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코로나 백신을 모더나로 맞았다.(2021.09.30) 시월이 다가오기 전 맞을 수 있었던 건 잔여백신 덕분이다. 원래는 10월 1일로 예약했다. 사전 예약 대신 잔여백신으로 당일 신청한 이유는 하루라도 더 빨리 맞고 싶었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병원에선 볼펜을 건네며 몇 가지 문항에 체크하라고 종이 한 장을 전했다. 백신 맞기 전에도 코로나19에 감염 됐는지, 해외는 다녀왔는지, 복용하던 약은 있는지 등 빼곡한 문항 하나하나 정독하며 예, 아니오로 답했다. 내 앞 환자들이 많은 탓에 30분가량 책 읽으며 대기했다.
내 차례다. 들어가서 팔을 걷었다. 리뷰에서 본 것처럼 선생님은 친절했다. 몇 가지 사항을 들었으나 나가는 순간 잊어버렸다. 아픈 증상이 며칠 이어지면 병원에 오라는 말 한 마디만 기억에 남았다. 아플 수 있다는 말에 잔뜩 긴장하고 타이레놀도 사놨지만 반응이 없었다. 3일이 지나 문자가 왔다. ‘[질병관리청]1차 이상반응 신고 안내’ 설문에 응답했다. 모더나 1차는 아무 증상도 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잊혔다.
미리 준비한 해열진통제
모더나 2차 맞을 시기가 다가왔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같은 병원을 방문해 맞았다. 다른 게 있다면 대기 시간이 전보다 짧다는 점 하나. 선생님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아픈 증상이 며칠 이어지면 병원에 오라는 말씀과 열이 발생하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라고 설명했다. 간호사가 준 백신 안내문을 읽었다.
‘예방접종 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의사의 진료를 받으세요’를 주의 깊게 읽었다. ▲접종부위 부기, 통증, 발적이 48시간 이후에도 악화되는 경우 ▲4주 이내에 호흡곤란, 흉통, 지속적인 복부 통증, 다리의 부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경우 ▲심한 또는 2일 이상의 지속적인 두통이 발생하며, 진통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조절되지 않는 경우, 또는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거나 평소와 다른 이상증상이 나타난 경우 ▲접종부위가 아닌 곳에서 멍이나, 출혈이 생기는 경우.
간호사는 종이 위 여백에다 ‘3:43’을 써놨다. 오후 3시43분. 15분이 지나 병원을 나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판대에 실린 중앙일보엔 ?VS이재명이 배치됐고, 마음으로 ‘윤석열이네’ 읊조렸다. 이번엔 진짜 아플 수 있다는 생각에 침대 옆에다 약을 두었다. 지난 1차 때 사둔 멀쩡한 그 타이레놀이다.
모더나 2차에서야 온 반응
①3시간 15분 경과: 접종 부위 근육이 살짝 아팠다. 얼마나 아팠느냐 하면. 건드리면 ‘흠, 조금은 아프군’ 싶을 정도로 통증이 느껴졌다. 1차 때도 마찬가지였다. 열도 없었고 별달리 아픈 데도 없었다. 단지 접종한 부위, 왼쪽 팔뚝을 건드리면 아픈 티가 날 뿐이다. 지면신문 기사를 마감하려 책상에 앉았으나 글이 쓰이지 않았다. 백신 때문이라기 보단 평소의 습관적 방전 탓 같다.
②4시간 40분: 일찍 침대에 누웠다. 오후 8시23분. 미열 같은 증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뒤척일 틈도 없었다. 졸음이 온 몸을 감싸 안았다.
③8시간 21분: 자정이 넘어서야 깼다.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접종 부위인 왼쪽 팔은 힘을 주면 웃음이 나오면서 힘이 풀렸다. 적당히 아프다는 뜻이다. 욱신거리는 게 신경이 쓰였다. 활동엔 무리 없는 수준이다. 엎드려서 2시까지 카톡이나 해댔다.
