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에게 노예 생활하던 중 나는 강렬한 신앙 체험을 했다. 내 인생의 각도를 튼 놀라운 사건이었다. 대학교에서는 학기 초 대학부흥회를 연다. 포도나무교회 여주봉 목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는 ‘하나님을 아는 것’이었다.
나는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오랜 시간 삶의 변화를 꿈꾸었다. 좀더 성실하게 살기를 바랬다. 정직하고 경건하기를 바랬다. 언제나 여색(女色)은 발목을 붙잡았고 마음을 괴롭게 했다. 그런데 여 목사는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것 만큼 그리스도인의 삶이 변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 목사는 탈출기를 해설하며 하나님조차 자신의 목적과 수단으로 활용하는 자기중심적 인간의 삶을 비판했다. 나는 좌절했다. 이제껏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삶의 액세서리 쯤으로 생각해온 지난 날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깊은 절망과 슬픔이 몰려왔다. 신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눈물을 흘렸다. 대강당에서 한참을 울었다. 시규와 대풍이랑 점심을 먹으러 걸어가는 와중에도 펑펑 울었다. 속죄가 이렇게 거대할 줄은 몰랐다.
고난과 눈물, 역경으로 만들어진 신화 ‘하나님을 아는 것’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신앙… 모든 걸 은혜로 눙쳐서야
기숙사는 매일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 새벽예배를 진행한다. 나는 아침 7시부터 한 시간을 기도하고 1교시 수업을 듣기로 작정했다. 저녁에도 시규와 7시 기도를 하기로 약속했다. 당연했다. 방에 일찍 들어가면 방장을 마주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아침 일찍 기숙사를 나와 늦게 들어가면 됐다.
그래서 달라진 게 하나 있느냐는 것이다. 누군가 10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게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 “달라진 게 없다.” 그렇다. 지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나는 나였다. 신에게까지 내 마음을 투영하는 자세나 신에게조차 죄책감을 느끼는 여린 마음, 신념에 어긋나는 건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거절하는 자세와 노을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사람 좋아한다는 점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학부흥회를 경험해도, 수많은 눈물을 흘려도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대학부흥회 시절의 감동을 생각하며 ‘그 시절의 신앙으로 돌아가자’고 부르짖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다. 내가 나를 이해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신을 이해해야 한다니. 힘겨운 생활은 더욱 신을 붙잡게 했다. 힘든 삶이 정리되고부터 신을 집착하던 태도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신앙을 정리 했을까. 오히려 신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내게 신앙은 현실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살도록 도와주는 힘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만드는 능력이다. 가진 것 없어도, 이룬 것 없어도 일말의 희망을 믿는 삶이 내게는 신앙이다. 내 삶이 시궁창 같아도, 시궁창에서 별을 바라보며 사는 삶 속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삶을 깨닫기까지 10여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저 똥 팬티나 빨래해주며 신의 섭리라고 합리화하는 것은 은혜가 아니다. 폭력이며 학대다. 교회를 다니면서 내 삶은 달라지기보다 악화 되었다. 설교를 못하는 목사 대신 인터넷에서 떠도는 목사들의 설교를 들으며 신앙의 가치를 짜집기 했다. 그러다 여 목사를 만났고, 머지 않아 무신론 선배를 만나 신학 공부에 눈을 떴다.
그럼에도 새능력교회는 “모든 것이 은혜”라고 말한다. 지금도 그 교회는 외부인과의 성경 공부를 금한다. 지옥에도 갈 수 있다고 협박한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새능력교회를 다니는 것이야 말로 지옥에 갈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본다. 성경의 가르침을 믿기보다 목사의 신념을 믿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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