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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객관적상관물

유부 선생님의 따귀

자유의새노래 2020. 5. 15. 23:11

입력 : 2020. 05. 15 | 디지털판

 

선생님 옆을 보좌하며 출석부든 내 모습은 누가 봐도 비서처럼 보였을 것이다. 비서답게 6년이란 시간 속에서 두 번. 두 번 선생님 입에서 나오던 한 숨을 들어봤다.

 

하루는 무더운 여름 애써 수업 중에 선생님이 격노하던 때였다. 얼마나 시끄럽던지 스스로가 자제하질 못할 수준으로 노이즈가 번지자 아이들을 향해서 끝내 윽박지르고 말았다. 선생님은 장정 한 시간 동안 설교를 이어갔고 다른 수업에도 자제하질 못하면 되겠느냐 혼냈다. 사실 아이들도 짓궂었다. 자기들 싫어하는 선생, 수업시간에 대답하지 말아보자 단합했지만 나 같은 반항심 있는 놈 때문에 무산되곤 했으니 말이다. 한 번은 연로한 담임에게 대들다 따귀 맞은 광경을 목도도 해봤다. 대놓고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대성해댔으니 교실은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 그 자체였다.

 

본관으로 향하던 스물아홉 선생님은 비쳐오는 놀 앞에서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끝까지 밀어붙인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곤 했었다. “너는 내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던 그 분도, 마음은 그게 아닌데 참담함을 그렇게 표현하곤 했다. 10년이 지나 우리들의 학교가 감옥과 같다고 지적한 유현준 건축가의 지적처럼 공교육의 폐해가 없는 건 아니지만. 모두가 처음 살아보는 각자의 삶 앞에서 때론 완벽해 보이던 선생님도 후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요한 바람처럼 들려온 한 숨에서 느낀다.

 

몰아붙이긴 해도, 학생들 위에 군림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어도 끝내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메시지 그대로 진짜 떡 하나 주면서 화해를 요청하고. 두 면 가득 메운 편지에 답장을 보내며 “1학년 8반은 내게 굴러 들어온 복덩어리라고 답한 선생님의 속내를 두 눈으로 기억할 때마다 다채로운 과거의 풍경으로 읽힌다.

 

 

 

<인간에 대한 예의: 학교2 1화>

인간을 인간답게 대우하는 방식, 그것엔 존경이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체벌에 대안으로 도입된 벌점제는 대학 입시라는 굴레를 이용, 스승과 제자 사이에 따뜻한 인간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행정적 편의를 이유로 미숙하게 행동한 학생에 대한 선도를 포기하고, 벌점을 남용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신뢰를 배워야 할 학교를 단순히 인간에 등급을 매기는 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고, 최소한의 예절도 잊은 채 자유, 개성을 내세우는 학생들 역시 무책임함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할 것입니다.

 

스승은 부모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젠 자식을 보살피듯 신중하게 또한 부모를 대하듯 존경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넉넉하고 여유 있는 가슴으로 안아준다면 5월의 학교는 더욱 푸르게 빛나겠지요?

 

 

<두 눈을 똑바로: 꽃다지>