지면 제작만 요구할 수 없어 디지털판 편집까지도 요구하고 있다”며 “점점 지면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가 죽기 전에 이 산업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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