③16시간 53분: 오전 8시36분. 드디어 열이 발생했다. 몸이 아팠다. 얼마나 아팠느냐 하면. 감기처럼 열이 발생한 정도였다. 접종 부위뿐만 아니라 전신에 열이 발생했다. 토요일 하루 침대에 누워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타이레놀 한 정 복용했다. 일일 최대 복용량이 4000㎎이다. 8시간에 한 정씩 500㎎ 먹기로 했다. 미열이라서 신문 한 면이라도 편집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바람에 불과했다.
하루 앞 당겨 당일 접종
잔여백신 모더나로 확정
모더나 2차 접종 후 이상반응
8시간 넘어 잠에서 깨
미열 발생한 사실 확인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
8시간 텀, 두 차례 복용
접종 40시간 후 나아져
신음이 절로 나오는 시간
④21시간 8분: 오후 12시51분. 열이 많이 떨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스벅 한 자리 잡아 화이트 초콜릿 모카를 마시며 글이라도 쓰고 싶었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오늘 하루 완전히 침대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고달픈 운명을 깨달았다. 타이레놀을 먹어도 열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100% 정도의 열이 있다면 20%만 남은 느낌이다. 두 정을 먹었다면 다 사라졌을까.
⑤24시간 53분: 오후 4시36분. 존나 아팠다. 존나 아파서 신음이 나왔다. 약이 필요했다. 미리 약을 뜯어놨어야 했다. 손가락에 힘이 다 빠져서 뜯을 수 없었다. 짜증이 몰려왔다. 식칼을 꺼냈다. 약을 찔러다가 후벼 팔 정도로 포장지를 아작 내서야 복용할 수 있었다. 열이 다 떨어지기는커녕 전신 고열로 신음이 Zㅏ동으로 나왔다. 끙끙 앓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꿈을 얼마나 많이 꾸었는지 셀 수 없을 지경이다. 깊은 잠자지 못했다는 의미다.
⑥25시간 44분: 오후 5시27분. 확실히 열이 떨어졌다. 살 것 같지만 계속 누워 있어야 했다. 유튜브 정도는 시청할 여력이 남았다. 오은영 박사님 영상을 시청했다. 밥 해 먹을 힘조차 없어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⑦27시간 37분: 오후 7시20분. 계속 전신에서 열이 발생한다. 이러다 내일까지도 열이 나면 어쩌나 걱정됐다.
⑧40시간 17분: 2일째 오전 8시. 자고 일어나 보니 열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남은 건 쾌쾌한 체취 뿐.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말끔해진 건 몸 뿐만 아니었다. 정신도 맑아졌다.
이놈의 코로나 상황은 언제 끝날까. 끝나지 않을 거란 전문가의 말이 조금씩 실감이 난다. 이 기사를 쓰는 순간에도 확진자는 4000명대를 돌파했다. 부디 나의 고통이 가장 나약한 자들을 위한 방역 우산이 되어주기를.
모더나 2차서 더 아픈 이유
백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①바이러스 백신 ②바이러스 벡터 백신 ③핵산 백신으로 이번에 접종한 모더나가 ③핵산 백신이다. 모더나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 백신으로 핵산 백신 분류 중 하나다.
mRNA 백신을 어깨에서 팔꿈치의 삼각근에 근육 주사하는 방식으로 투여하면 mRNA는 몸 안에서 스파이크 단백질 생성을 세포에 지시한다. 바이러스를 이용해 항체를 형성하게 만드는 기존 백신과 달리 직접 유전자를 전달하는 방식인 것이다.
모더나 1차 접종 때는 mRNA를 통해 단백질을 만들고 바이러스와 싸울 항체를 생성하며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2차 접종 때는 항체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상반응이 더 발생한다. 이상반응이란 전신에서 발열, 피로감, 두통, 근육통, 메스꺼움, 구토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개 3일 만에 증상은 사라진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자료 보기
위키백과 RNA 백신 항목
중앙일보: 팔뚝 정확한 위치에 투여
서울경제 썸: 백신은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중 후 어떤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나요
美 CDC: 모더나 COVID-19 백신 개요 및 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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